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화산업,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영화산업, 어떻게 될까?
  • 염수진 기자
  • 승인 2010.09.16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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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요즘 영화계가 시끌벅적하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011년 영화발전기금 운용계획안에서 예술·독립영화와 관련된 예산이 폐지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2일 영진위가 내놓은 내년 영화발전기금 운용계획안에서 올해 12억이 배정됐던 기획개발역량강화 사업과 독립영화제작지원(7억), 예술영화제작지원(32억 5천)예산이 모두 폐지됐다. 영진위는 이와 같은 직접지원을 줄이는 대신 간접지원을 늘리는 운용계획안을 내 놓았다. 간접적인 지원의 세부내용에 대해서 이상석 기획관리부 부장은 “영화발전기금에서의 구체적 계획안은, 내부 방침으로 말할 수 없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와 토론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총 3회에 걸쳐 토론회를 진행하는데 최근 1차 토론회가 이뤄졌다. 지난 2일 1차 토론회에서 산업연구원 최봉현 씨와 고정민 소장이 한국영화산업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제시했다. 온라인 영화시장 미형성, 해외 수출 급감, 공적 지원(공공자원의 투자조합출자) 감소, 3대 메이저(CJ, 롯데, 쇼박스) 중심의 유통시장 등의 문제를 꼽았다.

이에 개선 방향으로 예술·독립영화의 정책 수혜 대상의 폭을 넓힘, 저작권 보호 강화, 최신 기술 변화에 주목, 지원의 투명성 및 공정성 확보, 영화인 복지 확대 등이 있었다. 2차 토론회는 오는 14일에 있을 예정이다.

간접지원에 대해 대구 단편영화제 손영득 집행위원장은 “간접지원이라는 것은 시설, 장비 등의 지원을 의미해요. 독립영화 제작에 있어 시설과 장비도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론 영화제작은 무리죠. 그것은 사실상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와 같다”고 말했다.

덧붙여 전북 독립영화협회 전병원 사무국장은 “영화 제작에는 기계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영화는 사람이 만듭니다. 제작을 위해 사람을 고용하면 자본주의 시대에 본질적인 문제는 자본에 있죠”라며 이번 지원 정책에 답답함을 토론했다.

하지만 예술·독립영화의 예산이 삭감된 데는 영진위와 영화인들의 의사소통이 부족했던 것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영진위는 영화 발전을 위한 위원회이다. 하지만 내년 운영계획안의 예술·독립영화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면서 영진위가 진정 영화 발전을 위한 것인가 하는 불신이 영화인들 사이에 생겼다. 지원해 주는 곳과 지원 받아서 영화를 찍는 곳의 상호관계가 깨진 것이다.

이에 전 사무국장은 “도움을 준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영진위 위원들은 영화를 한 편이라도 찍어봤는가? 아니면 영화를 찍는 친구에게 영화 찍는 어려움을 들어봤는가? 영화에 문외한인 영진위 위원들은 현 상황을 잘 모른다. 판단의 척도가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면 좋겠다”고 했다. 세금으로 이뤄진 지원금이 효율적으로 쓰이기 위해서는 분석도 중요하지만 소통 또한 필요한 것이다.

과연 우리나라는 영화산업에 대한 지원이 너무 많아 2011년 운영예산안을 줄이는 것인가? 다른 나라와 비교해 봤다. 가까운 중국의 경우, 영화 제작 산업은 매우 다방면으로 발전해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낸다. 예를 들면 영화를 체계적인 보호, 영화 판권 보호 제도 등을 법에 의거해 개설할 계획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영화 제작 수준과 흥행 수입의 연관성이 밀접하다고 판단하여 단편영화에 대해 많은 지지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후진국이라고 생각했던 중국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역량의 중요성을 파악하고 있다.

예술영화 강국인 프랑스는 공적지원금보다 프랑스제작자와 TV 방송사에서 투자한 금액이 절반을 차지했다. 법으로 영화제작 투자 의무를 규제하고 있기 때문에 TV 방송사 투자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로 2008년 프랑스 주도 영화의 평균 예산은 51억 원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영화 평균 제작비는 30억 원이다. 이는 마케팅비 9.4억 원을 포함한 것으로 순제작비는 20.7억 원에 머물렀다.

외국 사례에 대해 전 사무국장은 “영화를 산업적인 측면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로서 본다. 예술가를 위한 지원 또한 탄탄하다. 한 가지 예로 작품을 하지 않는 예술인에게도 4대 보험 형식처럼 실업수당도 주는 등의 복지혜택이 좋다”며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문화에 대한 지원 수준은 후진국이다”고 했다. 이를 보면 우리나라는 영화를 만드는데 지원이 공적 자본 뿐이다. 삼성만 봐도 영화는 수익성이 없다고 생각해 민간지원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이로 인해 정부 지원에 약간이나마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마저 없어진다면 상황은 매우 열악해 진다.

