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천국 낙동강 해평습지의 삽질, 당장 멈추시오
철새 천국 낙동강 해평습지의 삽질, 당장 멈추시오
  • 정수근(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사람들)
  • 승인 2010.11.03 1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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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말 며칠에 걸쳐 가 본 낙동강 해평습지의 모습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매년 이맘때면 천연기념물 흑두루미, 재두루미, 큰고니 등이 날아드는 철새들의 낙원 해평습지엔 철새들은 없고 수십대의 굴삭기와 덤프트럭들만이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그들은 낙동강의 물길을 막고 해평습지의 넓은 모래톱을 전부 들어내고 있었습니다.

철새도래지 해평습지라는 대형입간판만 외로이 현장을 지킬 뿐 그곳은 더 이상 철새들의 낙원도 쉼터도 아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해평습지를 찾은 천 여 마리의 쇠기러기 무리는 온통 공사장으로 변한 해평습지의 모습을 보고 앉을 곳을 찾지 못하고 상공에서 ‘방황’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방황하다 겨우 앉은 곳도 너무 위태로워 보였습니다. 불과 수십 미터 앞에서 대형 굴삭기들이 강바닥을 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철새천국 해평습지는 지금 중장비천국 이 돼버린 것입니다.  

이것이 지금 영남의 젖줄 낙동강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입니다. 4대강 사업으로 낙동강  전 구간이 거대한 토목공사장이 되어버렸습니다. 철새들 대신 낙동강에 들어찬 수많은 굴삭기와 덤프트럭들이 강물을 막아놓고 10미터가 넘는 8개의 거대한 댐(보가 아닌)을 세우고, 낙동강 전 구간의 강바닥을 6미터 깊이로 파내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낙동강은 지금 강 전체가 거대한 공사장입니다. 

그러나 해마다 10월이면 낙동강은 월동을 위해 날아드는 철새들로 물들었습니다. 특히 대구 달성습지와 구미 해평습지는 해마다 날아오는 철새들로 장관을 연출했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달성습지와 해평습지는 수백 대의 굴삭기가 강을 점령한 채 더 이상 철새들이 깃들 수 없는 불모의 공간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것이 강 살리기인가요?

지금이라도 이 죽임의 사업을 중단시켜야 합니다. 철새들과 뭇 생명들이 깃들 수 없는 곳엔 인간들도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습니다. 지금 철새들의 낙원 낙동강으로 나가서 4대강 사업으로 죽어가는 낙동강의 모습과 ‘방황하는’ 철새들의 모습을 확인합시다. 이런 현실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도록 해서 더 많은 이들이 낙동강을 찾을 수 있도록 합시다. 11월 8일(월) 해평습지에서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고, 낙동강과 뭇 생명들의 평화를 기원하는 생명평화미사가 봉헌됩니다. 우리 함께 외칩시다. 철새들의 낙원 낙동강 해평습지의 삽질, 제발 멈추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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