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적 예측에 가려진 G20 정상회의의 진실
희망적 예측에 가려진 G20 정상회의의 진실
  • 박준범 준기자
  • 승인 2010.11.0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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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개발국 배제, 국민의 기본권 침해 논란 제기돼
오는 11일과 12일 양일간 서울에서 제5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된다. G20은 ‘Group of 20’의 약자로 기존의 선진 경제국인 G7과 EU(유럽연합), 신흥 경제국 12개 나라의 대표가 참여해 주요 안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다.
역대 G20 정상회의. 다섯 번째 정상회의가 12일 서울에서 열린다.  

이번 회의에서는 워싱턴, 런던, 피츠버그 정상회의를 거치면서 논의 중인 기본 의제 ‘거시경제정책의 구조’, ‘국제금융기구 개편’, ‘금융구조 개혁’을 다루며 우리나라가 새로이 제시한 의제인 ‘세계 금융안전망’과 ‘개발 이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진다.

이번 정상회의에 대해 정부는 성공적인 회의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의 국가적 위상이 상승되고 그에 따른 파급효과도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진보단체 81개가 참여한 ‘G20 대응 민중행동’이 결성돼 회의기간 내내 대규모 반대시위를 예고한 상황이다.  

◆G20 정상회의, 주요 논의사항에 대해 결론 도출할 듯=G20 정상회의는 1997년 아시아의 외환위기 직후 국제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제적인 협력체제 발족의 필요성이 제기돼 1999년 금융위기 예방과 해결방안 등 경제 현안을 협의하는 모임으로 출범했다.

이후 2007년까지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회의로 진행되던 G20 회의는 2008년 미국 발 국제적인 금융위기로 큰 변화를 겪게 된다. 세계경제 문제를 시급하게 논의하기 위해 2008년 11월에 미국 워싱턴에서 제1회 G20 정상회의가 개최된 것이다.

그 다음 회의는 2009년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렸고 9월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제3차 회의에서는 G20 회의의 정례화를 합의했다. 이어 2010년 6월 토론토에서 열린 제4차 회의에서는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지 못하고 논의로만 끝나 주요 논의 사안의 결론이 이번 회의에서 도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G20 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열린 G20 청년 정상회의. /사진 : 뉴시스 

◆세계 경제위기의 구세주로 선택된 국제통화기금(IMF)=G20은 경제위기를 대처하는 과정에서 IMF에 금융 감독 권한을 부여했고, 경제위기 이후 각국의 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했다. 하지만 IMF는 경제위기에 처한 국가들에 대해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기업의 구조조정 및 민영화, 시장 개방, 규제 완화 등 신자유주의적 프로그램을 제시해왔다.

이에 따라 해당 국가의 성장을 저하시켰고 양극화를 심화시켰다. 지난 1월에 발생한 그리스 경제위기 때도 IMF는 시장 개방과 규제 완화 정책을 요구해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20은 IMF에 대한 평가나 개혁 없이 막강한 권한을 다시 부여한 것이다.

또한 IMF가 결정하는 사안은 85%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미국이 17.7%의 투표권을 가지고 있어 미국이 특정 사안에 대해 반대할 경우 그 사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다.

◆실효성 없는 합의안, 저개발국 배제…위기의 G20 회의=G20 회의는 전 세계 금융·경제위기에 대한 국제적 공조를 위해 탄생한 세계 경제에 관한 최상위 포럼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합의안이 도출된 적이 없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2010년 6월에 치러진 제4차 정상회의에서는 대규모 자본 이동을 막고 무분별한 은행의 투자를 막기 위해 은행에 세금을 부과하는 은행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각국의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시행한다’고 합의했다. 이처럼 G20 회의는 각 의제에 관하여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합의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G20 회의에는 주요 국가들의 시각에서 의제가 설정되고 있어 다양한 안건이 논의되기 어렵다. G20 회의는 정상회의를 개최한 5개국이 주도하는 운영위원회가 의제를 설정하고 참가국을 선정하기 때문에 국제금융기구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의해 큰 피해를 입은 저개발국가들은 배제되고 있다.

실제로 아프리카에서는 미국·영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만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의제나 합의안에 대해 비회원국인 저개발국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또한 국제 공조를 통해 해결되어야 할 시급한 사안들에 대해서도 외면하고 있다.

