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사각지대 ‘원룸촌’, 우리 학생들은 과연 안전한가?
치안 사각지대 ‘원룸촌’, 우리 학생들은 과연 안전한가?
  • 오지은 준기자
  • 승인 2010.11.17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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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 원룸촌에 사는 이예지(가명) 씨는 밤새 잠을 설쳤다. 한밤중 누군가 현관문을 계속 두드려 강도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도저히 잠을 청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원룸촌 일대에 강간범이 활보한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컸다. 이 씨 뿐만 아니라 원룸촌에 거주하는 대다수의 여학생들은 강간·강도 사건 등과 관련한 끊이지 않는 소문들로 인해 ‘이러다가 나도 당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혀 있다.

위의 내용은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가상기사이다. 이처럼 대학가 원룸촌은 ‘치안의 사각지대’라 불릴 만큼 각종 범죄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경산경찰서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10월 31일까지 우리 대학교 앞 원룸촌 일대에서 발생한 강간 사건은 총 16건으로 이 중 13건은 범인이 검거됐다.

이외에도 강도 3건, 방화 1건, 절도 4백88건, 상해 45건, 폭행 1백44건, 폭력 67건 등의 범죄가 발생했다. 실제로 원룸촌 자취생인 최보람 씨(생활제품디자인2)는 최근 “여행용 가방을 통째로 도난당해 약 40만 원어치의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이처럼 원룸촌은 각종 범죄에 노출돼 있으며 이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도 매번 지적되는 고질적인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룸촌에서의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CCTV와 가로등 부족, 허술한 문 단속이 가장 큰 원인=현재 우리 대학교 원룸촌인 조영동·임당동 일대의 CCTV수는 총 15대이다. 우리 대학교가 재작년 11월, 12대의 CCTV를 경산시에 기부채납한 이후 건물주가 원룸 입구에 자발적으로 설치한 것을 제외하고는 원룸촌 일대에 추가로 설치된 CCTV는 한 대도 없다.

15대의 CCTV로 2천 동이 넘는 원룸을 모두 감시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취생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더욱 커지고 있다. 원룸촌 자취생인 배진아 씨(원예1)는 “CCTV 설치가 늘어나면 밤길을 좀 더 마음 놓고 다닐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경산경찰서 수사지원팀장은 “CCTV 설치만으로도 범죄율을 크게 줄일 수 있으며 실제로 범죄율이 감소한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부족한 것은 CCTV만이 아니다. 자취생들은 원룸촌 내 가로등 수가 턱없이 모자라 골목이 매우 어둡고, 늦게 귀가할 때는 불안하다고 했다. 실제로 저녁 무렵의 원룸촌은 화려한 오렌지 타운과는 대조적으로 상당히 어두워 혼자 다니기에는 위험해 보였다. 이에 대해 황병화 씨(국어국문2)는 “골목 구석구석, 특히 원룸과 원룸 사이에 가로등이 없는 경우가 많아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CCTV, 가로등과 함께 입주자들의 허술한 문단속 또한 범죄율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경산경찰서 여성·청소년계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철에 창문을 열고 자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범인들은 가스 배관을 타고 집안으로 침입하기 때문에 창문을 반드시 잠가야 한다”고 했다.

앞서 말했듯이 원룸촌의 가구 수는 2천 동이 넘는다. 때문에 경찰 순찰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김신희 씨(국제통상4)는 “방범 등의 치안 활동이 부족한 것 같다”며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곳인 만큼 순찰에 더 힘써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중앙파출소의 한 관계자는 “원룸촌 순찰에 특히 신경을 쓰고 있지만 경찰 인력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순찰 이외의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산경찰서 관계자는 원룸촌 치안 문제의 원인에 대해 “대학가 원룸촌에는 사람이 많고 인근에 유흥업소가 즐비하다. 그리고 젊은 여성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범행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검거된 범인들의 진술에 따르면 새벽 1시에서 2시 경에 술에 취한 채 돌아다니는 여성들을 가장 많이 노린다고 한다”며 여성 자취생들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구상’만 하는 대학, 실제로 내놓을 대책 없어=조영동·임당동 일대 원룸촌에는 우리 대학교 학생들이 거주하고 있다. 때문에 원룸촌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에 대해 우병진 학생지원팀장은 “지난해 7월 경 학교에서 원룸촌의 한 구역을 임대해 우리 대학교 학생만 수용하는 ‘영대 학생 전용 지구’를 만들고 그 곳에 야간 지킴이를 보내 순찰하도록 하자는 안도 나왔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무산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범죄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은 마련하지 못했지만 교학부총장께서 중앙파출소를 방문해 치안 문제를 지적하고 원룸촌 방범 활동을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원룸촌 일대의 범죄 예방을 위해 본부에서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가로등이나 CCTV 설치와 같은 물적·재정적인 지원일 것이다. 하지만 홍오영 총무팀장은 “현재 본부에서는 재작년 경산시에 12대의 CCTV를 기부 채납한 이후 그것을 추가적으로 지원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원룸촌 치안 문제 해결을 위한 본부 차원의 대응책은 논의되고 있는 바가 없다”고 했다.

이처럼 본부에서 구상한 여러 안들은 결국 현실화되지 못했으며 앞으로 계획된 대응책도 없는 실정이다.

◆원룸촌 범죄 예방, 각 주체들의 자발적 참여 필요=신입생들의 경우, 우리 대학교 근처 원룸촌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종종 우범지역의 방을 구하는 경우가 있다. 이같은 일을 막기 위해 각 학생회에서는 새터나 여러 모임을 통해 원룸촌에 대한 정보를 알려줌으로써 신입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학생들 간의 간단한 정보 교환만으로도 범죄율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원룸촌 범죄 예방을 위한 방안으로 경산경찰서 한 관계자는 “관할 경찰에만 의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비상연락망을 구축하는 것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웃 간에 얼굴을 익혀 공동으로 방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달 초 중앙파출소에서는 각 원룸 입구마다 강·절도 사건 예방을 위한 스티커를 부착했다. 이 스티커에는 중앙파출소에서 배정한 원룸 건물의 번호와 거주자의 실천 사항 등이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중앙파출소 관계자는 “건물 관계자의 전화번호와 원룸 번호를 순서대로 정렬하여 프로그램화했기 때문에 원룸촌을 좀 더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타 대학에서는 관할 파출소의 경찰과 함께 재학생들이 자체적으로 방범활동을 하는 사례도 있다. 순천향대학교의 ‘순천향 학생 방범 봉사대’가 대표적이다. 이 학생 방범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 늦은 밤까지 3인 1조로 학교 근처 유흥가와 원룸촌의 순찰을 돈다. 만약 근처에서 사건이 발생하면 관내 파출소에 즉시 연락하고, 대학본부 당직자와 학생처 관계자 등에게 연락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한다.

또한 성균관대 총여학생회는 매년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자취 여성들을 지원하고 정기 모임 등을 통해 자취 지구의 안전을 강화하고 있다. 이러한 대학생 개인의 자율적인 방범 활동은 원룸촌의 안전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원룸촌이 형성된 이후 그곳은 늘 치안문제로부터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찰·주민·대학 등 각 주체들의 역할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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