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 시간강사의 설움을 풀지 못한 사통위와 교과부
6만 시간강사의 설움을 풀지 못한 사통위와 교과부
  • 이광우 기자
  • 승인 2010.09.16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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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기간제 강의전담교수제 도입 논란, 시간강사의 3%에게만 일시적 교원 지위 부여하기로

지난 6월 21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 시간강사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기존의 전임강사를 폐지하고 대학 시간강사 중 일부를 교원으로 인정하는 ‘기간제 강의전담교수’(강의전담교수)를 도입하겠다는 것이 골자였다.

강의전담교수제 도입은 교원 지위 회복을 위해 목소리를 내 온 시간강사들이 교원 지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은 이번 교과부의 발표에 오히려 반발하고 있다. ‘벼랑 끝 33년’을 외쳐온 시간강사들, 그들이 또다시 목소리를 모아 사통위와 교과부의 대안을 ‘기만적 미봉책’이라고 비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977년 교육법 개정, 시간강사 문제의 시발점=시간강사는 지난 1977년 교육법이 개정되면서 교원 지위를 박탈당했다. 당시 법 조문의 ‘강사’를 ‘전임강사’로 변경하면서 전임강사와 시간강사를 구분했고, 시간강사는 비교원으로 규정지은 것이다. 이후 1980년 9월 5일 문교부가 졸업정원제를 도입했다. 교육법 개정이 불씨 역할을 했다면, 졸업정원제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

이는 대학이 졸업인원보다 신입생을 30%가량 더 뽑도록 하는 제도로, 이와 함께 시간강사 세 사람을 정교수 한 사람으로 인정한 것이다. 대학들은 교원 충원율 상승과 예산 절감을 위해 시간강사를 뽑는데 주력했다.

이후 지금까지 수차례의 ‘시간강사 교원지위 회복’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단 한 차례도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시간강사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로도, 교원으로도 인정받지 못하는 ‘유령’의 존재로 지낸 것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사회통합위원회=그러던 와중, 시간강사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찾아왔다. 지난해 출범한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가 10대 해결 과제로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포함한 것이다. 사통위는 지난 5월 8일 제1차 대학 시간강사대책 소위원회를 시작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 1차 회의 참석자들은 전임교원 확보율 제고 등을 조건으로 하는 ‘대학지원’보다 실질적으로 현재 시간강사들을 위한 대책 마련을 하기로 약속했다. 4대보험, 연구비 및 강사료 현실화 등 ‘수혜자’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 때 갑작스럽게 대학사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일어났다. 조선대학교 서정민 강사가 열악한 현실을 버티지 못하고 자살한 것이다. 이 사건은 사통위의 시간강사 처우 개선 의지에 가속도를 붙였다.

며칠 후인 6월 8일, 사통위는 제2차 정기회의에서 10대 프로젝트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회의에서 시간강사 문제의 대책안이 발표됐다. 대책안의 주요 내용은 고등교육법에 전업시간강사를 명시해 교원 지위를 회복하고, 임금 수준의 개선과 4대 보험을 보장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한교조)이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교조는 사통위가 시간강사 문제를 ‘근로 빈곤층’의 문제로 보는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발표했다. 이 단체는 반박문에서 “고등교육의 질적 향상 및 국가경쟁력 강화, 차별 완화와 비리 척결의 관점에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밝혔다.

