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 기법을 이용한 한우의 유전적 특성 규명과 한우 고급화
생명공학 기법을 이용한 한우의 유전적 특성 규명과 한우 고급화
  • 김종주 교수(생명공학부)
  • 승인 2010.10.06 1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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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몇 천 년 동안 한민족과 동고동락해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유 축종이다. 과거에는 농사에 필요한 역용으로서 사육되어져 왔으며, 오늘날에는 육용으로 이용돼 단백질의 주된 공급원이 되고 있다.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광우병 파동, 수입 쇠고기로 인해 한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되고 있으며, 지난 추석 때는 과일 등을 제치고 한우 고기가 가장 인기 있는 명절 선물로 나타났다. 이는 한우가 고급육으로서 소비자에게 기호도, 안정성, 신뢰도 면에서 다른 어떤 식품보다 높은 부가가치와 중요도를 가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본 지면에서는 한우가 한반도에서 어떻게 현재의 유전적 특성을 지니게 되었는지를 생명공학의 유전체적 기법을 적용한 결과에 근거하여 살펴보고, 한우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진 고급육으로서 유전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한우 쇠고기 생산에 DNA 마커 기법을 적용할 경우의 고급육 생산 효과에 대하여 서술하고자 한다.


한우의 기원과 계통분류학적 특성

고대사를 보면 우리 선조들이 부여, 고구려 등 삼한시대에 소를 제사 제물로 이용하였던 기록들이 있으며, 삼국지 동이전 부여조의 소의 이름을 딴 관직명으로 볼 때 수 천 년 전부터 한반도 지역에서 사육되어 온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 이러한 한우의 조상들이 어떻게 축화가 이뤄졌을까?

인류의 문명이 시작되었던 비옥한 초승달 지역(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사이의 비옥한 지대. 이 일대를 메소포타미아라고 하며 지금의 이라크에 해당함 - 편집자)에서 원주민들이 이주함에 따라 이들과 함께 그 지역에서 가축화된 소들이 시베리아를 거쳐 한반도로 이동하여 적응되어 왔던 후손들일까?

전 세계에 분포하는 모든 소 품종들의 선조는 오록스라는 단일 야생종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야생종이 약 1만 년 전 지역별로 축화과정을 거쳐 왔다고 보고 있다. 고고학적 자료와 최근 유전 정보를 이용한 분석에 의하면 현재 소 품종은 크게 두 아종으로 분류할 수 있다.

가장 오래 전 축화과정을 거친 종으로 주로 인더스지역에서 축화가 된 혹소(학명: Bos indicus, 또는 외형적 특징이 등에 뿔을 가지고 있어서 zebu cattle이라 명함)와 고대 비옥한 초승달 지역인 근동지역 서부에서 축화가 되어 현재의 유럽지역으로 이주된 유럽원종(Bos taurus)으로 구분된다. 전자에 속하는 품종들은 주로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 덥고 습기가 많은 (아)열대지역에 서식하고 있으며, 후자에 속하는 품종들은 유럽, 북중미, 유라시아 지역에 서식하고 있다.

전 세계 48개 소 품종의 진화 트리.
/사진 : 김종주 교수 제공
최근 일본 학자들의 보고에 의하면 DNA 마커를 이용하여 소를 진화계통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몽고, 만주, 한국, 일본 등 극동아시아에서 사육되고 있는 품종의 경우, 약 5천 년 전 이 지역에 분포하였던 야생 원우들이 축화과정을 거쳤거나 극동지역으로 이주민과 함께 이동한 축우가 해당 지역의 환경에 적합한 축화과정을 밟아온 것으로 추정해 왔다.

필자는 2007년부터 정부의 지원을 받아 미국의 미주리 주립대학의 테일러 교수팀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전 세계에 분포하는 주요 48개 품종에 대하여 5만 여개 DNA 마커(SNP, 단일염기돌연변이)를 소 유전자 칩에 담아 진화계통학적으로 분석하여 진화트리를 완성하였는데 그 연구 결과, 한우 또는 화우와 같은 극동아시아에 서식하는 품종들은 혹소 또는 유럽원종과 확연히 다른 주요 진화 줄기를 형성하고 있었음과 동시에 한우는 가장 가까운 근연관계를 지닌 일본 화우와도 확연히 구분되는 유전적 고유성을 지니고 있음이 밝혀졌다.(그림 1 참조)

이러한 결과는 한우가 한반도 지역에서 한민족과 함께 우리 환경에 가장 적합하게 진화되어 왔으며 독특한 유전적 특성을 지닌 우리 고유의 품종이라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유전체 해독 통한 한우 원천 유전정보 발굴

유전체(genome, 게놈)는 한 생물체 내에 존재하는 모든 유전물질(DNA)의 집합체로 정의된다. 1980년대 미국이 주도하여 수행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HGO)라는 연구 사업은 2005년에 완성되었는데, 이 연구의 주 내용은 염색체 1번 첫 번째 염기(base, 유전물질의 기본단위이며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또는 티민(T) 성분으로 구성되어 있음)부터 마지막 염색체의 마지막 염기까지의 모든 염기서열을 결정하는 작업을 일컫는다.

