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양성기관 평가에 대한 단상
교원양성기관 평가에 대한 단상
  • 김병주 사범대학장(교육학과)
  • 승인 2010.09.16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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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3주기 교원양성기관평가 결과가 발표되었다. 교원양성기관평가는 1998년부터 시행되어 1주기(1998~2002년) 평가와 2주기(2003~2009년) 평가에 이어 3주기 평가가 시작되었다.

우선 2010년에는 사범대학이 있는 45개 대학교와 10개 교육대학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이번에는 평가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를 강력하게 추진할 의지를 여러 차례 내비쳤기 때문에, 대학들은 평가 결과의 후속조치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절대적 기준으로 보면 우리 대학교의 평가 결과는 그리 좋지 못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보면 우리 대학의 평가 결과는 나쁘지 않다. 사범대학, 교육대학원, 교직과정 모두 전국 5~10위권 이내로 상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가지표의 개발, 현지 방문평가, 자체평가의 모든 과정에 참여했던 한 사람으로서 평가 결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의구심과 의혹 혹은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첫째, 평가지표의 척도가 명확하지 못하였다. 평가지표의 개발 이후 척도에 대해 명확한 지침을 확정하지 못하였고 평가지표 개발자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현지 방문평가위원들이 자의적으로 척도를 조정하거나 새롭게 해석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어 발전계획의 예산 집행률은 연도별 발전계획에 포함된 예산을 실제로 얼마나 집행했는가를 보는 척도로 마련되었지만, 현지 방문평가위원 사전회의에서 발전계획에 포함된 예산중 해당연도에 수립한 예산을 실제로 얼마나 집행했는지를 보는 것으로 바뀌어 버렸다. 엄청난 변화이고 잘못된 해석이다.

둘째, 55개 평가 대상 대학에 대한 현지 방문평가팀은 모두 11개이다. 한 팀당 5개 대학을 평가하게 된다. 그런데 평가팀 간에 평가의 격차가 매우 심하고, 동일한 평가지표에 대하여 평가위원 간 해석상의 격차도 보인다.

예를 들어 수업 시연을 보는 1차 평가 때 이미 평가한 수업행동분석실 확보율 및 활용률 평가지표에 있어서 당초 활용률 40% 미만 대학에 대해서는 재평가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였다. 그런데 사전회의에서 현지 방문평가위원들은 모든 대학을 재평가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평가위원 간에 일관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어떤 평가위원은 해당지표를 꼼꼼하게 점검하여 점수를 삭감한 반면, 어떤 평가위원은 자료를 보지도 않고 1차 평가 결과를 인정하였다.

셋째, 해당대학과 평가위원의 친분 여부에 따라 평가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이번 평가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실제로 대학에 따라 평가위원 명단을 보고 희비가 엇갈렸던 것이 사실이다.

넷째, 올해에는 사범대학이 있는 대학만을 평가하다 보니, 평가 대상기관인 사범대학의 교수를 제외하고 현지방문평가위원회를 구성하였다(2개의 교육대학 방문평가팀 제외). 그러다 보니 인력풀이 협소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해당 평가영역에 대해 전문성이 맞지 않는 평가위원이 배정되기도 하였다. 결국 개별대학 자체평가보고서의 오류를 밝히는 데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섯째, 1, 2주기평가에서도 평가 기준과 편람이 늦게 시달되고 예산이 부족하여 평가위원 연수를 제대로 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지적되었지만, 3주기 평가에서도 개선된 것이 없다. 여전히 3주기평가에서도 예산이 부족하여 현지 방문평가위원의 사전 연수는 2박 3일에 그쳤고, 평가 후 절실히 필요한 점수조정을 위한 사후평가위원회의조차 갖지 못하였다.

여섯째, 평가주관기관은 여러 차례의 설명회에서 대학별 자체평가보고서에 고의적인 부풀리기가 발견될 경우 해당지표를 영점 처리하겠다고 천명해왔다. 실제로 인터넷에 공개된 대학별 자체평가보고서에는 고의적인 부풀리기 의혹이 상당수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수업행동분석실의 활용률이다.

현실적으로 20%를 초과하는 것이 불가능한 수업행동분석실의 활용률을 90%가 넘는 것으로 기록한 대학이 있었지만 영점 처리는 고사하고 그 대학은 해당지표에서 A를 받았다.

일곱째, 지면이 부족하여 자세하게 설명할 수는 없지만, 평가편람의 지표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도 그동안 사범대학장협의회나 교육대학원장협의회에서 수차례 지적했지만, 개선된 것이 거의 없다.

여덟째, 평가척도를 지나치게 높였다. 교과부가 3주기 평가 결과에 따라 교원 양성 인원의 감축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각 대학의 평가점수를 낮추려는 의도는 이해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전임교원 확보율 85% 이상이 A인데, 70% 미만을 D로 했다거나, 졸업자의 기본이수과목 이수학점 비율이나 교과교육과목 이수학점 비율이 100%를 넘어도 125% 미만이면 E이며, 100% 미만을 F로 설정했다는 것은 다소 지나친 감이 있다.

금번 3주기 교원양성기관평가의 문제점이 제대로 받아들여져서 향후 받게 되는 평가 대상기관이나 4주기 평가에서는 개선된 평가가 이루어지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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