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인사하는 버스기사 이기수 씨
먼저 인사하는 버스기사 이기수 씨
  • 석재민 준기자
  • 승인 2010.11.03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영화제작이 내 꿈

보통 ‘버스 운전사’하면 불친절하고 난폭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버스가 ‘대중’적인 교통수단이라 버스 운전사가 다른 운전자나 승객과 다투는 것을 많이 봤기 때문일 터. 한번 굳은 고정관념을 깨기란 참 어렵다. 현재 학내에서 사월행 버스운행을 맡고 있는 이기수 씨는 고정관념을 깬 사람이다.

지난달 25일, 운행 중 이기수 씨가 베푼 친절을 칭찬해 달라며 본사에 제보가 왔다. 뿐만 아니라 그의 따뜻한 언행은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져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자신이 할 일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에게 한 발짝 더 다가가 가족처럼 대했다는 이기수 씨. 첫 인상부터 남달랐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우리 대학교 셔틀버스 기사 이기수 씨. 그의 친절함은 이미 곳곳에 소개됐다.

◆ 그는 날개없는 천사?=이기수 씨는 셔틀버스 기사를 하기 이전에 시내버스 운전을 했다. 그때 당시에도 그의 친절함은 유명했다. “전 손님이 탈 때나 내릴 때나 항상 먼저 인사했어요. 만약 나이가 많이 드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짐을 가지고 타시면 매번 운전석에서 일어나 짐을 들어드리곤 했죠. 내릴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그리고 버스기사들 사이에서 ‘고객 블랙리스트’가 있습니다. 버스기사들끼리 떠도는 ‘언제, 어떤 정거장에 누가 타는데 절대 태우면 안된다’라는 소문 말이죠. 그럼 저는 그 사람을 태우려고 일부러 버스 속도를 줄이거나 아예 정차해서 그 손님을 기다렸어요”라고 했다.

버스운전을 하면서 방방곡곡 다니다보면 재미있는 사연도 많을 것. “며칠 전 셔틀버스에 학생들을 태우고 가는데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을 보게 됐습니다. 제가 보자마자 ‘어, 개새끼다!’라고 외쳤는데 타고 있던 학생들이 폭소를 했죠. 한 학생이 제 말에 동조를 하며 ‘와, 맞네. 개새끼네’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다른 학생이 ‘개의 새끼를 개새끼라고 불러선 안된다’고 주장을 했고, 결국 두 파로 나뉘어 서로 논쟁을 하기도 했죠.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 운전만은 자신만만=그는 ‘친절함’이란 무기 외에도 탁월한 운전 기술을 가졌다. “저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께 운전을 배우면서 자랐어요. 그래서 항상 차를 타고 놀곤 했죠. 요즘 애들이 노는 것보다 좀 과감하게 논 편이죠. 차를 몰다가 사고를 내기도 했어요. 전 사실 공부 쪽에는 소질이 없었는 반면, 운전 하나 만큼은  아버지께 칭찬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 자연스레 운전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죠. 근데 그때 당시에는 버스기사가 난폭하게 운전을 하는데다 손님에게 불친절하기까지 했어요. 전 그게 싫었죠. 그래서 저는 친절한 버스기사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어요. 그래서 대형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바로 시내버스 운전수가 됐어요.”

◆ 원래 직업은 영화감독, 버스기사는 부업=마냥 운전기사로서 행복할 것 같은 그도 꿈이 있다. 바로 영화를 찍는 것. “저는 어렸을 적부터 영화감독, 즉 영화를 제작하고 싶었어요. 저는 버스기사가 되고 난 뒤에도 계속 그 꿈을 버리지 못했어요. 결국 영화제작 자본을 모으기 위해 열심히 버스를 운전했죠. 그렇게 어느 정도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자금이 모이자 시내버스 운전기사를 그만두고 영화 제작에 온 몸을 다 바치게 됐어요. 제가 택했던 장르는 다큐. 가장 돈이 적게 들거든요. 당시에는 독립영화라는 개념이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시기라서 더 힘들었어요. 결국 전 영화를 완성하고 상영했죠. 하지만 사람들은 제 영화를 보지도 않더라고요. 그래서 일찍 막을 내리게 됐고 결국 전 깡통을 차는 신세가 됐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생활을 하던 와중에 문득 ‘다시 일어서려면 다시 도전할 수밖에 없다’라는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어요. 그래서 결국 다시 버스운전 기사로 발길을 돌리게 됐어요. 영화감독이라는 꿈에 다시 도전하기 위해서죠. 나중에 순정영화를 다시 찍어볼 생각이에요. 저와 같이 작업했던 시나리오 작가님이 몇 년 후에는 순정물이 뜰 것이라고 추천해주셨거든요.”

◆ 위험과 친절로부터 귀를 막는 학생들=그는 원리원칙대로 사는 것을 추구한다. 이런 그에게 이어폰은 불편한 존재다. 자신에게 닥친 위험이든, 자신을 향한 친절이든 귀를 닫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닫은 학생들이 안타깝다. “많은 학생들이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니는데 상당히 위험한 것 같아요. ‘교내 30킬로미터 주행금지’를 지키지 않는 차량을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이런 차들과 사고라도 나게 된다면… 길을 다닐 때 주위를 잘 살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학생들이 버스를 타면 제가 항상 먼저 인사를 하는데 이어폰을 꽂고 있어서 인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요. 인사를 꼭 받으란 법은 없지만 그래도 서로 인사도 하며 지냈으면 좋겠어요.”

끝으로 그는 학생들에게 ‘자기 삶은 자기가 알아서 살아라. 자기의 삶은 자기 자신만이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니까’라는 말을 남겼다. 스쿨버스에 그의 꿈과 더불어 젊은이의 꿈도 함께 태워 운행하는 이기수 씨만이 할 수 있는 말 아닐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