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옥 의무부총장 / 의료원장을 만나다
하정옥 의무부총장 / 의료원장을 만나다
  • 김명준 편집국장
  • 승인 2010.11.17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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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경영과 소통하는 의료원

지난 9월 15일 제15대 우리 대학교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하정옥 교수(소아청소년과학교실)가 임명됐다. 하 원장은 한강 이남 최초의 여성 의료원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영남학원 재단 정상화 후 취임한 첫 의료원장으로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적자문제, 경영부실 등 영남대 의료원의 고질적인 암세포를 치료하기 위해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영대신문이 영남대 구성원을 대신해 하정옥 의료원장을 만나 물었다.

취임 당시 여성의료원장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영남대뿐 아니라 한강 이남 최초의 여성의료원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의과대학과 같은 전문직사회에서는 성별이 크게 중요하지 않다. 병원의 CEO를 뽑는 과정에서 사람의 인품, 능력, 리더십 등 성별 외에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교수직을 수행하며 진료하고 연구하고 교육하는 과정에서 여성이 가지는 장점 또한 많았다. 여성교수라는 이유로 차별받았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다만 대구라는 지역적인 특성상 여성의료원장이 이슈가 되는 것 같다.

취임한 지 2달 정도 됐다. 어떤 일을 진행하고 있나. 

내일 모레면 취임한 지 정확히 2달째가 된다. 그동안 약 30여 개의 팀별로 각 팀 팀장과 팀원들이 생각하는 영남대 의료원의 현안 문제, 업무상 애로점, 건의사항, 단·중·장기 계획을 프레젠테이션하도록 하고 함께 논의했다. 마찬가지로 지금은 임상 각 과별로 교수님들과 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합하고 있다. 11월 말까지 이 작업을 끝내고 이를 통해 앞으로의 의료원 운영 방안이 구체적으로 세워질 것이다.

참고할 만한 안건이 있었나

건의사항 중 질환별 센터화를 통해 좀 더 효율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예를 들어 원스톱 서비스 체제를 통해 아침에 CT를 찍고 그날 오후 검사 결과를 받고 곧바로 외과의사와 수술 날짜 잡는 것까지 하루에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재단 정상화 후 처음으로 임명된 의료원장이라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정상화 이전과 어떤 차이가 있나

지금까지 2년마다 행해지는 선거 때문에 보직자들이 너무 자주 바뀌다 보니, 교수들 사이에서 학연, 지연 등 파벌이 조성되는 문제가 있었다. 모든 구성원이 화합하는 차원보다 그렇지 못한 방향에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고 본다. 때문에 정책의 일관성 또한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재단 정상화 후에는 의료원장추천위원회를 통하여 의료원장을 선출해 직접 후보자들이 선거운동을 하는 등의 과정이 없어 이러한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고 생각한다. 

재단 정상화의 명분으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부분이 책임 경영이다. 앞으로 의료원 경영에서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둘 것인가.

제일 중요한 것은 ‘투명한 경영’이다. 수익과 지출 등 예산집행에서의 투명성을 중요시하고 이를 위해 교직원과의 지속적인 의사소통을 해 나가겠다. 구성원 모두가 의료원의 재무 구조를 파악하고 힘을 모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우리 대학교 의료원의 경우 비슷한 규모의 다른 병원과 비교해 의료 수익은 비슷한 반면 의료비용, 즉 지출이 많아 적자를 내고 있었다. 재단 정상화 후 첫 의료원장으로서 경영 내실화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의료진의 입장에서 환자를 위해 어떤 약을 써야 하는가 판단할 때, 병원에 재정적으로 불리하더라도 환자를 위한 선택을 해 왔다. 지금까지는 병원에 되도록 많은 수익을 남기겠다는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더라도 환자의 증상과 상황에 맞는 적합한 약을 사용해 왔다고 생각한다. 재단이 없는 상황에서 이러한 진료 행위에 대한 제약 없이 매우 자유로웠던 것이다. 경영적인 측면보다 환자 우선적인 진료로 인해 적자가 난 것도 크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부터는 환자를 위한 양심적인 진료와 함께 경영자적 마인드 또한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다. 환자를 위한 것과 병원 경영을 위한 것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도록 하겠다. 

2009년 우리 대학교 의료원 결산을 보면, 비슷한 규모의 계명대 동산병원에 비해 인건비 지출이 많다. 특히 전문의의 경우 1인당 평균 연봉이 4,500만 원 가량 높다.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대학교 의료원이 수년간 심한 노사 갈등을 겪으면서 전체적으로 인건비가 높아졌다. 특히 직급이 높은 쪽보다 낮은 쪽의 인건비가 높아졌다. 때문에 다른 병원들에 비해 전체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크다. 현재 의료원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어떤 분야에서든 인력 증원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또한 인건비 비중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1983년도 영남대 의료원 개원 후 27년간 의료진과 직원들이 세대교체 되지 않고 직급만 계속 올라 인건비가 갈수록 늘어났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퇴임하는 분도 차츰 생기고 세대교체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가 다소 해결될 것이다.

의료원 경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써 노사 갈등을 이야기했다. 앞으로의 노사 관계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취임식 때도 이야기했지만 노와 사가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모든 교직원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소외된다거나 뭔가를 박탈당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겠다. 또 가능한 한 직원들의 복지를 증진하도록 노력하겠다.

주변에서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것 들어주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서 요구하는 부분은 들어줄 수 없다.

사실 영남대 의료원은 교내 구성원들조차 ‘의사들이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소 할 것인가

그 문제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쉬운 일일 수 있다. 사실 아픈 사람은 ‘아’ 하면 괜찮을 것이 ‘어’ 하면 섭섭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는 끝없이 환자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하고 또한 이를 통해 우리도 성숙해 가고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경우 수업을 할 때에도 학생들에게 환자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대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전공의, 레지던트, 간호사 등 모든 직원이 환자가 있기 때문에 우리가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앞으로 구성원들과 이러한 뜻을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우리 병원에 한 번이라도 와본 사람은 친절함에 감동받아 우리 병원 홍보대사가 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내 목표다.

또 사소하지만 우리 의료원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가 주차문제이다. 임산부가 혼자 병원에 왔다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경우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병원까지 걸어 들어오기가 매우 곤란하다. 때문에 필요한 환자에 한해서 병원 바로 앞에서 발레파킹서비스 실시를 생각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어렵지만 언젠가는 꼭 시행하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영남대학교 구성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영남대 의료원은 지난 몇 년간 심한 노사갈등을 겪으면서 운영진이 자주 바뀌고 지역의 다른 병원에 비해 경쟁력이 많이 떨어졌다. 계명대는 성서에 새로운 병원을 짓고 있으며 경북대는 암센터를 신축하였다. 우리도 병원의 발전을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들어 왔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재단이 정상화됐고 책임 경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됐기 때문에 모두가 힘을 합하고 투명경영을 실천하고 구성원 간 소통을 통해 잠재력을 이끌어 낸다면 또다시 명문 의료원으로 재도약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영남대 동문께서도 물론 병원에 오는 것은 안 좋은 일이지만 부득이 병원을 찾을 일이 생기면 영남대 의료원을 찾아 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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