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교 앞에 오렌지 거리를 제외하고 아는 골목이 있습니까? 혹은 개성이 있거나 학생을 위한 공간을 아십니까?

우리 대학교는 넓은 부지를 갖추고 있고 많은 학생들이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의 공간이라고 하기에 특색이 부족하다. 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문화 생활을 하고 있고 우리 대학교 앞은 어떤 모습일까?

◆즐길 공간이 부족한 우리 대학교 앞=우리 대학교 앞은 오렌지 거리를 중심으로 많은 가게들이 즐비하다. 오렌지 거리에는 술집과 노래방이 많이 있다. 좌우로 한 블록씩 가면 우측에는 고깃집이 대거 밀집해 있고 좌측에는 음식점과 오락실이 있다. 이곳은 원룸촌으로 유명하다. 정문과 조금 떨어지면 1층에는 가게, 2층부터는 주거 시설인 복합건물이 한 두 개씩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더 가면 건물들이 붙어 있는 원룸 촌을 볼 수 있다.

지난 1일 우리 대학교 앞의 거리는 어떤 특색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학생들이 많이 움직이는 대동을 중심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오렌지 거리를 기준으로 상가를 조사한 결과 음식점이 1백1개, 술집 44개, 옷집 14개, 카페 13개, 당구장 12개, 노래방 11개, 미용실 9개, DVD 가게 6개, PC방 7개, 오락실 1개로 집계됐다.

음식점이 이렇게 많은 이유는 우리 대학교 근처에 원룸촌이 형성돼 끼니를 해결하려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교내 식당 수가 적어 많은 수의 학생들이 학교 앞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술집 또한 많이 있는데 이는 학과나 동아리와 같은 단체의 모임이 많기 때문이다. 많은 인원이 앉을 수 있도록 넓은 테이블을 갖춘 술집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외에 당구장, 노래방, DVD방, PC방, 오락실 등이 많다는 사실을 통해 우리 대학교 학생들이 주로 무엇을 하고 노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공연장이나 극장, 전시 공간 등 학생들이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해 아쉬운 실정이다.

한편 우리 대학교 앞에 지하철역이 들어서 대학교 앞 상권이 크게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천마지문 쪽에 지하철 2호선의 영남대역이 완공될 예정이다. 지하광장 공사를 지하철 공사와 동시에 시작하려 했으나 점차 미뤄져 12월에 공사를 착공할 예정이다.

이에 꿀꿀이 숯불촌 박동길 사장은 “장사가 잘 될지, 안 될지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우리 대학교 외 지역으로 나가기가 쉬워 시내로 더 많이 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대안으로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장사는 학생들의 마음을 얻는 신중한 서비스가 관건이다”라고 했다.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공간 이용 방법=영대는 1교시 수업을 들으러 학교로 향해요. 수업이 끝난 후 혼자 마땅히 갈 장소가 없어 중앙도서관(중도)으로 가요. 중도에 자리도 잡았으니 1교시 수업을 복습해요. 2교시 수업을 마친 친구가 함께 점심 먹자고 연락이 와요. 마침 배에서도 점심을 알리는 소리가 나요. 4교시 수업이니 학생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해요. 수업을 위해 후식을 커피로 선정해요. 오늘은 3시에 수업이 끝나는 날이라서 친구와 대구 동성로에서 놀기로 했어요. 동성로는 대구의 중심지이면서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우리 대학교 앞보다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에요. 신발 골목이랑 옷가게 이곳저곳을 다녀 봐요. 내 마음에 쏙 들어오는 물건이 가격도 좋아요. 구경을 많이 해서 카페에 잠시 들리기로 해요. 친구와 못 나눈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뮤지컬을 보고 싶지만 한 달 용돈인 30만원 안에서 생활을 꾸리려면 영화가 딱이에요. 

위 기사는 지난 1일 실시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평균적인 모습을 가상으로 재구성한 모습이다. 대학생의 문화생활을 알아보기 위해 우리 대학교 학생 2백 명을 대상으로 교내에서 조사가 이뤄졌다.