한우에서도 두 마리 이상의 개체들에 대하여 유전체 서열을 해독할 경우, 서열 조각들을 정렬하면 각 염기별로 개체들 간에 해당 염기의 구성성분이 같은지 또는 다른지를 구별할 수 있다. 만약 염기의 구성 성분이 개체들 간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 해당 염기를 단일염기변이(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 SNP)라고 정의한다.(그림 2 참조)

한우 유전체 해독 및 단일염기변이의 발굴. 위 사진은 소의 19번 염색체의 한 부위에 대한 염기서열 /사진 : 김종주 교수 제공

SNP는 인간의 경우 개인의 특성, 즉 외형, 체질, 성품 등을 결정하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암, 고혈압 등 유전성 질환의 근간이 되는 유전정보를 담고 있다. 따라서 맞춤형 유전질환 치료 및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SNP 연구가 핵심적이라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한우의 질병 뿐만 아니라 고급육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굴하기 위해서는 한우 유전체에 퍼져 있는 모든 SNP를 발굴하는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최근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법(next generation sequencing, NGS)이라고 하는 분석 시간과 실험 경비 면에서 획기적인 유전체 해독 신기술이 개발되었는데, 필자와 충북대, 솔젠트(주) 및 (주)인실리코젠의 공동연구로 세계 최초로 한우 유전체 92%에 해당되는 서열을 NGS 분석으로 단 3개월 만에  해독하였으며, 그 결과 한우에서 유용한 약 3백10만 개의 SNP를 발굴하였다. 이 가운데 28%는 이미 다른 소 품종에서 밝혀져 SNP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것과 중복되지만 나머지 72%의 SNP는 한우에서 새롭게 밝혀진 것들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한우가 다른 품종들과 확연히 다른 독특한 유전적 특성을 지니는 고유 품종임을 제시하여 준다.

본 연구 결과로 한우 유전체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SNP를 발굴해 냄으로서 한우의 번식, 성장 및 고급육과 관련된 유전자를 발굴하는데 있어 원천 유전체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웰빙 기능 요소(불포화지방산 등), 반추위에서의 메탄가스 생성 억제 인자, 유전질환성 질병 연구와 같은 친환경, 녹색성장 및 웰빙 한우 산업에 대한 원천 유전 정보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한우 고급육 조기 진단 키트 개발 및 적용

한우육이 수입쇠고기, 국내산 육우(주로 우유를 생산하는 홀스타인 품종), 돼지 및 닭고기와 차별되며 소비자가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맛이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비싼 한우 고기일수록  맛이 있는데, 이를 결정하는 한우육의 요소로서 등의 지방 두께, 등심부위 면적 및 근육 내 지방도(마블링)라는 도체형질들이 있다. 이 형질들은 해당 한우가 살아있을 때에는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다. 즉 한우 개체를 적절히(30여개월) 사육하여 도살장에서 도살한 후에야 정확하게 고급육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한우 고급육 진단 키트의 적용을 통한 한우의 고급화 /사진 : 김종주 교수 제공

만약 송아지 때 혈액을 채취한 후, DNA를 이용하여 고급육 정도를 예측하게 되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먼저 한우를 사육하는 생산자 입장에서 보면, 한 송아지가 커서 고급육이 나오지 않는다고 조기에 진단이 되면, 주인은 마블링이 잘 나오도록 고급육과 관련된 사양(사료급여) 방법을 택하여 해당 송아지를 사육할 것이며, 그 결과 해당 한우를 경매 처분하면 높은 수익을 보장받을 것이다.

반면 송아지 때 고급육이라고 진단되는 경우 생산자는 굳이 고급육 관련 사양방법을 택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에 따른 사료비를 절감하여 궁극적으로는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균일한 고품질의 한우 고기를 소비하게 될 것이다.(그림 3 참조)

현재 일반 농가에서 암컷에 교배하는 수소는 자연교배가 아닌 정부(농협)의 주도로 씨수소(종모우)를 선발, 인공수정 기법을 이용하여 해당 종모우의 정액 형태로 보급되고 있다. 종모우의 선발도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급육 형질은 해당 종모우 자체에 대하여 평가할 수 없으며 대신 종모우의 다수 자손들을 낳고, 사육하여 얻어진 자손들의 도체 형질 성적에 근거하여 해당 종모우의 고급육 정도를 평가하는 후대검정(progeny test) 방법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도체 형질에 관여하는 DNA 마커를 종모우의 어린 시기에 적용하여 유전적인 능력을 평가 할 경우, 획기적인 검정 시간 단축, 비용 절감 및 종모우 자손이 아닌 해당 종모우 개체를 직접 평가하여 검정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이와 같이 고급육 향상에 기여하는 종모우 선발 정확도의 향상은 곧바로 우리나라 농가에서 사육하고 있는 한우들의 고급육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며, 궁극적으로 한우 고기를 즐기는 한우 소비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필자는 정부로부터 연구비 지원을 받아 충북대, SNPGenetics(주) 및 농협과 공동연구를 수행하여 한우 고급육 형질들과 관련된 대량 SNP(1백92개)를 한우에서 최초로 발굴하였다. 이 SNP들은 앞서 언급한 한우의 원천 유전 정보인 3백10만 개 SNP들 중에서 선별된 것들이며, 또한 다른 외래 소 품종에서 고급육과 관련되어 발굴되어진 SNP들과 차별되어 밝혀진 것들이다.

이러한 사실에 근거하여 볼 때 한우가 고급육, 즉 맛이 다른 타 품종들과 차별화 된 유전적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고급 수입육이 국내에 유통된다 하더라도 한우 고기는 강한 경쟁력을 지니고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것이다.
(생명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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