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눈높이부터 낮추라고?
청년들 눈높이부터 낮추라고?
  • 이광우 기자
  • 승인 2010.09.01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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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없는 정부대책, 청년유니온이 나선다

이미 너희는 뭘 해도 늦었기 때문이다.…그냥 조용히 공부하고 졸업해서 삽 들고 안전한 삶의 길을 모색해 나가길 바랄 뿐이다.…” 작년 여름을 달궜던 김용민 한양대학교 겸임교수의 ‘20대 포기론’ 중 일부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20대를 규정짓는 수많은 논리들이 양산되고 있다. 사회 전반적으로 20대는 현재 정치에도 무관심하고 이해타산만을 중요시 여기는 이기적인 세대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청년유니온이 걸어온 길 /이광우 기자
청년층의 목소리를 내어 이 같은 인식을 깨트리고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나타난 것이 바로 ‘청년유니온’이다. 청년유니온은 청년층 당사자가 움직여야 비로소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 하에 지난해 8월 결성된 단체이다. 또한 청년 노동문제의 해결뿐만 아니라 청년세대의 정서적 교류를 통해 연대를 도모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청년노동조합 설립 자체를 막는 노동부=청년유니온은 결성 직후부터 대학별 등록금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등 활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3월 18일, 노동부에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했다.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청년층의 문제가 사실상 노동시장 문제를 중심으로 한 생존권의 문제로 변했기 때문에 노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노동조합은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바로 활동이 가능한 신고제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청년유니온은 지금까지 3차례 ‘반려’조치를 받아 노동조합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하면서 청년유니온의 노동조합 설립을 막고 있는 것이다. 노동부는 반려조치의 이유로 “조합원의 대다수가 구직자이기 때문에 설립될 수 없다”는 입장을 들고 있다. 또한 청년유니온 규약 중 ‘청년들의 정치·경제·사회적 지위 향상’이라는 구절이 정치적이라는 이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영경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이미 2004년에 서울 여성노동조합이 같은 이유로 반려조치를 받은 뒤 대법원 판결을 통해 승소, 노조로 인정받은 판례가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의 주장이 사실상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로 밝혀졌지만 노동부는 계속해서 그들을 거부하고 있다. 결국 청년유니온은 지난 7월 13일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금과 같은 노동부의 입장은 엄연히 국제노동기구(ILO) 제87호 협약 제2조 위반 사항이다. ILO 87호에는 “노조의 설립과 관련된 법령은 사전승인과 같은 효과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이 법원에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처분 취소소송의 송장을 제출하고 있다.
/사진 : 청년유니온 제공

굳이 이렇게 장애물을 넘으면서까지 계속해서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합법적 지위를 얻음으로써 조합원이 속한 사업장과의 단체교섭을 더욱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은 계속되는 반려조치에 대해 “청년들이 한데 뭉쳐 권리를 외치는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로제타 플랜’을 도입하는 것이 목표 중 하나=청년유니온은 정부의 청년실업문제 해결 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고 있다. 특히 청년고용촉진특별법(특별법)이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별법은 공공기관이 매년 3%씩 청년들을 고용하도록 하는 법인데, 권고사항에 지나지 않아 이행하는 곳은 절반에 불과하다. 특히 작년의 경우 아예 신규채용 자체를 하지 않은 곳이 17%에 달했다. 청년유니온에서는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는 공공기관이 앞서서 청년실업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며 향후 정부가 로제타 플랜처럼 사업장의 범위를 늘리고 청년 고용을 의무화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청년유니온 김영경 대표와 홍희덕 의원(민주노동당)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청년유니온 제공

또한 실업자나 취업준비생에게 구직 급여를 제공하는 청년실업급여제도의 도입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에서는 실업부조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실업기금과 정부 지원을 합쳐 연대기금을 만들자는 안을 내놓기도 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과 함께 지난 7월 30일 청년실업 관련 기자회견도 가졌다.

◆청년실업 해결 위해 청년실업 극복 콘서트 개최=청년유니온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청년실업 극복 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콘서트는 실업으로 좌절에 빠진 청년들에게 자신감을 되찾아주자는 취지로 열렸다. 이와 비슷한 행사로 청년실업 해결과 청년 노동권 확보를 위한 알자프로젝트도 진행했다. 수도권 12개 대학 졸업식에 관련 자료를 담고 있는 수첩을 나눠주는 활동이었다. 또한 청년인턴 실업급여 지급 촉구를 위해 피해사례를 모으고 온·오프라인 서명운동도 진행했다. 청년유니온에 따르면 조만간 청년인턴 정기모임 등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만들고 있다.

앞으로 청년유니온은 청년계층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부당해고, 구직차별 등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제기할 계획이다. 또한 여성노조와 같은 커뮤니티 유니온을 지향하는 만큼 노동운동 뿐 만 아니라 시민단체나 청년단체 등과의 적극적인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청년유니온이 청년가계부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 : 청년유니온 제공

◆‘눈을 낮추라’ 강요하기 전에 중소기업 지원을 늘려야=김 위원장은 정부가 줄곧 외치는 ‘청년들이여 눈을 낮추라’에 대해 “근본적으로 대한민국 사회 체제를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입사=성공한 사람’으로 보도록 만들면서 노동 환경이 현격하게 차이 나는 중소기업에 가도록 강요하는 것은 역설적이다”고 외치고 있다. 등록금 지원이 아닌 학자금 대출제도를 만들어 많은 대졸자가 빚을 안고 사회에 나오니 자연스럽게 노동환경이 나은 기업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함께 고민하기 위해 청년유니온의 모델이 되기도 했던 일본 수도권 청년유니온과 연대활동도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김 위원장이 직접 일본 수도권 청년유니온을 방문해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들의 청년들이 처한 현실이 우리나라 청년들과 흡사해 많은 공감을 얻었고, 올해 하반기에는 일본 수도권 청년유니온이 우리나라 청년유니온에 찾아오기로 약속했다.

청년유니온의 설립배경은 한 마디로 “청년실업, 그동안 많이 참았다. 그런데 아무도 해결해주지 않아 이제 우리가 나선다”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부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막고 있는 것이다. 이 단체는 11일 열릴 노조설립 반려 행정소송 변호사비 마련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20대 포기론’ 즉 청년층의 정치 무관심, 대기업 선호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 해봐야 할 때이다.

*로제타 플랜 : 벨기에 정부가 2000년에 도입한 정책으로, 50명 이상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장은 고용인원의 3%를 청년노동자로 추가 고용하도록 의무로 정한 것

*서울여성노동조합 노동조합 설립신고 반려 처분 취소 소송 : 지역별 노동조합이 그 구성원으로 ‘구직중인 여성 노동자’를 포함하여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한 경우, ‘구직중인 여성 노동자’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상의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동조합 설립신고를 반려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결을 수긍한 사례(2004년 2월 27일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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