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공약, 똑같은 인식, 똑같은 결과
똑같은 공약, 똑같은 인식, 똑같은 결과
  • 김용배 편집부장
  • 승인 2010.06.03 14: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일 치룬 교육감 선거 공약들은 언제나 같고 그 결과도 언제나 같다. 지난 선거에도 ‘창의적인 인재를 육성하겠습니다’,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토론식 수업을 진행하겠습니다’ 등 이제는 반복되는 공약들이 지겹기만 하다.
이러한 공약들을 보고 있으면 사회는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들의 성적은 당연히 뛰어나야 하고 창의적인 생각에 사고력도 높아야 하며 남들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국제 학력조사에서 2위를 차지한 한국, ‘울면서 공부한다는’ 한국에서는 교육의 기능은 이미 상실했으며 교육의 의미가 취업과 대학진학에 그치고 있다.
한국 전쟁 이후, 신분의 ‘사다리’를 한 단계이라도 올라가고 싶어했던 MBC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신세경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공부는 지긋지긋한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이었다. 혹시 ‘사다리’의 한 단계를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생겨났던 사교육. 이 사교육때문에 우리나라의 공부경쟁은 더 가속화 됐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떤 직업을 선택해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상대방과의 경쟁을 이길 것이냐’가 더 중요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성적 중심의 한국에서 한 문제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으로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음에도 입시교육이다 뭐다 해서 결국엔 객관적으로 옳은 답하나 밖에 없다.
또한 한 문제에서 다양한 가능성과 물음으로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성적 중심의 한국은 입시교육, 성적 일렬로 세우기 등으로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 채 단 하나의 객관적인 답만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준다. 그 결과, 학생들이 볼 수 있는 시각은 하나이며 다양한 시각과 가능성을 가진 인재보다는 하나밖에 모르는 인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언제나 똑같은 공약으로 ‘토론식 수업’, ‘창의적인 수업’을 외치지만 현 상황에서는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또 입시교육, 사교육으로 다양한 경험과 다양한 시각을 가지기에 어려움이 많다.
‘공부=자기발전’보다는 ‘공부=취업’이라는 공식이 생겨버린 우리나라, 이러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먼저이다. 「핀란드 교육법」에 따르면 핀란드의 학생들에게 공부는 자기발전을 위한 것이고 교육을 왜 받아야 하는가를 정확히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는 교육청의 지침으로 꾸려진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하지만 핀란드 교육청은 큰 목표만 설정할 뿐 세부적인 교육과정은 학교와 교사의 재량이다. 학교와 교사의 재량으로 변해버린 교육과정은 단순히 진도나가기 바쁜 우리나라와 달리 ‘토론식 수업’과 동시에 ‘창의적인 교육’을 할 수 있게 했다.
똑같은 공약으로 똑같은 사람들의 인식으로 똑같은 결과를 낳는 우리나라. 웃으면서 공부한다는 핀란드에서도 교육을 바꾸는 데에만 30년 정도 소요됐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30년 후에는 똑같은 사람들의 ‘다른 ’인식으로 ‘다른’ 결과를 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