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어디로 가야 하나
대학, 어디로 가야 하나
  • 편집국
  • 승인 2010.11.17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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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을 연마하는 것이 대학의 본질, 대학의 역할은 사회 이끌 지도자 양성
대학을 상아탑이라 상징하던 것은 이제 옛말이 되었다. 상아탑이라는 말을 백과사전에 찾아보니 속세를 떠나 오로지 학문이나 예술에만 잠기는 경지라 한다. 우리의 대학은 속세를 떠날 수 없고, 속세에 깊이 관여하며 살아남아야만 하는 것이 우리 대학들이 당면한 절대 절명의 과제이다. 대학에서 순수한 학문이나 예술 지향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현실과 괴리된, 또는 아집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취급되어 버린다.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실에 뿌리를 내려야 하는데, 그것은 얼마나 많은 학생을 취업시키는가에 의해 평가된다. 그래서 대학은 다양한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며 취업률 향상을 위해 혈안이 되어 가며 점차 직업학교로 전락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역행할 힘은 없지만, 순간 순간 대학의 정체성이나 우리 사회에서 대학이 해야 하는 역할을 생각할 때 심한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취업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대학의 본질을 망각하며 취업에만 매달리는 우리의 현실을 한탄하는 것이다. 대학의 본질이 정신의 계발을 위해 학문을 연마하는 데 있고 학문을 연마한 결과가 직업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현실에서의 문제는 본질을 무시하고 오로지 눈앞에 보이는 가시적인 결과에만 매달려 있다는 점이다.

학문을 연마한다는 것은 단순히 전공 지식을 얻는 것 또는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가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학문을 탐구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 확립, 가치관 형성, 합리적 사고력, 정의에 대한 합목적적인 판단력, 사회적 책임 등 우리 사회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함양하게 해 주는 것도 대학의  중요한 사명이다. 이념이나 철학이 부재하거나 또는 잘못된 생각을 가진 지도자가 세상을 얼마나 어렵게 해주었는지는 역사가 말해 주고 있다. 대학은 단순히 기능인을 기르는 곳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다.

20세기 들어와 로봇을 만드는 기술이 현저한 발전을 이루면서 인간이 해 오던 많은 일들을 로봇이 대신하고 있다. 산업 현장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로봇은 여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로봇 공학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려는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 인간의 사고에 견줄 수 있는 사고력을 가진 로봇이 만들어졌다는 얘기는 못 들었다.

로봇이 인간의 능력을 뛰어 넘는 작업 수행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어떤 분야에서 로봇이 인간을 기능적으로 뛰어 넘을 수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없는 로봇은 그 분야를 이끌어 갈 수는 없다. 우리의 대학은 로봇과 같은 기능인을 양성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회를 이끌어 갈 인재를 양성하는 곳이어야 한다. 본질적인 목적을 상실한 대학은 더 이상 존재의 가치가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대학이 왜 존재해야하는지 스스로 가치를 찾아야 할 시점인 된 것 같다. 옛날과 같이 상아탑적 존재로만 있을 수는 없지만, 그 본질적인 사명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 애쓰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홍수처럼 밀려오는 무리에 압도되어 방향을 잃어버린 채 무작정 달음박질하는 것이 아닌, 가야할 곳을 분명히 인지하며 그 압력을 감내하며 달려갈 때 대학은 고유의 사명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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