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학생회, 여학생휴게실,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여성ROTC…… 그냥 함께 하면 안 되나요?
총여학생회, 여학생휴게실,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여성ROTC…… 그냥 함께 하면 안 되나요?
  • 강보람 준기자
  • 승인 2010.10.06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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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여성의 권익 향상을 위한 논의와 사회적 움직임이 가속화되면서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체제들이 생겨났다. 그 일환으로 대학 내부에서도 총여학생회와 같은 많은 여성 기구와 조직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러한 배경으로 만들어진 여성 지원 체계가 최근 여권 신장에 따라 필요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전에 없던 ‘남녀 역차별’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그렇다면 우리 대학교에도 남녀 역차별이 존재하는 것일까?

본지는 지난 1일 우리 대학교 학생 2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우리 대학교 학생의 63%(1백26명)가 현재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남녀 역차별이 존재한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성호 씨(국제통상4)는 “‘여성들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남녀 역차별을 발생시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우리 대학교 학우 2백 명에게 남녀 역차별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강보람 준기자


또한 우리 대학교 내 남녀 역차별의 정도를 물어보자 ‘조금 심하다’고 본 학생이 18.5%(37명)에 달하는 등 총 1백13명의 학생이 남녀역차별에 대해 우려했다.

우리 대학교에 존재하는 여성 지원 체계에 대하여 김지애 총여학생회장(섬유나노소재3)은 “현 사회의 구조가 남성위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여성의 목소리를 내기 위한 소통의 기구로서 총여학생회가 존재한다”고 했다. 하지만 설문조사 결과 우리 대학교 학우들은 총여학생회, 여학생 휴게실,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여성 ROTC 등 여학생을 위한 노력의 결과물들이 남녀 역차별을 야기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 대학교 학생들은 여학생 휴게실(27.8%·79명)과 여대생 토익지원 프로그램(22.9%·65명)의 순으로 남녀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요소라고 꼽았다. 그 밖에 생리공인출석계가 13.4%(38명),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가 12.7%(36명), 총여학생회가 10.6%(30명), 여성 ROTC가 1.8%(5명), 기타가 10.6%(31명)으로 뒤를 이었다.

◆남자도 토익점수 중요하답니다=이처럼 우리 대학교 내 존재하는 여러 여성기구·조직 및 프로그램 중 남녀 역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1위가 여학생 휴게실, 2위가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에서 주최하는 여대생 토익지원 사업이었다. 특히 토익지원 사업은 여성이 제약을 받는 부분이 아니라 남녀가 동등하게 누려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 여론에 대해 여대생커리어개발센터 남지민 연구원은 “취업에서 아직 성차별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라며 “여학생들이 남학생들에 비해 취업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정규직 취업률 역시 낮은 사회구조에 놓여있다. 여학생의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이들의 경쟁력을 높여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용우 씨(신소재공1)는 “여성들이 취업 면에서 남성보다 취약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토익점수는 남학생에게도 중요한 부분으로서 굳이 여성만 지원받아야 할 근거가 희박하다”고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같은 등록금을 내고 여학생들만 그런 특혜를 받는 것은 불공평하다”고 했다.

◆대부분 학생들 여성 ROTC 긍정적=한편 올해부터 우리 대학교에서 시행되는 여성 ROTC에 대해서는 단 6.3%(13명)만이 부정적이라고 밝혀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한 학우는 “여성의 진로 설정에 큰 도움이 되고 여성도 국방의 의무를 다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며 “또한 학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하지만 이미 여군장교와 부사관이 있으므로 크게 필요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병은 모집하지 않고 ROTC만 모집하는 것은 문제가 있으니 우려가 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남학생 휴게실!=한편 설문조사 결과 남녀를 막론하고 남녀 역차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여학생 휴게실을 든 응답이 27.8%(79명)로 가장 많았다.

또한 교내 남녀 역차별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남학생 휴게실 확충을 요구했다. 이준영 씨(국제통상4)는 “남학생들도 몸이 아플 때 혹은 공강시간에 쉴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우리 대학교에 여학생 휴게실이 총 11개(366.04㎡)있고, 남학생 휴게실은 전무하다.

◆구분 짓지 말고 모두 함께 해요=또한 전체 응답자의 55.5%(1백11명)가 교내 남학우들의 복지를 위한 시설이나 사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구체적인 대안으로는 복학생 적응 프로그램 및 인생 설계 프로그램 등 다양한 예를 제시했다.

또한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전체 학생에서 여학생을 분리하고자 하는 의도 자체가 여성의 개별화와 차별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며 “남녀 역차별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그 예로 다른 성에 대한 역지사지 프로그램, 남녀가 함께 듣는 성문화 프로그램 등이 있으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 결과 우리 대학교 학생들의 83.5%가 남녀 차별이 존재한다고 했고, 63.0%가 남녀 역차별이 존재한다고 했다. 이렇듯 아직까지는 우리 사회에서 남녀 역차별보다 남녀 차별의 뿌리가 더 깊이 박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재 여성을 위한 조직과 시설은 아직까지는 꼭 필요하다. 때문에 지금부터 여성 지원 체제를 없애자는 주장은 아직 시기상조인 듯 보인다. 남녀의 차이를 차별로 극대화하지 않고 다르다는 의미 그대로 받아들여 양성평등이 실현될 먼 미래에는 이러한 여성 지원 체계를 점차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남녀로 시작되는 특수한 체계가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만큼 평등이 실현된 사회를 많은 이들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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