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닫힌 눈으로
넓게 닫힌 눈으로
  • 박선영(경산신문 편집부장)
  • 승인 2010.11.17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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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가는 좋은 기삿거리인 동시에 고갈되지 않는 논쟁거리이기도 하다. 한 마디라도 거들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논하는 글 한 꼭지쯤은 써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지역사회와 대학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상호 파트너십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로 애초에 접어들었다.

2010년 대학평가에서 영남대는 종합대학 부문에서 전국 7위, 비수도권 종합 사립대 가운데서는 1위를 차지했다. 국민건강보험 DB에 기초한 올해 취업률 평가에서도 경북대와 함께 대구권 우수대학으로 선정됐다. 여기에 매출액 1천대 기업 최고경영자 배출은 지방대 1위다. 이 정도면 2013년 ‘국내 상위 10위’, 2020년 ‘세계 상위 100위’ 진입이 시쳇말로 ‘근자감 돋는 상상’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영남대가 내세운 ‘글로컬 이니셔티브’는 불가능한 도전이 아니다. 세계화와 현지화를 동시에 추구하는 ‘글로컬리즘’은 의미대로라면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대학이 내놓을 수 있는 최상의 플랜이 될 것이다. 하지만 글로컬 이니셔티브가 성공한 구상으로 남기 위해서는 규모의 성장만이 아닌 지역사회와의 감성적 합일 또한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3D, 4D로 넘어가는 기술 발전이 영화의 감동을 3배, 4배로 확장해주지는 않으며, 집안에 잘난 아들이 있다고 해서 온 가족이 모두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모인 컬럼비아 대학의 경쟁력은 지역 주민과 소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학생 지역 봉사 단체의 활동이다. 그들은 교육과 대학의 역할로서 이웃에 사는 어린이나 어려운 사람에게 음식과 안식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한다. 학교와 정부, 개인, 봉사에 참여하는 학생까지 다양한 형태로 기부에 동참하고 있으며, 실업문제에도 학생들의 봉사활동이 구체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지역사회와의 합일을 위한 노력이 현재진행형인 가운데 할렘가와 인접해 있다는 위험요소는 더 이상 컬럼비아 대학을 선택하는 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지난달 영남대는 지식, 의료, 예술, 다문화, 글로벌 새마을, 환경, 복지, 해외봉사 분과로 이뤄진 ‘글로컬 봉사단’을 발족했다. 대학 구성원과 동문들까지 참가하는 대규모 봉사단이다. 이 시점에서 성장이 성숙을 담보하는가, 성숙이 성장을 담보하는가를 묻는 것은 진부하다. 다만 지역과 합일하기 위한 대학의 노력이 거대 담론으로 그치지 않도록 내부의 눈으로 지켜봐주길 바란다. 안을 향해 넓게 닫힌 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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