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고용 노동자의 눈물, 빗자루가 닦아줄까?
간접고용 노동자의 눈물, 빗자루가 닦아줄까?
  • 이류한승(서울서부비정규센터)
  • 승인 2010.09.16 1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 청소노동자들의 문제는 간접고용으로 시작해서 간접고용으로 끝난다. 한 기업이 필요한 노동력을 자체적으로 고용하지 않고 다른 기업과 계약해서 노동자들을 사용하는 경우를 간접고용이라 부른다.

2007년 정부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에 대한 실태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지자체와 산하기관, 공기업까지 포괄한 이 조사에는 <외주화 타당성 검토 보고>라는 것이 포함되었다. 거의 모든 공공기관이 미화, 경비, 시설관리 노동자에 대해 외주화를 했거나, 하겠다고 응답했다. 비용절감과 경영 효율화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였다.

실제 보고서를 살펴보면 외주화, 즉 간접고용이 되어도 비용이 줄어드는 항목은 없다. 관리비나 재료비는 그대로이고, 용역업체의 이윤과 부가세 때문에 되려 비용은 늘어난다. 그런데도 전체 비용이 절감되는 것은 노동자들이 외주화되는 순간 임금도 반 토막이 나기 때문이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데 1백 50만원의 월급이 한순간에 70만 원대가 되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8조는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는데 공공기관들이 나서서 외주 용역업체의 중간착취를 보장하면서 노동자를 근로빈곤층으로 내모는 셈이다. 실제 2006년 조사에서 청소노동자의 60.8%가 생계유지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간접고용 덕분에 원청업체인 대학은 사용자로서의 편익은 누리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이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청소노동자 설문조사에서 노조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96.6%에 이르렀지만 실제 가입률은 3%도 채 되지 않는다. 천신만고 끝에 노조를 만들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고용 및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학교 측은 자신들이 계약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하고 용역업체는 학교당국 눈치만 보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낮은 노동조건은 갈수록 더 악화된다. 관리자의 폭언과 폭행, 성희롱도 빈발한다. 힘든 업무 때문에 신경통, 관절통과 같은 부상을 입는다. 하지만 다쳐도 산재 적용을 받기는커녕 대체인력 비용을 본인이 부담하고 쉬거나 아니면 해고당한다.

무엇보다 노동 과정과 사회적 관계에서 모두 배제되고 차별받는다는 느낌 때문에 심각한 자존감 상실을 경험한다. 청소노동자들은 학교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들이다. 이외에도 청소노동자들이 겪은 눈물겨운 사연들은 책 몇 권으로도 모자란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높으신 분’이 오실 때는 눈에 띄지 않게 화장실에나 박혀 있으라고 교육받는다.  

청소노동자들은 누구보다 이른 새벽에 교문을 들어서는 사람들이다. 모든 노동이 존엄하다면 그들의 노동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너무 쉽게 무시되고 만다. “우리 힘든 거는 빗자루밖에 몰라.” 빗자루 말고 누군가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어야 하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