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사회와 G20 - 21조의 환상과 500억의 현실
공정 사회와 G20 - 21조의 환상과 500억의 현실
  • 편집국
  • 승인 2010.11.03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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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G20의 화두는 간단하다. 애국심과 선진국 진입이다. 정부는 수십조 원의 경제효과를 선전하고 김연아와 박지성을 내세워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있다. 보리 고개를 넘고 식민지를 견뎌내며 IMF의 혹한을 경험한 우리로서는 쉽게 거부할 수 없는 화두들이다. 게다가 G20의 경제 효과가 적게 잡아도 21조원이라니, 지난 토론토 G20회의의 보안 유지비 1조 원을 다 쓰더라도 수지맞는 장사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토론토 시민들의 70%는 “G20 개최가 실수”라고 후회하고 있으며, 한 지식인은 직접적 수익은 주로 고급 호텔의 숙박비에 해당하는 500억 원 정도에 불과했다고 꼬집는다. G8 국가인 캐나다보다 ‘월등히 나은’ 우리 국력을 믿어보기로 하고 이왕 개최하기로 한 것 잘 치루어 많은 이득을 챙기는 게 좋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이번 회의의 한 주제가 개도국의 지속 가능 개발인데, 우리는 왜 이런 장소에서 돈 벌 궁리만 하고 있는가? 그 대답은 G20의 본질에 있다.

G20은 1990년대 금융위기에 대처하되, 신흥시장국들이 세계 거버넌스의 중심에 제대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출범 초기 G20은 G7과 신흥시장국들의 합의를 통해 국제금융위기를 해소해나가며 G7과는 독립적으로 운영한다고 공식 천명했다.

그러나 G20의 구성은 그렇지 못했다. 직접적 자본통제나 정부의 시장개입을 주장하는 말레이시아와 홍콩 및 소규모 신흥시장국인 싱가포르와 태국 등이 제외되고, 몇몇 지역 강국들과 EU 및 IMF와 World Bank가 추가된 것이다.

이것은 G7이 추동하는 자본이동의 자유화와 세계화가 지속되리라는 전망을 기정사실화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금융 현안에 관한 실질적 정책은 IMF가 결정하고 G20은 G7의 주도 아래 신흥시장국들의 합의 유도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현실화했다.

G20의 활동도 다르지 않다. G7 중심의 금융안정포럼(FSF)이 1999년부터 강화 논의에 붙여져 2008년 런던 G20회의를 통해 금융안정위원회(FSB)로 확대돼 더 강력한 금융규제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작년 제2차 런던 정상회의에서도 재정확대를 통한 거시경제정책 공조, 신흥개도국에 대한 보호주의 저지와 금융규제 강화 및 IMF 재원확충이 합의되었다. 반면, 유엔이 10년 동안 추진해온 ‘새천년개발목표(MDGs)’는 아직 공식 의제로 채택되지도 못했다.

아시아 신흥시장국가로 참여하는 한국이 G20 내에서 G7에 대항해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은 당연한 귀결이지 않겠는가? 더욱이 IMF 환란을 가까스로 극복한 상황에서 국제금융 거버넌스에 참여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려는 노력은 가상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 실제 경제효과도 의심스럽지만 G20을 앞두고 “이웃 사람이 굶어죽는데 나라가 행복할 수 있을까?”라는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대사가 생각나는 것은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은 것인가?

서울 G20을 앞두고 정부는 대회질서 유지를 명분으로 회의장 주변의 집회와 시위를 금지하고 노점상과 이주노동자, 노숙자 등 서민 중의 서민들을 통제하고 있다. 함께 잘 살자는 ‘명분’을 가진 G20의 의장국에서, 지금보다 더 못 살 수 없는 이웃들을 보듬고 가는 ‘서민을 위한 정치’와 ‘공정 사회’의 미덕은 실종되고 있다.

오히려 ‘더 나은 G20’은 이들의 포용과 감시로 가능하지 않을까? G20의 의장국에서 G20으로 인해 탄압받는 억울한 이들이 없어지고, G7과 신흥시장국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인 G20에서 빈국의 배고픔을 해결하고 개도국의 경제위기를 극복하며 진정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이 의제화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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