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국민의 신용을 잃었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는 소통과 통합을 위해 노력할 것임을 선언했다. 하지만 국무총리와 특임장관 후보자에 각각 김태호 전 경상남도지사와 이재오 의원을 내정해 소위 ‘측근의 귀환’으로 불렸다. 이는 국민을 우롱한 처사이며 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저버린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의 사람들을 대거 등용하며 다시 한 번 소통과 통합이 말뿐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신용은 여러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중요한 가치이다. 하물며 정부와 국민 사이에 신용이 깨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국민이 믿지 못하는 정부는 절대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을 것이다.
둘째,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이다. 김태호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기 전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자의 총리 인준을 반대하는 의견이 54.4%로 찬성 의견(21.2%)의 2배를 훌쩍 넘었다. 국민들이 인사청문회를 보며 격분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정부가 국민의 믿음을 저버린 데다 지목한 후보자들 역시 여러 가지 의혹이 있거나 경솔한 발언으로 공직자로서 도덕성에 위배돼 그 자질이 의심스러웠다.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과 천안함 유족 비하 발언, 역시 중도 사퇴한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후보자의 쪽방 투기 의혹, 위장전입 등 이루 말로 다하지 못할 정도였다.
성과주의와 물질주의의 폐단 역시 한국 사회에 이러한 문제점을 불거지게 한 것은 아닐까? 실제로 조 청장은 서울지방경찰청장 재임 당시 성과 위주의 행정을 무리하게 추진해오다 양천경찰서 고문사건 등의 논란을 빚었다. 지나친 성과 위주, 물질 중심의 사고는 결국 개인의 도덕성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돈과 권력이 그렇게도 좋은가? 능력만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가? 우리는 정말 중요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 있다. 바로 도덕성과 신용이라는 가치다. 이를 갖추지 못한다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저들처럼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후 대한민국 사회는 황희와 맹사성처럼 청렴결백하고 도덕성과 신용을 바탕으로 진정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움직여야 한다. 도덕성과 신용 추구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통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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