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할 수 없는 좋은 일들
예상할 수 없는 좋은 일들
  • 김명준 편집국장
  • 승인 2010.09.1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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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영대신문이라는 조직을 운영한 지 9개월이 지났다. 비록 2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조직이지만 그 조직을 운영하는 편집국장이라는 자리는 항상 리더로서의 어려움을 실감케 한다. 임기 중 4번의 신문 발행만을 남겨놓은 지금, 지난 9개월을 되돌아보면서 배운 것은 소통의 중요성이다. 가장 어려운 일은 ‘소통’하는 것이었다.

신문사라는 것이 본래 신문을 발행하는 곳이지만 사실 신문 발행 자체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발행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정립하고 기자들을 꾸역꾸역 쥐어짜면 적어도 리더가 생각하는 좋은 신문은 만들어진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지나친 ‘체계’는 운영자가 미처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진정 좋은 아이디어, 좋은 기사는 운영자가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다. 건강한 조직에서는 운영자가 예상할 수 없는 좋은 일들이 밑에서부터 창출된다. 개발독재시대처럼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방향을 지시하고 그에 맞춰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물론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어가는 것은 리더로서 가져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조직 구성원들이 제각각 신나서 일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드는 일이다. 경직된 소통 구조 속에서는 결코 창의적인 생산물이 나올 수 없다. 진짜 어려운 일은 그러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최근 우리 대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보면 새삼 소통의 중요성을 실감한다. 공과대 학생들은 무서울 정도로 체계적인 공학인증프로그램을 소화하기 위해 힘들어하고, 최근 이야기 되고 있는 교수 연봉제는 교수님들의 자율적인 연구 활동을 보장하지 않고 기계적인 연구실적 생산만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위에서 봤을 때는 이렇게 저렇게 하면 모든 것이 원활히 이뤄질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훨씬 더 복잡하고 미처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이 곳곳에 깔려있다. 운영자 혹은 리더가 ‘미처 예상할 수 없는 좋은 일’을 존중할 줄 알아야 밑에서 신나게 일할 수 있다. 적어도 구성원들이 윗선의 지시를 ‘감내’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구성원들이 신나서 일해야 창의적인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영대신문이라는 작은 조직을 운영함에 있어서도, 편집국이라는 손바닥만 한 공간에서 매일같이 일하는 상황에서도 소통의 중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하물며 2만 5천명의 학생들과 수백 명의 교수, 직원들을 포함하는 대학에서 본부와 구성원 간의 소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윗선에서의 통제와 구성원들의 자율성 보장은 그 균형을 맞추기가 매우 어렵다. 이를 위해 구성원들과 소통하는 과정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꼭 필요한 노력이다. 현재 우리 대학교가 일류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대학본부의 소통의지다.

합심대도(合心大道). 결국 조직이라는 것은 그 구성원들이 목표를 공유하고 마음을 같이할 때에야 비로소 최고의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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