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심’ 총학생회, ‘학생권’ 역할 어느 정도 했나?
‘유심’ 총학생회, ‘학생권’ 역할 어느 정도 했나?
  • 이광우 기자
  • 승인 2010.11.17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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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심’ 총학생회는 역대 총학생회 중 가장 짧은 임기인 9개월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이번 총학생회의 공약 이행도와 유심선본이 내걸었던 ‘학생권’으로의 역할에 어느 정도 충실했는지를 평가했다.

◆학기 중 출범, 한대련 탈퇴… ‘유심’ 총학생회의 특수성=우선 ‘유심’ 총학생회와 관련해 ‘학기 중 출범’과 ‘한대련 탈퇴’라는 특수한 상황이 둘러쌌다. 작년 선거기간에 벌어진 두 차례의 선거 파행으로 4개월 간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총학생회 역할을 대신했다. 그리고 개강 후 새롭게 선거를 실시해 ‘유심’ 총학생회가 당선됐다. 그러나 전 총학생회가 임기를 마친 지 5개월이 지났을 뿐더러 비대위에 참석한 단과대 학생회장은 내집 살림살이에 바빴다. 박현재 부총학생회장(경영3)은 “겨울방학 때 인수인계를 받지 못했고 비대위로부터 그 어떤 정보도 얻지 못해 총학생회의 운영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밝혔다.

또한 임기가 시작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4월 5일, 학과 학생회장으로 이뤄진 전교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에서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탈퇴’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박 부회장은 “당시 한대련을 전혀 모른다는 의견이 다수일 정도였고 큰 이점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다수였다”라고 밝혔다.

이번 총학생회의 전 정책위원장인 이시훈 씨(사학4)는 “한대련의 탈퇴가 총학생회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 씨는 “특히 올해 내에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가 설치되지 못한 것은 한대련을 통해 전국적인 설치운동 등 결집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제43대 유심 총학생회 공약 이행표(11월 17일 기준)

 

 

 


 

 

 

 

 

 

 

 

◆등록금 분야 공약 4개 모두 시행 못해=이 같은 배경 아래에서 ‘유심’ 총학생회는 복지·문화, 등록금, 교육환경, 취업, 학생회 그리고 정치·사회 분야로 나누어 총 30개의 공약을 발표했다. 출범 당시 32.94%의 낮은 지지율과 짧은 임기로 인해 공약을 잘 이행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11월 17일 현재 ‘유심’ 총학생회의 공약 이행도는 30개 중 19개 시행으로 63.3%를 기록했으며 올해 말까지 총 21개의 공약이 시행 된다.

특히 복지·문화 분야의 경우 총 9개의 공약 중 7개가 시행 완료 또는 시행 중이며 나머지 2개의 공약 또한 올해 내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중 ‘YU FUN사업’은 현재 약 30여 곳의 업체가 선정돼 이르면 다음 달 쿠폰이 배부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학생회 분야의 공약은 총 6개의 공약 모두를 시행했는데, 이 중 ‘클린 학생회’는 학생회비의 사용 내역을 인터넷 상에 공개해 총학생회에 대한 불신을 종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등록금 분야의 경우 단 하나의 공약도 이행하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등심위 설치의 책임이 내년 제44대 총학생회에게 넘어간 상황이다. 본부와의 협의가 잘 진행되지 않아 아직까지 구체적인 구성이 짜여있지 않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의 한 관계자는 “본부가 의도적으로 늑장대응을 하고 있어 올해 내에 등심위를 설치할 수 없었다”라고 했다.

또한 현재 시행되고 있는 등록금 분납제도를 3번 나누어 내도록 하는 ‘등록금 3분할제’ 역시 본부와의 논의는 거쳤으나 더 이상 진전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우병진 학생지원팀장은 “등록금 3분할제의 경우 예산편성 등의 여러 문제와 겹쳐 시행 가능성이 낮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학기부터 바뀐 수혜비 납부방식으로 학생회비가 현저히 줄어 각종 공약 시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기존에는 수혜비 선택기간이 존재했으나 이번 2학기부터 수혜비 납부여부를 등록금 고지서 출력 시 선택할 수 있도록 변경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 1학기의 경우 학생회비를 총 3천 7백 67만원을 거두었는데, 수혜비 납부방식이 바뀌자 총 학생의 48%만이 납부해 1천 4백 10만 6천원밖에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학기 예비군 간식 지원 사업은 부득이하게 실시하지 못했다. 박 부회장은 “다음 달 기말고사 기간에 학생들에게 간식을 나눠줄 수 있을지도 걱정이다”라고 밝혔다.

◆본부와 재단의 활동에 대해 적극적 의견 개진 부족=‘유심’ 총학생회는 출범 당시 ‘학생권’이라는 새로운 기치를 내걸었다. 학생권이란 기존의 운동권이나 비운동권과 달리 실현 가능한 공약만을 내걸고 학생들을 위한 활동만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즉 학내 사안에 대해 주력하겠다는 입장으로, 많은 학생들은 총학생회가 재단이나 본부의 행보에 견제역할을 충실히 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출범 당시 박성곤 총학생회장(도시공4)은 “재단과 총학생회의 관계에서 타협이란 없어야 된다”며 재단에 대해 견제할 뜻을 밝혔었다.

그러나 재단이 총장 선출제도를 변경하는 등 많은 활동을 펼치는 동안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에 대해 박 부회장은 “시위나 성명서보다는 대화로 풀어나가길 원했으나 재단에서 우리와의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시위 등을 펼친다면 기존 ‘운동권’과의 차이가 없을 것이란 판단 하에 적극적인 활동은 펼치지 못했다”라고 했다.

이처럼 이번 총학생회는 ‘학생권’이라는 목표의 추구보다는 운동권으로 인식되지 않으려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박 부회장은 “총학생회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학생권을 표방한 점도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하지만 기존 운동권의 문제점이었던 학생 복지의 소홀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중심을 이루었다”라고 했다.

이시훈 씨는 “총학생회 관계자와 몇몇 단대 회장이 모여 ‘좋은학교만들기운동본부’를 만들어 재단의 활동에 대해 비판하는 활동은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하지만 며칠 후 본부로부터 일방적으로 플래카드가 철거당하기도 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박 부회장은 “촉박한 임기로 인해 공약 시행의 결과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학생들에게 이번 총학생회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지 못한 것이 아쉽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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