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대 오른 조용한 외교, 독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심판대 오른 조용한 외교, 독도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 이광우 기자
  • 승인 2010.11.03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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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일본과 중국 사이의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중국 어선 한 척이 일본 순시선에 나포돼 양국 간에 영토분쟁이 발생했다. 첨예하게 대립하던 두 국가는 결국 일본이 선장을 석방하는 것으로 갈등의 확산을 막았다. 이에 대해 중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사실상 중국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약 한 달간의 힘겨루기 과정에서 중국은 적극적으로 센카쿠 열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공세를 펼쳤다.

이번 중·일간 영토분쟁은 ‘조용한 외교’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의 독도 영유권 분쟁 대응 방식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된다.

◆독도 영유권 분쟁의 주목할 선례가 될 센카쿠 열도 분쟁=센카쿠 열도는 지난 1895년 일본이 편입한 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하자 미국이 관리했고, 1972년 반환되면서 지금까지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 이곳은 1971년 중국과 대만이 동시에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문제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일본이 등대를 설치하면서 영토 분쟁이 심화된 곳이었다.

이 상황에서 어선 나포사건이 일어났고, 중국과 일본은 외교적 냉각기를 걷고 있다. 이처럼 일본은 중국과는 센카쿠 열도, 러시아와 쿠릴 열도 4개 섬, 그리고 우리나라와는 독도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분쟁이 동북아시아 영토 분쟁의 대표적 선례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우리 대학교 독도연구소 김호동 교수(국사학과)는 향후 독도 분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현재 중·일간 사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비슷한 상황이 독도에서 벌어질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연구 중이다”고 밝혔다.

지난 달 5일부터 7일까지 경상북도의 주최로 대구·



◆조용한 외교, 오히려 독이 될 수도=이 같은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우리나라 정부의 독도에 대한 방침이 속칭 ‘조용한 외교’이기 때문이다. 조용한 외교란 일본이 독도와 관련되는 움직임을 보이면 이에 대해 항의하거나 성명을 발표하는 정도의 비교적 차분한 대응방식을 의미한다. 역사적인 부분 등은 상이하지만 실효적 지배라는 점에서 유사했던 센카쿠 열도 분쟁의 경우에도 일본은 분쟁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었다. 그렇기에 조용한 외교가 과연 유사시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영유권을 부정하는 주장에 대해 차분하고 단호한 외교를 전개할 것이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외교통상부 홈페이지를 통해 “고유 영토에 분쟁은 존재하지 않으며 어느 국가와의 외교 교섭이나 사법적 해결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조용한 외교 노선을 확고히 하고 있다.

 조용한 외교를 하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호동 교수는 “섣불리 대응하거나 과민하게 반응할 경우 오히려 일본의 전략에 빠져들 수 있으므로 조용한 외교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먼저 나설 이유가 약하며, 자칫하면 국제적으로 영토 분쟁지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번 분쟁을 살펴보면 일본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공세에 밀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제는 독도에 대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는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이유신 교수(정치외교학과) 또한 조용한 외교 노선의 수정이 필요함을 밝혔다. 이 교수는 “당초 조용한 외교에 대해서 긍정적이었으나 이번 사건을 봤을 때 의미가 약해지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어 “만약 독도에서 센카쿠 열도와 같은 분쟁이 발생한다면,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은 없을 것이다”며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이 교수는 ‘비례적 상승’(Proportional Escalation)이라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향후 독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좋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비례적 상승’이란 상대국의 움직임에 비례해 대응하는 방식으로, 과거 베트남전에서 미국이 사용한 방식이다. 조용한 외교와 적극적 외교의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교수는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을 택한 미국이 결국 패전한 만큼 수정된 ‘비례적 상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 상황에서는 연구와 교육의 확대가 가장 시급해=또한 조용한 외교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연구의 활성화 및 상호 연계가 필요한 상황이다. 김 교수는 “산재하는 자료는 많을지 몰라도 실제 연구량이나 교육은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우리 대학교 독도연구소에서는 정기 세미나 및 전시를 통해 시민교육을 하고 있으며 계속해서 독도와 관련된 사료들을 분석하고 있다.

