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교수 교원 지위 회복 시위’ 현장에 가다
‘비정규직교수 교원 지위 회복 시위’ 현장에 가다
  • 강보람 준기자
  • 승인 2010.09.16 1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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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교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중 대학 강사 교원 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의 김동애 본부장과 김영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고려대분회장이 대구에 온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8월 4일 동대구역에서 만난 일행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찾다 지하철 동대구역 1번 출구 앞으로 이동했다. 하필 이 날은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날인데다가 시간도 대낮이어서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흘러 내렸다.

‘이렇게 젊은 우리도 헉헉대는 날씨에 과연 예순이 넘으신 분들이 할 수 있을까?’ 싶었다. 하지만 두분은 느리지만 익숙한 동작으로 항상 들고 다니는 판넬을 하나하나 펴며 시위 준비를 했다. 

난생 처음 보는 시위 광경에 어쩔 줄 몰라 멀뚱멀뚱 서있는 기자와는 달리 이들은 금새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피켓 시위에 들어갔다. 이들이 만들어 온 전단에는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선대 서정민 강사의 유서 내용이 적혀 있었다. 시민들은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시위하고 있는 두 사람을 무심코 지나갔고, 이들이 가져온 유인물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그렇지만 김동애 본부장은 이런 무관심이 일상이라는 듯 조용히 ‘국회 앞 텐트 농성 1053일째’라고 적힌 판넬을 들었다. 전단이 얼마 없으니 행인 한 무리당 한 장씩 줘야 한다는 김영곤 분회장의 말을 들으며 생활고를 겪는 이들의 현실이 떠올랐다. 힘든 상황 속에서도 이들은 푼푼이 모운 돈으로 기나긴 싸움을 하고 있었다.

배고픈 것도 잊고 주변에서 시민들과 한창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김영곤 분회장이 늦은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밥을 먹으러 가려는데 김동애 본부장이 가만히 서 있길래 왜 같이 가지 않느냐고 물었다.

 “원래 밖에서 밥을 잘 안 먹어요” 하고 김 본부장이 말했다. 시위하느라 전국을 순회하는 것을 알고 있었던 기자는 ‘그럼 얼마나 자주 끼니를 거른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오랜 텐트 농성으로 구안괘사(안면신경마비)를 앓고 있는 그의 건강이 걱정됐다.

점심을 먹으러 가는 길에 나눠줬던 유인물이 짓밟힌 채로 땅에 버려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창 기자들과 얘기를 나누던 김영곤 분회장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그것을 줍고는 말을 이어나갔다.

신문사 일정 때문에 이들과 계속 있지 못하고 먼저 역전을 떠나야 했다. 땡볕 속에서도 두 사람은 조용하지만 힘있는 미소로 기자를 배웅했다. 이들의 목표가 이뤄져 텐트가 아닌 따뜻한 집에서 편안하게 자게 될 날이 과연 언제쯤 올까?

※김동애, 김영곤 부부의 1인 시위: 1977년 박탈당한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을 위해 2007년 9월 7일부터 국회의사당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 중이다. 김동애 씨는 ‘대학 강사 교원 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의 본부장이며, 남편인 김영곤 씨는 현재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고려대분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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