이어 G20 회의에는 도출된 합의 결과를 강제하거나 운영을 관리하는 제도적 장치나 수단이 없다. 따라서 현재의 수준으로는 새로운 전 세계적 위기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발생했을 때 이에 대응할 현실적 수단이 전혀 없다. 또한 G20 회의는 합의문을 제외하고 회의 내용과 진행 절차는 철저히 비공개를 고수하고 있어 비민주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사회진보연대 구준모 정책위원은 “G20 회의의 구성에 있어 저개발국이 빠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G20 회의는 임의적 기구이기 때문에 국가들을 감시하고 통제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그는 G20 회의의 실효성에 대해 합의한 결과를 각국에서 자율적으로 실행하기 때문에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G20 정상회의 개최로 인한 간접효과 21조에서 24조, 신뢰성에 의문 제기=지난 9월 15일 삼성경제연구소는 ‘서울 G20 정상회의와 기대효과’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는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에 따른 직접효과는 1천23억 원이며, 간접효과는 최소 21조6천억 원에서 최대 24조6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계량화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는 이를 훨씬 능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이를 연간 자동차(중형 승용차 기준) 1백만 대, 30만톤급 초대형 유조선 1백65척(1대당 1억1천만 달러)을 수출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라고 밝히고 있다.

이 보고서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치의 편차가 커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는 비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보고서 제작에 참여한 삼성경제연구소 이동훈 수석연구원은 “막연히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통계자료를 통해 경제학적으로 접근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세계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G20 회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에서 하는 비판이다. 보고서에 구체적인 자료가 제시되어 있지만 비판하는 사람들은 자료를 보지 않고 비판한다”고 했다.

반면 구 위원은 “여러 경제기관에서 발표하는 경제 보고서의 경제적 효과는 허황된 이미지이다”고 반박했다. 또한 그는 “이 같은 보고서의 자료는 편차도 크고 실제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신뢰성이 떨어진다. 이는 통계 프로그램을 통한 것이며 G20 정상회의를 광고하고 선전하는 효과를 얻고자 하는 의도이다”고 주장했다.

실제 2005년 부산에서 열린 APEC 회의 때도 경제 전문가들은 경제적 효과가 수십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부산광역시는 2008년 행정안전위원회가 실시한 국정감사에서 2조3천억 원으로 채무액이 광역자치단체 중 1위를 기록했다.

◆특별법 발효로 서울 전 지역 통제도 가능=대통령 경호처장이 경호안전지역을 설정해 검문·검색 및 출입 통제, 집회와 시위를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G20 정상회의 경호안전을 위한 특별법(경호특별법)’이 지난 달 1일부터 발효됐다. 이 특별법은 필요에 따라 군부대 동원도 가능하다는 점이 주목을 끈다. 현재 이 법에 따라 G20 회의장인 코엑스 일대에 일반인들의 접근이 통제되고 있다.

또한 회의 당일 반경 2킬로미터 주변에서 집회 및 시위가 금지되며 행사장 외곽에는 2.2미터 높이의 방호벽이 반경 6백미터 권역에 설치된다. 하지만 경호처장이 지정한 안전구역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서울 시내 전 구역을 임의로 통제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음향대포와 다목적 발사기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이유신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촛불시위 이후 정부의 집회 및 시위 제한에 대해 비판적 여론이 존재하는 만큼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고 했다.

◆공영방송 역할 제대로 못하는 KBS=지난 달 27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KBS노조)는 ‘G20 방송 광풍, 누구를 위한 것인가? 더 이상 기자, PD를 정권 홍보 도구로 전락시키지 말라!’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KBS노조에 따르면 “이미 방송됐거나 방송 예정인 G20 프로그램들 중 TV의 경우만 총 60여 편이며, 편성시간으로는 무려 약 3천3백 분이었다. G20 회의 홍보와 뉴스에서 다뤄지는 것까지 합하면 시간은 어마어마하다”고 밝혔다.

G20 정상회의를 위해 기자와 PD들이 동원 돼 홍보성 특집 방송에 집중하면서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이 KBS의 상당수 인력이 G20 회의 관련 방송에 투입되면서 정규 프로그램 제작에도 차질이 있다는 의견도 분분하다. 이처럼 언론이 G20 회의를 일방적으로 선전하는 것은 정권 홍보를 위해 앞장서고 있다는 우려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G20 정상회의는 전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를 함께 해소하자는 목적에서 논의가 진행됐다. 하지만 당초 목적과는 다르게 선진국의 입장만 반영돼 실질적으로 해결이 필요한 의제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논의를 거쳐 도출된 합의문은 추상적이고 모호해 실효성이 떨어진다.

G20 회의는 정례화에 합의했지만 도출된 합의 결과를 실행하는데 있어 강제성이 없으며 그에 따른 통제, 감시하는 권한도 없다. 따라서 G20은 앞으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합의를 도출해야 하며, 합의 결과를 강제하거나 관리하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현실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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