한편 독도연구소는 내년에 진행되는 일본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개정에 대비하기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및 동북아역사재단 등 유관기관과 함께 대응방안 및 홍보 프로그램을 계획 중이다. 특히 과거와 달리 일본의 사료에 대한 분석을 확대하고 있다.

그는 “일본의 주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일본의 사료들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는 교육과 연구가 협력해 시너지효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했다. 독도연구소 김수희 교수(교양학부)는 “정부의 발 빠른 외교 정책도 필요하지만 국민을 대상으로도 많은 교육 및 홍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 대학교 총학생회는 지난 2008년부터 매년 울릉도·독도 탐방을 진행 중이다. 올해 70여 명의 독도 답사단을 꾸려 울릉도 및 독도를 답사했던 신승규 총학생회 연대사업국장(언론정보2)은 “맹목적으로 ‘우리 땅’을 외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왜 우리 땅인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독도 선착장에서 바라본 독도 일대의 모습



한편 우리나라 국민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독도에 대한 교육 및 홍보를 해야 한다는 입장에 따라 경상북도의 후원 하에 외국인 독도 탐방 프로그램이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 거주 중인 외국인이 본국에 돌아갔을 때 독도에 대해 알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독도연구소는 각국 외교관들과 함께 울릉도에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이들과 함께 독도를 견학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말 그대로 ‘백문이 불여일견’이기 때문에 독도를 방문했었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달 5일부터 7일까지 경상북도 주최, 대구 CBS의 주관으로 대구·경북지역 외국인 유학생 울릉도·독도 탐방도 실시됐다. 이번 탐방은 대구·경북지역 9개 대학 1백 명의 유학생을 대상으로 열렸다. 울릉도와 독도를 탐방하고 전문가 특강과 독도 및 대한민국 홍보 토론회 등이 진행된 이번 행사에 대해 당시 참여한 유학생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빈 씨(국어국문 석사 4기)는 “독도 영유권 문제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알게 됐다”며 “재한 외국인에게 독도가 한국의 영토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에 아주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또한 금오공과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유리 씨(산업경영 석사 2기)는 “외국인에게 어떻게 한국의 문화를 알리며 설득시킬지 의견을 나누고 방법을 들은 것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며 “한인 3세인 나에게 하나의 자부심을 가져다 준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특히 많은 유학생들은 아직까지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이 외국에 잘 알려지지 않았고, 그나마 접근할 수 있는 자료들도 부족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독도 문제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대한민국 정부의 독도에 대한 기본입장’이라는 PDF자료를 10개 국어로 제작해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외국을 상대로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선 일본에 비해 턱없이 빈약한 것이다.

이유신 교수는 “외국의 학자들이 독도 문제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영어로 논문을 작성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외국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도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금오공과대학교에 재학 중인 캬슈모프 야수르(산업경영 석사 2기)씨는 “우즈베키스탄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지역에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를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많은 유학생들이 화폐에 독도를 담거나 저학년을 대상으로 한국과 독도를 홍보하는 책자나 영상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서 씨는 “한국인들의 독도에 대한 열정이 매우 존경스럽다”고 밝혔다. 그녀는 “자국에 대한 사랑이 외국인인 나에게는 아주 충격적이고도 부럽다”며 “이같은 열정은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확고히 할 것이다”고 했다.

 

우리 대학교 외국인 유학생과 기자단이 경북대학교 이정태 교수(정치외교학과)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독도에 대한 조용한 외교 노선이 지니는 한계점을 보완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센카쿠 열도 분쟁을 계기로 향후 일본이 독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지는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더욱 현실적이고 확실한 정부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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