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능력자, 선거 치르다
초능력자, 선거 치르다
  • 박주현 취재부장
  • 승인 2010.11.1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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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돌아가는 것이 내 맘 같지 않을 때가 있다. 내일은 착실하게 살아보겠다고 일찍 잠자리에 든 날, 아침에 눈 떠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더군다나 아침수업까지 놓쳐버렸을 때 머리가 지끈하다.

‘아. 내 맘대로 됐으면….’ 기분 좋은 상상에 젖어들 쯤, 영화 ‘초능력자’는 묻는다. ‘그럼 행복하니?’ 눈으로 세상을 조종할 수 있는 초인(강동원 역). 돈을 훔치러 들어간 전당포에서 초능력이 통하지 않는 규남(고수 역)을 만나 조용하던 그의 삶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수많은 초인과 싸우는 규남이 이길까. 규남 하나와 싸우는 수많은 초인이 이길까’라는 질문에 답을 던지듯 두 주인공은 엎치락뒤치락한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것은 영화뿐만이 아니다. 우리 대학교 캠퍼스가 중앙감사위원회 후보 자격박탈 사건을 놓고 시끌벅적하다.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 억울하다는 학생과 심사과정은 적합했다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자유게시판에는 누가 옳으냐 그르냐를 놓고 저만의 잣대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댓글이 우수수 달린다. 구경하는 이에게는 이 싸움이 입맛 당기는 메뉴일지는 모르지만 당사자는 죽을 맛일 거다. 순리대로 돌아가고 있던 자신의 시곗바늘을 누가 거꾸로 돌리는 듯한 기분이 들 것이다. 저마다 배수의 진을 치고 재심사는 안된다, 사퇴는 안 된다며 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인과 규남의 결전의 날, 초인은 규남이 사랑하는 여자인 영숙(정은채 역)을 납치해 옥상으로 올라간다. 초인은 자신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영숙의 어깨에 의지해 엘리베이터를 탄다. 초인은 굳어버린 영숙의 얼굴을 보고 짧은 한숨을 쉰다.

그때 나는 초인이 이름없는 사내라는 사실을 알았다. 영숙은 규남이에게는 ‘스튜어디스를 꿈꾸고 쥐덫을 잘 놓는 여자’지만 초인에게는 그냥 굳어버린 인형에 불과하다는 것을. 초인이 세상을 멈춰 버리게 만든 것처럼 세상도 그를 굳어버린 초능력자로 만든 것이다.

내 맘대로 세상이 돌아갈 수 없다. 선거도 마찬가지다. 선거를 이기고자 하는 사람과 선거를 지키는 사람이 자기 마음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자기 마음과 반대로 가는 상대 측을 보면서 머리가 지끈해질 때, 내가 초능력자인가 생각해보면 어떨까. 어차피 세상,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 그냥 세상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 바라보는 거다.

내 맘대로 했을 때 내가 원하는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왜곡된 나를 보게 되는 것 처럼 말이다. 질긴 싸움을 보는 자유게시판의 여론, 기자회견을 바라본 학우들의 여론을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 보듯 찬찬히 바라봐야 할 것이다.  

또 반대편 이에게 반갑게 악수를 청해야 할 것이다. 내 맘대로 멈춰 있는 세상을 누군가 이를 깨고 날 불러줬으니 말이다. 유토피아라는 게 깰 수 있어야 유토피아지, 그게 아니면 벽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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