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물 관리와 기록연구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
기록물 관리와 기록연구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자
  • 편집국
  • 승인 2010.10.06 18: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근자에 들어 기록물 보존에 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한 가지 예를 먼저 들어보자. 최근 사학분쟁조정위원회는 상지대의 구재단 복귀를 결정했던 회의 기록을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한겨레신문』, 2010. 09. 09) 이에 대해 상지대, 전국교수노동조합 등은 위원회 위원장 등 위원 10명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때 법적 근거는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라고 한다.

기록을 없애 자신의 과거 비리를 감추려는 몰역사적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권력가가 빠지기 쉬운 커다란 유혹인데 이제는 그것이 정치적, 윤리적 비판의 대상에서 더 나아가 법률적 제재의 대상으로까지 발전하였던 것이다.

한편, 올해 우리학교에도 새로이 대학기록물관리팀이라는 행정부서가 만들어지고 공개채용을 통해 이를 전담하는 직원이 충원되었다. 전국적으로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이 다수 응모해 성황을 이뤘다는 후문이다. 현행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0조에 따르면 국가의 각급 공공기관에 기록관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되어 있다.

이에 근거해 전국 각 공공기관에는 기록연구사 채용이 급증하였고 전국적으로 20여개의 기록학대학원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된 것도 같은 사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우리대학을 비롯해 한국외대의 기록연구사 채용은 공공기관을 넘어 기록의 필요성이 사립 기관까지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아울러 공공기관에서의 기록연구사 충원 요구는 사립기관은 물론 여타 공무원직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기록민주주의의 확대와 그 중요성이 강화되는 과정에 반하는 일들이 현 정부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7월 15일 행정안전부 산하 국가기록원은 ‘공공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가운데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그 주요 내용은 보존기간 1ㆍ3년인 기록물 폐기절차를 간소화하는 것과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자격요건을 완화하는 것이다. 현재 이에 대해 기록학대학원과 사회 법률단체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의 예들을 통해 기록물 보존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고 있으며 또 그것이 단순한 원론적 차원이 아니라 중요한 전문직종의 하나로서 장래의 ‘사관’을 꿈꾸는 대학생에게 훌륭한 기회를 제공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기록연구사가 되는 길은 우리대학의 형편에서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위의 법률에 따르면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자격으로 ‘기록물관리학’ 석사학위를 명시하고 있으며 이밖에 역사학 또는 문헌정보학 석사학위 이상 학위 취득자로서 행정자치부장관이 정하는 기록물관리학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대학에는 현재 이를 충족시킬 만한 석사과정이 개설되어 않으며 고작 관심을 지닌 학생들을 이웃 경북대 기록학대학원이나 수도권의 관련 대학원에 양성을 위탁하는 ‘송출기관’의 기능에 만족해야 할 형편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개정안이 강행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학부수준의 학력이면 누구나 시험에 응시하여 기록연구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측은 조건 완화의 근거로 현재 기록연구사의 업무 수준이 석사이상의 학위를 필요로 하지 않으며 연구사 공급이 법적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대학원 학습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물론 기록물관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무식의 소치’이거나 ‘인식의 한계’라는 반론의 여지가 있고 행정부 직원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음모라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록물 보존의 중요성이 확대됨에 따라 그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하며 기록연구사를 자신의 전공으로 삼으려는 학생들의 접근 가능성을 제고시킨다는 의미에서 현 정부의 정책방향을 적극적으로 이해볼 수도 있겠다. 즉 공무원에 의한 임의 삭제를 합법화하려는 개정안의 비민주성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의 입장을 취하되 기록연구사에 대한 기회의 확대에 대해서는 전향적 검토가 가능하다.

이제 우리대학과 학생들은 이상과 같은 추세에 주목하여 기록물관리 및 기록연구사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를 만들어낸 역사적 전통이 현재의 기록민주주의로 재등장하고 학생들의 역사적 상상력과 흥미가 제고될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