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교 속 취업 사교육의 모습
우리 대학교 속 취업 사교육의 모습
  • 임기덕 교육부장
  • 승인 2010.09.16 1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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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3명꼴로 취업 사교육 경험, ‘스펙 향상’ 목적이 절반 넘어 현실 세태 반영

대학생 A 씨는 앞날만 생각하면 눈앞이 캄캄해지고 마음이 편치가 않다. 1년 후면 졸업인데 막상 해 놓은 것이 없다는 생각 때문에서다. 학점과 어학 시험 성적, 자격증, 봉사활동을 비롯한 대외활동 경력까지 그가 챙겨야 할 것은 너무나도 많다.

그는 “그런데 이 많은 것들을 저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스펙을 높일 자신이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거의 매일 시내 학원가를 전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일주일에 세 번 외국어학원에 간다. 그곳에서 ‘원어민 영어회화 3개월 집중 코스’와 ‘토익 RC 영문법특강‘ 수업을 듣는다. 영어 수업이 없는 날에는 ’MOS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컴퓨터학원에 간다. 컴퓨터학원까지 끝나고 그가 곧장 도착한 곳은 스피치학원. 평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쉽사리 말을 잘 꺼내지 못하는 A 씨는 이곳에서 발표 훈련을 받는다.

외국어학원에서부터 컴퓨터학원, 스피치학원까지 얼핏 봐도 수강료가 많이 들어간다. 그가 한 달에 학원 수강료로 쓰는 돈은 한 달에 70만 원 정도. 여기에 외국어시험과 자격증 시험에 응시하는 비용까지 더하면 더 늘어난다. 이는 A 씨의 아르바이트 급료와 부모님의 지원으로 충당한다.

한편 A 씨의 친구 B 씨는 9급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B 씨 역시 시내 중심가의 공무원학원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B 씨는 이곳에서 한 달에 20만원 씩 쓰고 있다. 그는 “주변에서 다 하는데 안 하고 있으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며 학원에 다니는 이유를 설명했다.

윗글은 현재를 살아가는 대학생들, 특히 취업을 위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모습을 재구성한 가상 기사이다. 예화에서 볼 수 있듯 오늘날 취업이 대학생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는 취업문이 예전에 비해 그만큼 좁아졌으며 결국 취업 사교육 시장의 문을 두드리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경제 상황이 악화되고 우리나라의 경제 체제는 대대적인 수술을 요구받았다.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짐에 따라 실직이 발생하고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내몰렸다. 대학사회도 예외는 아니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더욱 뿌리를 공고히 내리게 됨에 따라 대학 내부에서도 경쟁이 더욱 심화됐다. 대열에서 낙오되지 않기 위한 대학생들의 움직임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러다보니 취업 사교육의 열기도 갈수록 뜨거워지게 됐다.

◆10명 중 3명꼴로 취업 사교육 받아본 적 있어=지난 9일부터 양일간 우리 대학교 학생 2백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한 결과 59명이 취업 사교육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10명 중 3명꼴이다. 이들을 대상으로 1개월 기준 실제 지출 규모를 물어본 결과 20만 원대를 썼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33.9%인 20명으로 조사됐다. 30만 원대가 전체의 23.7%(14명), 10만 원대 이하가 22%(13명)였으며, 40만 원대를 쓴 집단과 50만 원 이상을 쓴 집단이 공히 10.2%(6명)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들의 88%(전부 부모님이 부담 약 49%, 일부 부모님이 부담 약 39%)가 부모님으로부터 전부 혹은 일부분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된 수강 분야(복수 응답 가능)로는 외국어 및 어학 시험 준비가 60.5%, 이력서 쓰기나 면접, 스피치 훈련 등이 13.2%, 컴퓨터 12.2%, 각종 전문직 자격증이 6.3%, 공무원 시험 준비가 5.4%로 나타났으며 이들 가운데 근 60%가 ‘자신의 스펙을 높이기 위해’ 취업 사교육을 받았다고 답했으며 ‘대학 교육이 현실과 거리가 멀어서’(15%)거나 ‘부모님이나 지인의 권유로 사교육을 받은 경우’(3.4%)는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취업 사교육을 받아보지 않은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141명 가운데 약 40%인 56명이 사교육에 20만 원대를 지출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10만 원대 이하 약 22.7%(32명), 30만 원대 21.9%(31명)순으로 이들 사이에서는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한편 취업 사교육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57%가 매우 또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별로 혹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은 8%에 지나지 않았으나 잘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 또한 29.5%에 달했다.

◆내겐 너무 부담스러운 그대, 취업 사교육비=그렇지만 학생들이 주로 많이 듣는 어학, 컴퓨터, 각종 자격증, 공무원시험 등은 교육비가 그리 싼 편은 아니다. 물론 품을 팔면 무료 또는 저가로 들을 수 있는 기회가 간혹 있지만 일반적인 강좌는 보통 값이 나가는 편이다.

모 어학원의 지역 체인의 경우, 모든 강의들이 기본적으로 한 달 최소 10만 원을 훌쩍 넘어간다. 이곳에서 가장 비싼 강의는 한 달 30만 원에 육박한다. 또한 시내 중심가의 한 공무원학원의 기본 개념 종합반의 경우 한 달에 19만 원이다. 1년에 천만 원에 가까운 등록금을 부담해야 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매우 큰 금액이다. 이는 또한 앞서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를 뒷받침해준다.

또한 부대비용으로 발생하는 어학 및 각종 자격증 시험의 응시료 역시 주머니가 가벼운 대학생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다. 대학생들이 가장 흔하게 치는 어학 시험인 토익의 정기접수 응시료가 3만9천원이다. 최근 수험생이 늘고 있는 토익 스피킹과 오픽이 각각 7만3천 원, 7만 8천 원 정도이다. 토플은 시험을 치기 위해서는 약 20만 원이 필요하다.

컴퓨터 관련 자격증 가운데서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MOS 자격증 시험을 보는 학생들이 늘고 있는데, 이 MOS 역시 응시료가 만만치 않다. 수험 등급과 사용하는 MS 오피스 프로그램의 버전에 따라 응시료가 다른데 보통 7~8만 원이다.

◆취업 사교육의 바람은 왜 수그러들지 않나=그렇다면 취업 사교육의 바람은 왜 수그러들지 않고 갈수록 더 심화되고 있을까. 이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크게 사회적 측면과 개인적 측면으로 나눠졌다.

김태안 씨(전자공3)는 “사회 구조가 개인에게 일정한 기준 이상의 스펙을 요구한다”며 “개인은 이를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취업 사교육에 의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학우 역시 “구조적으로 일자리는 적은데 여기에 들어가고자 하는 취업 준비생은 지나치게 많기 때문에 전문 프로그램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반면 박범진 씨(수학4)는 “혼자 공부해서는 잘 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사교육의 힘을 빌어서라도 더 좋은 곳에 취직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것 같다”고 했다. 배지훈 씨(전자공4)는 “취업 준비생들이 보통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지민 씨(서양화4)는 “학내 교육 프로그램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사교육시장의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

취업 사교육의 향후 유용성을 묻는 질문에서는 설문조사의 결과처럼 많은 학생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실제 직무 수행 능력에 있어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답했다. 곽효영 씨(동양화3)는 “취업 사교육의 결과가 입사를 위한 하나의 전형 요소로 쓰일 뿐 입사 후에는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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