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통해 사회의 리더 키우고 싶어”/양준혁
“야구를 통해 사회의 리더 키우고 싶어”/양준혁
  • 이수정 준기자
  • 승인 2010.09.01 17: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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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피의 사나이 양준혁(경제학과 88학번)

지난 7월 26일 삼성라이온즈 양준혁 선수가 18년 야구 선수 생활을 마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은퇴 경기는 9월 19일로 잡혔다. 언제까지나 타석에 서 있을 것 같았던 ‘양신’이 떠난다는 소식은 올해 야구계의 가장 큰 이슈다.

그는 ‘기록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많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한국프로야구의 기록이 새로 써 졌다. 통산 최다경기 출장, 최다안타, 최다홈런, 최다타점, 최다득점, 최다루타, 최다사사구 등 도루를 제외한 전 부문에서 최고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전설. 우리 대학교 88학번 경제학과 출신인 양준혁 선배님을 만났다.

조금은 다른 대학 생활 - C.C를 꼭 한번 해보고 싶어=양준혁 선수에게 우리 대학교에서 보냈던 학창시절의 기억은 대학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야구부 소속이었기 때문에 기숙사 생활을 했었지. 때문에 학교 밖으로 많이 나가지 못했어. 밖으로 나갈 때는 줄서서 나가고, 머리도 깎이고…. 학창시절에 대한 기억이 없어. 고등학교 때부터 수학여행이며, 그 흔한 엠티까지 한 번도 못 갔는데 그 점이  아쉽지….” 그의 대학시절 당시 감독은 엄한 분이었고 선배들도 무서웠다고 한다. 그는 대학시절을 매일 선배들한테 맞고, 야구하고, 선배들 빨래하면서 보낸 것으로 회상했다. “그 당시에는 괴롭고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 훈련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해.”

‘다시 대학시절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은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C.C(Campus Couple)를 꼭 한번 해보고 싶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교수님으로는 양상석 교수님을 꼽았다. “지금은 우리 대학교에 계시지 않는 걸로 아는데, 그분은 워낙 야구를 좋아하시고 관심이 많은 분이셨어. 법과 관련된 수업인데 그분 수업을 많이 들어갔지. 교수님이 야구를 좋아하셔서 그런지 살아가면서 처음으로 A+를 받기도 했어.”

◆그가 말하는 성공 - 결국은 다 사람이 하는 것=“혹시 성냥개비 하나로 코끼리를 쓰러뜨리는 방법이 뭔지 아나? 한 군데만 계속 찌르는 거야. 계속 한 곳만 찌르면 코끼리가 미쳐서라도 죽어.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으면 하나를 파고 들어가서 끝까지 붙잡고 늘어지면 된다고 봐. 대신에 한 번, 두 번하면 안 돼. 죽을 때까지, 끝장을 볼 때까지, 그러면 뭐든지 할 수 있어.”‘야구든 다른 직업이든 결국은 다 사람이 하는 것이다’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아마추어 선수가‘프로에 와서 성공하고 싶다’고 한다면 밤새도록 죽자 살자 하루에 스윙을 천개씩 2천개씩 하면 나는 된다고 봐. 근데 안 하면서 잘 하려고 하니까 그게 안 되는 거지. 무언가를 남들보다 잘 하고 싶다면 남다른 열정과 의지가 있어야 해. 안되면 더 열심히, 될 때까지 하면 다 되게 돼 있어.”

◆18년 선수생활을 접다 - 자리를 비켜줘야 할 때=올해 나이 42살. 그는 2007년 11월, MBC프로그램 ‘무릎팍 도사’에서 “남은 7년 중 3~4년은 자신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후 은퇴발표를 했다. 프로 야구의 역사를 썼고 앞으로 더 써내려 갈 수 있는 그가 은퇴를 한다고 했을 때 아쉬워하는 야구팬들이 많았다. 이런 팬들의 마음처럼 그 역시도 야구선수로서 오래 남아있기를 바랐다. 하지만 해마다 삼성라이온즈라는 팀의 사정은 달라졌고, 자신을 맞춰주지 않았다. 후배들을 위해서 자리를 비켜줘야 할 때가 온 것이다. 현재 삼성라이온즈는 세대교체 중이다. 젊은 선수들을 토대로 팀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 목표였으니까…. 팀은 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지. 그건 내가 거기에 맞춰야 하는 거야. 이건 내가 큰 틀에서 봐야하는 거지. 나야 10년이든 20년이든 하고 싶지만…. 매일 벤치에 있으면 팀도 힘들어지고 나도 힘들어져. 그럴 때는 빨리 결정해줘야 하는 거지. 젊은 애들을 키우려고 하는데 내가 계속 내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후배들이 크지 못 해. 시대의 흐름에 맞춰야지.” 선수로서 생활을 마감하고 있는 그의 말투에서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의 꿈 - 야구 통해 사회의 리더 키우고 싶어=그의 꿈은 청소년들을 위한 야구클럽을 활성화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소년 야구클럽이나 사회인 야구클럽은 어느 정도 보급이 되어 있지만, 청소년 야구클럽은 거의 없는 상태이다.

“스포츠를 통해서 아이들이 건전해 진다고 생각해. 그와 동시에 정신력도 맑아지고. 예전에는 구슬치기나 숨바꼭질을 하면서 많이 뛰어 다녔는데 요즘은 공부만 하는 것 같아. 더군다나 주입식으로 교육하고 있지. 그 아이들이 젊은이가 되어 사회를 이끌어 갈 텐데, 아이들이 너무 공부만해서 어두워진 것 같아. 청소년들에게 야구를 전해주고 싶어. 야구를 통해서 인생교육을 시킬 수 있기 때문이지. 야구 안에는 예절도 있고 선후배간의 친목도 있어. 야구 안에는 인생살이가 다 들어있지. 그렇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나 청소년들의 인생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흔히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 안에는 삶의 희로애락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야구선수를 시키겠다는 것이 아니라 일반 학생들을 야구를 통해서 사회의 리더로 키우고 싶다는 것이야.” 이 꿈은 현재 그가 구상하고 있는 목표와도 동일하다. “어떻게 보면 너무 어려운 과제이기 때문에 하나 하나씩…. 당장은 안 될 것 같아. 축구는 동네마다 축구장이 있지만 야구는 야구장이 없기 때문에 야구장부터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양준혁 선배님을 처음 봤을 때 푸근한 인상과 풍채는 마치 옆집 아저씨를 보는 듯 했다. 하지만 타격연습으로 손에 생긴 굳은살은 ‘역시 야구선수구나’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또한 인터뷰가 끝나자 그날 경기를 위한 훈련을 하러 가는 모습에서 야구를 18년 동안 해 온 프로의 정신이 엿보였다. 은퇴 발표를 했지만 그는 아직 야구선수였다. 평생 야구와 함께한 양준혁 선배님의 은퇴 후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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