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제대로 보기-기사에 감춰진 90%를 보라!
신문 제대로 보기-기사에 감춰진 90%를 보라!
  • 조선영 기자
  • 승인 2007.04.10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언론대구시민연대 허미옥 사무국장을 만나

언론은 ‘세상보기’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60억 인구가 사는 지구의 각각의 모습을 언론을 통해 바라본다. 하지만 하루에는 무수한 사건사고들 속에서 언론을 통해 보여지는 것은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의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사실들을 보더라도 언론이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전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언론 중에서 가장 대표할 만한 것이 바로 신문이다. 최근에는 영상매체의 비중이 커지고 있지만 예로부터 전통적인 언론신문의 의제설정 효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신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언론개혁의 무풍지대 대구경북 지역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참언론대구시민연대 사무국장인 허미옥 씨를 만나 <신문 바로보기>라는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문, 사회현안을 집중적으로 분석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인쇄매체의 지형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인쇄매체의 하나인 신문의 경우 매년 신문구독률이 10%씩 낮아지고 있다. 과거 방송이 생겨날 때 라디오는 죽는다고 했지만 라디오는 자신만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종이신문이 영향력을 유지기 위해서는 ‘어디에 더 중점을 둘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고 ‘신문이 왜 중요한가?’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신문의 영향력은 낮아지고 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 신문의 영향으로 예사롭지 않은 영향력을 과시한다며 이어 허 사무국장은 신문의 장점에 대해 “신문은 사회현안을 압축해서 묘사한 뛰어난 글과 편집으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중앙일보에서 ‘루게릭병’을 보도한 후 우리나라의 의료 복지제도가 변화한 것을 들 수 있다. 그리고 ‘기록문화 시리즈’를 다뤄 한국 기록문화의 부실함을 꼬집은 세계일보의 기사를 들었다. 이어서 사회현안을 가장 집중적으로 분석해 압축하고 글로 풀어내는 ‘읽기문화’의 변화가능성에 대해 말했다.
 사람들이 읽으면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데 신문이 큰 도움될 수 있다. 그리고 신문은 사회의 제도까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의 신문은 속보나 단순한 보도기사에 만족했다. 이제 신문의 정체성을 찾아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허 사무국장은 “신문이 고유영역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탐사보도의 중요성이 커져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저널리즘의 본연의 기능을 회복할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신문의 기능 중 하나인 권력 감시기능은 다른 매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문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크다.
 신문은 우리사회에서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앞의 중앙일보의 루게릭 기사의 경우가 긍정적인 예라면 부정적인 예도 많다. 그 대표적인 예가 사건의 본질을 축소시키는 신문의 용어이다. 북미관계라는 용어를 살펴보자. 한미관계를 설명할 때 신문은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명칭을 사용한다. 그러나 북미관계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명칭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국가로의 정당성을 부인하게 된다. 조미관계라고 해야 맞다. 그리고 ‘클린턴 북한 방문’이라는 용어를 살펴보자. 엄연히 두 국가의 정상회담이지만 방문으로 표현하는 데 그치고 있다. 허 사무국장은 “이러한 표현들은 사람의 판단을 축소시켜 신문의 영향력을 악용한 사례라 할 수 있으므로 독자는 언론을 다르게 보고 다르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편집기자가 취재기자보다 중요해
 손석춘 씨의 책 ‘신문읽기 혁명’을 보면 ‘편집을 읽어야 기사가 보인다’고 말할 정도로 편집은 신문의 핵심이다. 허 사무국장은 “편집은 또 하나의 새로운 ‘창조적인 예술’이다”라고 말했다. 과거 정보가 철저하게 통제된 시기에 언론들은 그들의 정치지향에 따라 주요사건을 왜곡하거나 폄하했던 경향이 있었고 최근에도 이어지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과거나 현재나 ‘정보편식’이 편집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사는 ‘독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편집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언론에 대해...
 대구경북 지역에는 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 대구신문, 경북일보, 신라일보 등의 신문들이 있다. 광고협회 독자조사에 따르면 유일하게 대구와 부산지역이 지역신문의 영향력이 중앙지에 비해 크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구지역언론의 영향력은 어떨까?
 대구지역언론의 가장 큰 문제에 대해 허 사무국장은 “정치적인 성향이 비슷해 지역의 정치적 지향에도 영향을 줘 악순화의 고리가 끊어지질 않는다”고 말했다. 더불어 주 독자층이 보수적인 40대로 정치적 지향은 변화시키는 데 겪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중앙일간지의 과도한 시장 진입으로 지역시장이 형성되지 않는 것도 문제이며 대구경기침체로 인한 광고수입감소가 지역신문의 발전에 걸림돌”이라고 설명했다.

기사는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해야
 신문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객관적인 사실만을 전달하기보다 기자가 취재할 기사의 소재를 선택하고 편집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관에 따르기 때문에 사이보그가 아닌 이상 신문의 기사를 객관적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허 사무국장은 객관적이지 않는다는데 동의하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과 열린우리당 박찬석 (비례대표)의원이 대담을 한다고 가정해 설명했다. “사람들에게 ‘누구의 말을 더 믿는가’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책실현의 가능성이 높은 박근혜 의원의 말에 주목할 것”이라며 “말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은 지위에 의해 결정된다”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바로 ‘왜?’에 대한 관점을 가지는 것이다. 허 사무국장은 “먼저 독자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신문을 보는 그들의 경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프랑스 르몽드지는 엘리트를 대상으로 신문을 발행하고 있으며 한겨레는 정책전문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신문은 독자들도 다르고 신문사가 지향하는 점도 다르기 때문에 객관적이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신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에 허 사무국장은 “독자는 언론이 만든 10%밖에 되지 않는 세상에서 나머지 90%를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요즘 언론계의 현실에 대해 말했다. “현재 언론계에는 일반 대중을 위하는 진정한 저널리스트보다 강남지역의 부유한 언론인들이 많다보니 서민에 대한 관심보다 자기가 원하는 기사만을 쓰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기자나 신문들이 정보편식 문제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허 사무국장은 “그러므로 모든 사안을 독자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라며 신문의 10%가 아니라 90%를 보려는 눈을 키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해 바라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허 사무국장은 “모든 상황은 상대적이다”며 ‘컵의 물’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우리는 컵의 물이 반이 있는데 ‘반이나 있네’ 또는 ‘반밖에 없네’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보다 먼저 그 물이 줄어드느냐 늘어나느냐를 확인해 본다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면서 “결국 세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상대적”이라며 “기본가치관 속에 상황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좋다”라는 말로 인터뷰의 끝을 맺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