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우리 어머니들을 울리는가?
누가 우리 어머니들을 울리는가?
  • 이광우 기자
  • 승인 2010.09.01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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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학교 환경미화원 감원 및 고령 노동자 해고 논란
“환경미화원들의 고용을 보장하라!”

지난달 17일 본관 앞에서 우리 대학교 환경미화원들이 업체 선정에 따른 인원 감축과 고령 노동자 해고를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곧바로 환경미화원들은 천마로 일대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진행했다. 본부 직원들은 천막 설치를 막으며 환경미화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본부·용역업체와 환경미화원 사이의 갈등은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은 채 잠시 유예됐다. 총학생회에서도 환경미화원들의 고용 보장 등을 요구하며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미화원을 비롯한 집회 참가자들이 천마로를 행진하고 있다. /임기덕 기자

◆객관적 지표 없이 감행한 인원 감축=지난달 17일 열린 기자회견은 현 학기부터 새로운 용역업체 선정을 위해 본부에서 제시한 사업규모와 연령 구성비에 문제가 있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가장 큰 논점은 기존의 1백33.5명(0.5명은 반나절 근무)에서 인력을 9명 줄여 1백25명으로 사업규모를 축소한 것이다. 박병곤 시설관리부장은 “그동안 환경미화 상태를 점검하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현재의 인원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박 부장은 “대부분의 환경미화원이 오전에 업무를 끝내 대학 구성원들의 민원이 수 없이 제기됨에 따라 9명 정도를 감원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9명의 인원 감축이 객관적인 지표나 체계적인 조사 없이 이뤄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 대학교 환경미화원 노동조합인 영남대시설관리지회(시설노조) 전영경 지회장은 “지금도 인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본부가 일방적으로 환경미화원 수를 9명이나 줄였다”고 말했다.
시설관리지회 전영경 지회장의 기자회견
/이광우 기자


실제로 지난해 경북지방노동위원회(노동위)는 환경미화 인력을 2명 더 증원할 것을 학교 측에 권고했다. 지난 2006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됨에 따라 주 44시간 근무에서 주 40시간 근무로 바뀌었지만 전체 일감은 변하지 않아 사실상 인력 충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인력 충원이 되지 않자 시설노조가 노동위에 4명의 인력 증원을 요청했다. 이에 노동위에서는 2명을 즉시 증원하고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노사 간에 지속적으로 논의해 나갈 것을 권고했다.

◆‘일하다 사고나면 학교 이미지 나빠진다’며 고령자 해고하려=또 다른 논쟁거리는 본부가 업체에 요구한 ‘환경미화 인력 구성비율 및 확약서’(인력 구성비 확약서)였다. 인력 구성비 확약서는 각 청소 권역별로 55세 미만부터 71세 이상까지 다섯 부분으로 나눠 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구성비율을 편성하고 이행할 것을 확약하는 것이다. 박 부장은 인력 구성비 확약서에 대해 “단순히 업체별로 어떻게 연령을 구성할 것인지 계획서를 받는 것이며 전체 입찰업체 평가 점수의 10% 밖에 차지하지 않아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부장은 “사실상 고령 노동자는 업무 효율성도 떨어지고 안전사고 발생 시 학교 이미지 훼손의 우려도 있어 인력 구성비율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총학생회 측에서는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논리’라는 입장이다. 총학생회가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인력 구성비 확약서를 제출케 한 이유를 묻자 이처럼 답변한 것이다. 총학생회 이시훈 정책위원장(사학4)은 “본부가 ‘이미지 악화로 인해 신입생 유치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답변한 것을 읽으며 매우 황당했다”고 밝혔다.

시설노조 측에서는 인력 구성비 확약서가 사실상 고령 노동자를 해고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전 지회장은 “본부가 전체 미화원 가운데 47명에 달하는 65세 이상의 환경미화원을 해고하려는 것이다”며 반발했다. 또한 그는 “구체적인 기준 없이 단순히 연령만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것은 터무니 없다”며 “사실상 일방적으로 정년을 설정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건강검진을 통해 문제가 없을 시 연령과 상관없이 일해 왔으며 최근 수년간 단 한차례의 사고도 발생하지 않아 본부의 주장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미화원들이 천막 설치를 놓고 본부 관계자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임기덕 기자

하지만 이 같은 시설노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두 업체 중 2권역을 담당하는 국제종합관리가 65세 이상의 고령 노동자를 해고하고 신규 인원을 채용하려 했다. 특히 국제 측은 채용 전날 저녁까지도 노조에게 “이야기를 해보며 결정하자”고 했었다. 사실상 표리부동으로 해고를 감행한 것이다. 환경미화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속았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 과정에서 본부는 시설노조가 대화를 요청해도 제대로 응해주지 않으며 계약관계에 있는 용역회사와 논의하라는 입장만 내비쳤다. 시설노조는 곧바로 항의하며 다시 집회에 나섰고, 지난달 27일에서야 본부와 용역업체 그리고 시설노조가 한자리에 모여 협상을 진행했다. 몇 시간에 걸친 논쟁 끝에 내려진 결정은 ‘당장 계약을 변경할 수 없으므로 앞으로 3개월 간 계속해서 이야기를 진행하자’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유예선언’이나 다름 없는 결과이지만 시설노조 측에서는 그나마 한 숨 돌릴 수 있어 다행이라는 입장이다.

◆“몸이 불편한 남편과 단둘이 살아가…”=현재 우리 대학교는 천마로를 기준으로 1권역과 2권역으로 나눠 환경미화를 담당하고 있다. 총 1백34명 중 65세 이상 고령 노동자는 총 47명에 달한다. 대부분이 한국전쟁을 겪고 산업화를 거치며 자신들의 노후대책보다는 자식을 키우느라 세월을 보낸 세대다.

2권역 환경미화를 담당하는 60대의 한 아주머니는 “강의실 청소 때문에 6시 30분까지 출근해 청소를 해야 하니 아침은 거를 수밖에 없고 점심도 눈치가 보여 마음대로 먹지 못한다”고 했다. 환경미화원의 하루 일과는 쉴 시간 자체가 없을 정도로 바쁘다. 대부분의 환경미화원이 이처럼 6시 30분쯤 도착해 강의실을 청소하고, 곧바로 계단과 화장실을 청소하다 보면 점심시간이 된다. 하지만 점심시간은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아니다. 그나마 덜 북적이는 점심시간 동안 오전에 하지 못한 청소를 해야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에는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캠퍼스에서 수거된 쓰레기들을 일일이 분류한다. 이 과정에서 나오는 고철이나 재활용품 등 판매가 가능한 물품을 팔아 교통비나 식비에 보탬을 한다. 그렇게 월요일부터 금요일 그리고 토·일요일 3교대로 일을 하고 있다.

많은 환경미화원들이 “힘들어도 그나마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다”는 입장이다. 몸이 불편한 남편을 대신해 일을 하며 한 달에 약 80만원을 벌어 살아가는 한 아주머니는 인터뷰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이같은 상황을 본부는 전혀 파악하지 않고 그저 탁상행정으로 모든 것을 결정짓고 이제는 ‘노사 간의 문제’라며 뒷짐만 진 채 방관하고 있다. 사람이 되기를 가르치는 대학에서, 그것도 인권 중심으로 특성화 된 로스쿨을 운영하는 곳에서 이름과 역할에 걸맞게 본부가 용역업체에 책임을 떠넘기기 보다는 타 대학의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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