시끄러운 학생회 선거가 되길
시끄러운 학생회 선거가 되길
  • 김명준 편집국장
  • 승인 2010.11.17 21: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직선거 대신 정책 위주 선거 되어야, 학생들의 적극적인 선거 참여 필요
차가운 바람에 모든 것이 움츠러드는 늦가을, 유난히 분주한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학생회 선거 후보자들이다. 선거철이 되면 학생회 선거 후보자들은 공식 유세를 시작하기 전 이곳저곳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며 ‘내 편 만들기’에 열을 올린다. 조직선거를 하기 위함이다.

사실 투표율이 50%밖에 안 되는 학생회 선거에서 후보자의 능력과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고 투표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다. 수많은 표가 ‘형 누구 찍으면 돼요?’라는 질문을 통해 왔다 갔다 한다. 때문에 조직선거를 위한 편 가르기를 하지 않으면 결국 막대한 선거비용을 투입하고 독배를 마시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처럼 각 후보자의 공약과 능력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고 논쟁이 벌어지는 ‘시끄러운’ 과정이 생략된 채 밀실에서 몰래 이루어지는 조직선거가 우리 학생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설령 당선된들 공약을 성실히 지키거나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길 시도하는 학생회를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채원빈 중앙감사위원장은 임기 중 돌연 졸업해 버렸다. 때문에 정상적으로 임기를 끝내지 못해, 학생대표자의 한 명으로서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았을뿐더러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회 사회에서는 그 어떤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다.

이미 학생회는 그들만의 리그가 돼 버린 지 오래다. 이러한 학생자치기구와 일반학생들 간 간격의 원인에 대해, 간간히 터져 나오는 학생회 비리로 인한 학생들의 불신이 원인이냐 학생들의 무관심이 그 원인이냐 하는 논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논쟁만큼이나 쓸모없다. 닭은 튀겨먹으면 되고 달걀은 삶아 먹으면 된다.

원인이야 어찌 됐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은 정해져 있는 것이다. 선거를 통해 학생들의 생각을 학생회에 전달하고 학생들이 학생회 활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그들을 대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고 그 기구의 대표자를 선거를 통해 민주적으로 뽑는 학생자치기구. 하지만 매년 선거에서 보여지는 학생자치기구를 대하는 우리의 의식 수준은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설령 그놈이 그놈일지라도 학생들의 높은 관심과 격려는 ‘그놈’을 ‘그분’으로 바꿀 수 있다. 부디 이번 선거는 조직선거가 아닌, 후보들에 대한 학생들의 날카로운 평가를 통한 정책위주, 공약위주의 선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선거는 24일 치러진다. 당신은 누구를, 왜 지지하는가? 시끄러운 논쟁이 필요한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