수업 외 시간에 주로 무엇을 하느냐를 물었을 때, 24.5%에 달하는 학생이 공부를 한다고 답했다. 이를 보면 현 대학생은 취업난으로 인해 문화생활보다 자기계발에 더 열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근소한 차이인 22.5%의 학생이 지인과 친목 도모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그 외 컴퓨터(10.5%), 동아리(9.5%)와 같은 그룹 활동이 뒤를 이었다. 이 외에 독서, 오락, 쇼핑, 스포츠 활동, 동아리 및 그룹 활동, 영화감상 등의 취미생활을 즐기는 사람은 27%로 1위보다 많았다.

수업 외 시간에 이용하는 장소 또한 위의 답변과 일맥상통한다. 이용 장소로 도서관이 1위(36.5%)로 꼽혔다. 다음으로는 음식점과 카페와 같은 외식시설은 2위(25%)를 차지했다. 학회나 동아리는 15.5%, 집이나 기숙사는 7.5%, 오락시설은 8.5%를 나타냈다.

정작 문화생활은 어디서 주로 즐길까? 64%의 학생이 우리 대학교 인근을 벗어난 외부지역에서 문화생활을 즐긴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우리 대학교 앞에 문화 공간이 많이 부족하다(31%)고 답했다. 대학생들의 욕구를 우리 대학가에서는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 대학교 주변에는 당구장, 헬스장, 볼링장 등이 있을 뿐이다. 문화를 즐기려고 공연장을 찾으려면 적어도 동성로까지 가야한다. 이런 번거로움으로 대학가 근처에서 문화공간을 즐기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또 집과 멀고(29%), 교통이 불편하다(9.5%)는 이유 등으로 인해 학교를 벗어난 지역에서 여가시간을 즐기는 것으로 답했다. 사월역이 종착역이어서 다시 버스로 갈아타야 우리 대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는 교통 불편 사항도 문제다. 이 문제는 2012년쯤 대학교 앞에 지하철역이 개통되야 해결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원하는 시설은 무엇인가. 33%라는 압도적인 수치로 공연장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임경진 씨(행정2)는 “이미 ‘천마아트센터’라는 공연장이 있지만 학생들의 끼를 보여줄 수 있고 접근성이 좋은 소무대나 작은 공연장이 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스포츠 활동 공간(25%), 전시장(10%), 카페(9.5%) 등으로 순서를 보였다.

조성될 지하광장을 쇼핑공간으로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24.5%, 공연장은 24%, 15%의 학생은 외식시설을 원했다. 현재 지하광장과 관련한 사안은 본부에서 논의 중이다.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해 학내 구성원이 모두 즐길 수 있는 광장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우리 대학교 학생에게 카페 공간은?=도서관 다음으로 많이 이용하는 외식시설을, 학생들은 어떻게 사용할까? 다른 공간에 비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카페는 대학생의 문화를 비교적 잘 보여주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대학교 학생은 카페 공간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알아보자.

-친목 도모
절반 이상인 66.5%의 학생이 카페를 친목 도모를 위한 공간으로 사용한다. 간단하게 살 수 있는 깔끔한 아메리카노나 부드러운 녹차라떼와 함께 곁들인 지인과의 대화는 이야기를 부드럽고도 맛있게 해준다.

-휴식
14.5%의 학생에게 카페는 간혹 삶이 힘들어 쉬고 싶거나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혼자 생각하고 싶을 때 찾는 공간인 것 같다. 향긋한 커피향에 따스함을 주는 인테리어가 찾는 이로 하여금 심리적인 안정감을 갖게 해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부와 과제
우리 대학교 학생은 9.5%만이 카페에서 공부와 과제를 한다고 답했다. 우리 대학교 주변에는 학생이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이 부족한 이유로 보인다. 최근 다른 지역에는 북카페와 같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카페가 많이 늘고 있다. 그런 시설이 없음을 탓하기보다는 내가 그 공간을 잘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디저트
카페에는 음료와 함께 먹으면 좋을 디저트가 많다. 그곳의 디저트가 또 생각나서 가는 경우가 기타(4.0%)에 포함돼 있다. 소수이지만 디저트의 매력을 아는 사람들이다. 여러분도 간혹 밥 대신 한 끼 정도는 쌉싸래한 아메리카노와 달콤한 와플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