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 시간 강사들의 죽음
살인의 추억 시간 강사들의 죽음
  • 하재철 영남대비정규교수노조 분회장
  • 승인 2010.06.0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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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사건으로 온 나라가 들끓던 지난 5월25일, 반드시 ‘또’ 일어나리라고 예측하고 있던 죽음을 알리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조선대학교에서 10여 년간 일해 온 40대 중반의 한 시간강사가 목숨을 끊은 것이다. 아내가 식당일을 나간 사이였다. 그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가장 가까운 원인은 교수임용에서 탈락한 것이었다. 그는 유서에서 아내에게 “사는 것이 고난의 연속이었기에 언젠가 교수가 되는 그날에 당신에게 모든 걸 용서받고” 싶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해 미안하다고 쓰고 있다. 그러나 유서는 그것이 단지 표면적인 이유일 뿐이라는 것을 얘기하고 있다. 미안하다는 말에 이어지는 것은 지도교수에 대한 고발이다. 지도교수는 이 강사가 혼자서 쓴 무려 40여 편의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공동저자로 올려 연구성과를 부풀렸다고 한다. 심지어는 박사와 석사과정에 있는 자기 제자들의 학위논문까지 쓰도록 했다고 한다. 그는 이 부당하고 굴욕적인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그의 죽음을 불러온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그는 유서에서 지도교수를 “제자로서 받들려고 했던 제 자신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세상에 눈을 돌릴 수 없었습니다. (…) 제가 당신 종입니까? 10여 년 전에 학원 치우라고 하더니, 몇 년 전에는 어느 학교라도 가서 돈 벌 수 있는 기회도 저지하시더니, 그러면서 노예로 삼아 오시더니 이젠 가라고 하십니까?”라고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이번 사건까지 합하면 알려진 강사의 죽음만 9번째다. 그리고 이 죽음들은 개인의 자살이 아니라 시간강사제도가 낳은 강사연쇄살인이다. 강사제도는 자본의 탐욕이 만든 오래된 제도다. 1964년도 동아일보의 칼럼에선 강사제도를 가리켜 “학원을 기업화하여 신흥재벌이 되었다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으며”, 학생이나 시간강사들은 “특정인물의 자본 육성에 크게 공헌하였다고 자부하여도 좋으리라”고 비꼬고 있다. 그리고 시간강사들을 소매상에 비유하면서 그들은 대학운영자에게 자릿세를 너무 많이 뜯기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필자는 2년 전 한경선이라는 분이 역시 시간강사제도에 의해 살해당했을 때 영대신문 교수칼럼에 침묵하고 있는 대학을 질타하면서 “이 침묵이 독이 되어 대학의 생명을 서서히 끊어버릴 것 같아 무섭습니다.”라고 예언한 적이 있다. 이 예언은 목하 실현 중에 있다. 살인의 추억. 대학은 그 추억을 지금 만들고 있는 중이다. 바라건대, 9번째 희생자에서 끝난 화성연쇄살인사건처럼 강사연쇄살인도 이젠 끝을 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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