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학교를 가진다
모든 학생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학교를 가진다
  • 손민우(영어영문3)
  • 승인 2010.06.0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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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지방선거가 있었다. 선거는 대의 민주주의 하에서 국민들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정치에 투입하기 위한 권리 행사의 한 방법이다. 여기서 선출된 자는 사회적 권력과 명예를 얻게 된다. 하지만 선거는 ‘높으신 분’들을 뽑기 위한 행위가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 열심히 일할 ‘일꾼’을 선택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그 일꾼들은 국록을 먹으며 국민을 위해 일한다.
조선시대의 왕정과 지금의 대통령제가 다른 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왕권 체제의 국가에서 권력의 주체가 왕이었다면 지금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의 주체는 국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인 국민들의 선택이 어리석거나 그 일꾼이 주인들의 의사를 대변해 주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고스란히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일꾼이 게으르면 주인의 손발이 고생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유명한 정치 철학자 토크빌이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가진다”고 말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만약 권력이 국민들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정당성과 대표성을 가지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결과는 ‘독재’라는 끔찍한 일방 통치로 나타나게 된다. 어떤 집단이든 민주성이 사라진 권력 체계를 잉태하게 되면 부패하기 마련이다. 민주적 절차에 의한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그런데 지난 4월 21일 우리 대학 재단 이사회에서는 총장 직선제를 임명제로 전환하는 정관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의결하였다. 더구나 교수들의 인사권마저도 직접 행사할 방침이다. 1980년대 말 학생과 교수들의 투쟁으로 비리재단을 축출하고 총장 직선제를 얻어낸 지 약 20년 만에 이루어지는 ‘과거 회귀’다. 대학의 총장이 재단의 임명으로 결정된다는 것은 기존의 민주적인 대학 운영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다.
총장 임명제가 시행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불 보듯 뻔하다.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총장과 재단에 의해 임명된 총장 중 누구의 자율성이 더 보장될까. 누가 학생들을 위한 학교 운영을 할 수 있을까. 일방통행식의 학교 운영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될 것은 우리대학을 위해 일 할 ‘일꾼’이 아닌 ‘높으신 분’들의 일꾼일 뿐이다. 학생들의 관심과 움직임이 없다면 훗날 우리 대학은 어떻게 변해 있을지 알 수 없다. 토크빌의 우려처럼 학생들의 무관심속에 자신들이 배제된 채 재단에 의해서만 학교의 운영이 이뤄지는 광경을 보게 될 지도 모른다. 학생들의 등록금을 받아 운영되는 학교가 학생과 교수 그리고 교직원들을 기만하려 들고 있다. 6.2 지방선거가 끝난 지금, 다시금 선거와 민주주의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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