이어 “좀 더 큰 틀에서 중·장기적인 로드맵을 갖고 대안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위원장을 맡았던 전남대 고형일 교수(교육학과)가 “구체적인 조사 없이 교과부의 의견에 따라 전업시간강사를 고등교육법에 명시했다”며 사퇴했다. 5월에 열렸던 소위 회의에 교과부 관계자가 이 같은 입장을 발표했고, 당시 모든 소위 위원들이 반발했지만 강행한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시간강사 문제가 커지자 사통위는 기존의 소위원회에서 한 단계 격상시킨 특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에 따라 6월 21일 열린 특위 간담회에서 효과적인 논의를 위해 외국 사례 및 현재 시간강사 실태의 충실한 기초 연구·조사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한교조의 의견에 따라 시혜 차원의 접근보다는 교육의 질 측면에서 접근할 것임을 밝혔다. 이후 열린 제2차 특위 회의는 한교조 관계자가 참석해 한교조의 대안을 밝혔다. 이 단체는 사통위와 교과부의 입장과 달리 약 5만 명에 달하는 전체 시간강사에게 교원지위를 부여하는 ‘연구강의교수’ 도입을 제안했다. 이어 교과부의 대책안이 최대 5년의 계약기간을 정한 것과 달리 강의평가, 연구업적, 사회봉사 그리고 경력 등의 평가를 통해 횟수 제한 없이 재계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6월 22일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 임순광사무처장이 한나라당 대구시당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출처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

 


◆매년 4백 명, 5년간 2천 명의 강의전담교수 도입키로=이처럼 여러 이야기가 오가며 시간이 흐르던 지난 7월 29일, 교과부가 고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기존에 논의됐던 대로 교원의 범위에 기간제 강의전담교수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매년 4백 명씩 5년간 총 2천 명의 강의전담교수를 만들어 교원 지위를 부여한다. 이는 국립대에 우선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사립대의 경우 간접적인 정책수단으로 채용을 유도할 방침이다. 또한 국립대 시간강사의 연봉을 전임강사의 50% 수준까지 인상하며 사립대의 경우 최저 강사료 기준단가를 권고하기로 했다.

하지만 여전히 한교조 측에서는 각 부문에 대한 반박자료를 제시하며 이것이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입장이다.(표 참조) 이들은 지난 6일 교과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주호 장관이 지난 2007년 제안했던 ‘대학 강사 법적 교원 지위 회복안’의 실천을 촉구했다.

또한 김영곤 한교조 고려대분회장은 지난 8월 4일 동대구역 앞에서 교원 지위 회복을 위한 1인 시위를 벌이며 개정안의 문제를 꼬집었다. 김 분회장은 “이름만 교원일 뿐 5년 후에 반강제적으로 퇴직하게 해 신임교원을 비정규직으로 채우겠다는 신자유주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현재 아내인 김동애 ‘대학 강사 교원 지위 회복과 대학교육 정상화 투쟁본부’ 본부장과 함께 국회 앞에서 3년이 넘게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김영곤 한교조 고려대분회장이 지난 8월 4일 동대구역 앞에서 교원 지위 회복을 위한 1인 시위를 하고있는 모습

 


우리 대학교의 경우 현재 시간강사의 수는 7백75명으로 전체 강의의 38.8%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의 임금은 시간당 5만 3천 원으로 두 과목을 강의할 경우 한 학기 4백77만 원을 받는다.(대학알리미 발표 기준) 이는 3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인 월 1백10만9천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이다. 또한 4대 보험 중 산재보험만 가입돼 있어 임금, 복지 등의 분야에서는 사실상 악조건에 속한다.

하지만 이번에 입법이 예고된 법안은 사립대의 경우 제도 도입을 권고하는데 그쳐, 우리 대학교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김용섭 한교조 영남대분회 자문위원은 “전반적인 측면에서 문제덩어리인 법안인데다가 그나마 ‘개선’이라는 부분도 사립대에 적용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은 이어 “정부가 시간강사의 본질을 보고 근본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개정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반쪽짜리 성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사통위와 교과부=시간강사가 처한 현실은 이미 수차례의 사건을 통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왔다. 우리 대학교의 경우에도 올해 초 단체 협상  과정에서의 문제로 천막농성을 하는 등 수없이 조명돼 왔다.

하지만 시간강사의 처우 개선을 위한 본질적인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지금처럼 문제의 일부분만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먼 미래를 내다볼 때 더욱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 정부가 시간강사 문제를 해결하려 한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한교조를 비롯한 이해 집단과의 더욱 원활한 소통을 통해 본질적인 문제에 다가서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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