정부도 외면한 영화산업, 왜 지원해 줘야 하는 것일까? 예술적인 가치가 발전해야 하는 이유로 대구단편영화제 손영득 집행위원장은 “수익만 보지 않고 예술적인 가치가 존중된다면 독립영화에 지원은 많이 될 것이고, 이는 다양한 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된다. 다양한 영화는 문화의 다양성을 가져오면서 결국 우리나라 영화문화가 발전된다”고 말했다.

상업영화에 길들어진 사람이라면 이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이상우 교수(한국종합예술대)는 “상업영화는 철저히 관객의 입맛에 맞게 제조되는데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계속 그거만 먹다보면 질립니다. 감독들이 자신의 소신에 맞게 만든 영화는 비록 달진 않아도 관객들의 뇌리에 기억 되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지역의 독립영화

우리나라 인구의 1/4이 서울에 있다. 인구 분포만 격차가 큰 것일까?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보내야 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다양한 문화를 즐기기 위해서 혹은 만들기 위해 서울로 가야한다. 서울과 지방 간 문화 인프라 격차가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대구단편영화제 손영득 집행위원장은 서울과 지방의 문화 격차가 나는 이유로 “서울은 인적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영화를 찍기 위해선 감독, 프로듀서, 촬영, 편집 등 여러 부분으로 나눠져 제작을 하기 때문에 혼자 하기란 어렵다. 또한 “제작 외에 기획 및 배급, 유통을 하는 데에도 인력이 필요한데 지방은 여건이 좋지 않다”고 했다.

영화 제작을 완성했다는 것에 만족하는 감독은 드물다. 만든 영화를 관객에게 선보여 영상으로서 보이지 않는 대화를 한다. 하지만 지방의 독립영화 극장 수는 현저히 적어 관객에게 다가가기 어렵다. 독립영화는 제작보다 배급이 더 어려운 것이다. 이에 이상우 교수(한국종합예술대)도 “독립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만든다. 하지만 상영할 수 있는 극장이 없는데 만들면 뭐하나”라는 의문을 던지며 독립영화 상영관이 절실함을 알렸다.

다양한 영화를 만들기 위한 네트워크인 아트플러스(http://www.artpluscn.or.kr)에서 소개한 지역별 독립영화 상영관을 보면 서울에는 15곳, 경기도와 경상도는 5곳, 충청도에는 2곳, 전라도에는 1곳 밖에 없다. 심지어 강원도에는 1곳도 없었다. 이는 문화 다양성의 분포를 축약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보다 연 평균 약 2배 가량 더 만들어지지만 몇몇 지역은 그 많은 독립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없다.

지방은 촬영 장비를 빌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전 사무국장은 “영화 내용도 좋아야 하지만 기술적으로 깔끔하게 되면 관객이 더 선호하죠. 예를 들면 연필이 좋고, 종이가 좋으면 조금 더 좋은 글이 나오듯이 촬영하는 기계가 좋으면 좋을수록 질 좋은 영화가 만들어져요. 하지만 지방엔 고급 장비를 대여할 여건이 대체로 잘 갖춰져 있지 않다”고 했다.

그나마 전주와 부산은 국제영화제로 영화산업이 발전해 여건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다른 지방은 돈이 있어도 장비를 구할 수 없어 피치 못하게 서울을 찾아야 한다.

지방에서도 문화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구지역은 올해부터 3억 원 규모의 대구 다양성 영화 제작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필름?디지털 영화와 저예산 중?단편 영화를 편당 5백만 원씩 지원해준다.

또 대구에서는 매년 8월에서 11월 쯤 대구 단편영화제를 열어 독립영화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 영화제는 대상 상금이 5백만 원에 달해 상금이 풍성한 영화제이다. 덧붙여 손 집행위원장은 “대구에서 독립영화는 영화제가 아니면 상영되기가 어렵다. 지역에서 이뤄지는 독립영화 상영회에 많은 참석과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또한 ‘시골 인심이 좋다’는 말이 있듯 이 교수는 “지방에서 촬영할 때는 오히려 인심이 좋아서 영화 찍기가 더 편해요”라고 했다. 더불어 “독립영화는 서울이나 지방이나 찍기 어려워요. 돈이 없어서 영화를 못 찍는다는 감독들은 평생 못 찍습니다. 좋은 시나리오를 써서 최소한 인원으로 열정을 다 받쳐 찍어야합니다. 영화는 돈으로 찍는 게 아닙니다”라며 제작 환경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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