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자율성 ≥ 공공성?
사립학교, 자율성 ≥ 공공성?
  • 김명준 편집국장
  • 승인 2010.11.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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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이사제, 대학평의원회와 같은 대학민주화의 중요한 성과물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폐지될 위기에 처했다. 한나라당 조전혁 의원은 개방형 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가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표면적 이유를 내세워, 이를 폐지하기 위한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에 군불을 땠다면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는 부채질을 하고 있다. 조전혁 의원이 추진 중인 안과 유사한 내용의 사학진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과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이토록 눈엣가시처럼 생각하는 개방형 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는, 2006년 사학법 개정을 통해 사립대학 내 재단 전횡을 막고 학내의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때문에 야당과 많은 교육관계자들은 이번 개정안이 사립학교에 대한 공적규제를 완전히 풀어버리는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사학법을 둘러싼 소위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사이의 갈등은 골이 깊다. 한나라당은 2005년 개방형 이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두고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그 과정에서 박근혜 의원은 제도도입을 반대하기 위해 53일간 장외투쟁까지 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 또다시 사학법 개정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이러한 대립구도를 관통하는 철학은 바로 대학의 자율성 보장과 공적규제 중 무엇이 중요한가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대학의 자율성 보장 이라는 개념 속에는 중요한 모순이 숨어 있다.

첫째로, ‘자율’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점이다. 대학에서 필요한 자율성은 대학구성원 전체를 위한 것이어야지 소수 권력층의 전유물이어선 안된다. 때문에 진정한 대학의 자율성은 민주적 대학운영이 이루어질 때에야 비로소 실현된다.

둘째, 사학재단의 자율적 운영이 낳는 부작용이 심하다는 것이다. ‘사학비리’라는 단어는 언론에서 너무 많이 언급돼 사학재단 관련 고유명사처럼 느껴질 정도다.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우리 대학교도 과거 비리의혹으로 당시 박근혜 이사장이 물러난 역사가 있다. 상지대도 입시부정으로 물러난 김문기 전 이사가 다시 학교로 복귀해 분란이 일어났다.

또한 대학의 공공성을 감안할때 꼭 횡령, 입시부정, 족벌운영 만이 문제가 아니다.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을지라도 대학운영 전반에 걸쳐 재단을 견제하는 기구가 필요하다.

개방형 이사제와 대학평의원회는 분명 대학의 민주적인 운영을 위해, 학교운영에서 재단의 독주를 막고 견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이다. ‘교무회의에서 결의한 사항을 재심의하는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에 행정 전반에 어려움이 있다’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의 성명은 이 제도를 폐지할 수 있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실제로 대학평의원회는 단순히 학교운영과정에 ‘귀찮은 과정’쯤으로 여겨지고 거의 사문화된 대학 또한 많다. 오히려 대학평의원회가 원래 입법취지에 맞게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법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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