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여행 제대로 하기
배낭여행 제대로 하기
  • 송혜영 교수(미술학부)
  • 승인 2010.06.03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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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곧 방학이 시작된다. 나 역시 대학시절을 되돌아보니 학기말이 되면 늘 방학을 손꼽아 기다리며 야무진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 그러나 밀린 전공서적을 읽겠다는 방학초의 계획은 사라지고 학기 중에 못했던 늦잠을 실컷 자거나, 소설책 두세 권 읽고, 영화 몇 편 보고, 도시 근교로 한번 정도의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오면 어느 새 방학은 끝나가고 있었다. 이에 반해 요즘 대학생들은 계절학기 수강, 영어 공부, 자격증 취득,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배낭여행 등 실속 있게 방학을 보내는 것 같다. 물론 그 실천과 성과여부는 개인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어쨌든 모든 게 막연했던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이렇게 달라진 방학의 풍경가운데 지난 날 꿈도 꾸지 못했던 것이 바로 외국으로의 배낭여행이다. 독일에서 유학시절을 보냈던 내 기억에 의하면, 1990년대로 들어서면서 한국 학생들의 배낭여행이 시작되었던 것 같다. 실제로 이젠 방학이 되면 파리와 런던, 프랑크푸르트와 하이델베르크, 베니스와 로마, 비엔나와 체코의 유럽 대도시에서 배낭여행을 하는 한국 학생들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젊은 시절 외국의 다양한 모습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며 삶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간다는 점에서, 돈과 시간이 허락된다면 배낭여행을 적극 권하고 싶다. 배낭여행과 관련된 수많은 책들은 국가와 도시별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히 숙박비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필요한 민박집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배낭여행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구했다면, 남은 일은 재미있고 유익한 여행을 하는 것이며, 이와 관련해 두 가지만 이야기 하고 싶다.
먼저 웃으며 인사를 하자! 물론 그 나라의 모국어를 말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초급 수준의 영어 인사말이면 충분하다. 여행을 하다보면 기차 안, 공원이나 거리의 의자에 앉게 되고 수시로 외국인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 한국 학생들은 대부분 굳은 표정을 짓고 있으며, 주로 한국인 학생들끼리 다니는 까닭에 현지인들과 이야기하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적어도 기차표를 확인하는 역무원이나 옆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미소를 짓고 인사를 하면, 대부분의 현지인들은 웃으며 답하고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묻는다. 이때 부족한대로 영어로 이야기하거나 메모지에 그림을 그리며 소통을 시도한다면, 여행은 진짜 재미있어 진다. 훗날 내가 여행했던 어느 나라를 떠올릴 때, 서툴지만 대화를 나누었던 누군가가 그 도시의 모습과 겹쳐져 기억될 때 진정한 추억거리가 된다.
그 다음으로 문화체험을 위한 돈쓰기에 너무 인색하지 말자! 지난 해 여름 나는 며칠 동안 프라하에 머물렀다. 그리고 그 유명한 카를교 위에선 마치 한국에 있는 기분이었는데, 사진 찍기에 바쁜 한국 학생들과 그들의 말소리가 카를교를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프라하를 대표하는 카프카의 집이나 미술관에선 한국 학생들의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입장료 때문이었다. 물론 배낭여행의 경우 절약이 필수적이다 보니 대부분의 학생들은 한 나라의 진정한 문화를 체험하기 보다는 오직 방문국가수를 늘려나가는 피곤한 여행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나 방문국가수를 조금 줄이더라도 예술의 도시에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미술관이나 콘서트홀로 발걸음을 옮겨 보자. 젊은 시절 맛보는 예술적 감동, 젊은 시절부터 형성된 예술적 안목은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삶이 피곤해질 때 예술이 주는 위안이 매우 크다고 하는데, 그 훈련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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