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고 싼 학교 식당 만들기, 직영이 답이다
맛있고 싼 학교 식당 만들기, 직영이 답이다
  • 박주현 취재부장
  • 승인 2010.06.03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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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학생회관 식당

붐비는 학생회관 식당 배수대

점심시간, 학교 밖 음식점은 멀고 공강 시간은 짧을 때 우리는 흔히 학교 식당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우리 대학 학생들은 학교 식당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학교 식당 만족도 4.9점(10점 만점)=‘학교 식당 만족도’에 대한 질문에 학생들은 평균 4.9점(10점 만점)이라고 답했다. 이러한 불만족은 학생들을 학교 밖 음식점(27.7%)이나 배달음식점(21.7%)으로 내몰고 있다. 학교 식당 음식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가격보다 맛에 있다. 실제로 학교 식당을 선호하지 않는 이유로 ‘맛이 없어서’라고 답한 학생이 55.3%에 달한 것은 이를 방증한다. 학교 식당 문제는 단순한 먹거리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에 가깝다. ‘한 달 지출 중 식비가 50~70% 정도로 차지한다’고 답한 학생이 53.3%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맛있고 싼 학교 식당은 절실하다.
현재 우리 대학 내에 위치한 학교 식당은 총 3군데. 그 중 인문계 식당과 학생회관 식당은 이번 달 말에 입찰을 앞두고 있고 자연계 식당은 오는 11월에 계약이 만료된다. 따라서 좋은 학교 식당을 만들기 위한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에 최적기다.    
그렇다면 어떤 식당이 좋은 식당일까. 우리가 식당을 선택할 때 가격과 더불어 중요시 되는 것은 바로 음식의 맛이다. ‘맛있다’는 판단을 내리는 것은 간단하다. 식재료가 좋거나 손맛이 좋거나. 맛 좋기로 유명한 4개 대학 식당의 사례와 우리 대학 학생 식당 및 생활관 식당의 사례를 조사해봤다. 이중 한국외국어대학교와 포항공과대학교, 우리 대학 생활관 식당은 대학 측에서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의 경우 인력관리만 전문업체에서 하는 준직영 방식과 생활협동조합(생협)에서 운영하는 직영방식을 모두 이용하고 있다. 또한 우리 대학 학교 식당 3곳과 고려대학교 식당은 임대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식재료 질 어떠한가=식단 단가 중 식재료 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적으로 60~65% 정도로 비슷했다. 하지만 우리 대학 생활관 식당과 서울대 제3식당, 한국외대 식당, 포항공대 식당은 타 사례보다 10% 높게 식재료비에 투자하고 있다고 간주해야 한다. 식단 단가는 식단 판매 가격 중 부가가치세(10%)를 별도로 공제한 가격을 말하는데 대학 혹은 생활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식당은 부가가치세(10%)를 내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영 방식에 따라 책정 단가가 달라지고 동일한 비중으로 식재료비에 투자하더라도 실제 투자 금액은 달라지게 된다. 
한편 HACCP(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인증 여부, 질에 따른 등급 정도, 얼마나 손이 가느냐가 음식의 맛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각 대학 영양사는 입을 모았다. 최재순 우리 대학 생활관 영양사는 “예를 들어 같은 납품회사에서 돈까스용 돼지고기를 구입하더라도 저급의 갈은 돈육을 쓰느냐 고급의 순살 돈육을 쓰느냐에 따라 맛이 확연히 달라진다. 적자를 면하는 선에서 최대한 좋은 등급의 식재료를 사용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외대 식당은 인건비가 많이 투자될수록 음식의 맛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설향 영양사는 “전처리가 되지 않은 식재료에, 갓 조리한 음식을 판매해야 맛과 영양을 살릴 수 있다. 따라서 조리인력에 투자를 많이 해야 맛이 좋아진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메밀소바

서울대 갈릭시즐링라이스

◆식당업체의 과도한 이윤 추구는 식사 질 저하로 이어져=식단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서 인건비 및 식재료에 대한 투자, 식단 메뉴 개발을 위한 투자가 절실하다. 또한 우리 대학 학생들도 ‘학교 식당은 학생 복지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학교 식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할 조건으로 ‘가격·질적인 측면에서의 학생복지’라는 응답(85.6%)이 ‘운영의 효율성’이라는 응답(7.7%)과 ‘대학의 이윤추구’라는 응답(1.0%)에 비해 월등히 우세했다.
하지만 학교 식당은 식재료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고 말한다. 현재 학생회관 식당의 경우 5%의 이윤을 남기고 있으며 방학 중에는 적자를 보고 있다고 한다. 인문계 식당과 자연계 식당은 적자 규모를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적자를 보고 있음에도 임대업체에서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기업의 문어발식 경영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대학 자연계 식당 운영 업체인 신세계 푸드는 단체급식, 외식, 식재유통, 식재가공 분야를 모두 경영하고 있다. 이 업체의 매출 중 단체급식 분야가 54%를 차지하고 식재유통과 식재가공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단체급식을 통해 식재료의 구입량을 늘리면 식재유통 분야의 매출도 함께 늘릴 수 있다. 전처리 재료 사용량을 높이는 것도 식재가공 분야 매출과 상관있다고 볼 수 있다. 단체급식에서의 적자를 식재유통, 식재가공 등에서의 흑자로 메우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서 적자라고 볼 수 없다. 또한 구매량이 늘어나면 구입 단가 또한 떨어진다. 즉 ‘규모의 경제’를 이뤄 해당 업체가 학교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일석이조이다. 따라서 이 같은 구조는 LG 그룹 계열인 아워홈이 운영하는 인문계 식당도 마찬가지다.
식품회사의 단체급식을 통한 이윤 추구는 식사 질 향상에 악영향을 끼친다. 자연계 식당을 경영하는 신세계 푸드에서는 해당 식당 업체의 전국 매장이 한 재료를 사용해 같은 업체의 유통팀의 구입량을 늘려 원가절감하는 방식, 즉 프로모션 방식을 사용해 식재료비 절감을 모색하고 있었다. 또한 전처리된 야채를 구매해 식재료비를 낮춘다고 밝혔다. 전처리된 야채의 신선도와 질에 대해서 “당일 구매하고 바로 사용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전처리된 야채가 프로모션 식재료에 포함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직영방식 도입 필요해=따라서 맛있고 싼 식당을 만드려면 ‘맛있고 싼 메뉴’를 제공하는데 존재 의의가 있는 직영 방식 식당을 도입해야 한다. 이 방식은 구성원의 복지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학교 또는 대학생활협동조합(대학생협)이 식당을 직접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대학생협은 합리적 소비생활과 대학생활서비스 제공을 위해 결성한 단체이다. 비영리법인으로서 대학 구성원이 출자·이용·운영하는 제도가 특징이다.

이화여대 까르보나라

방만한 경영이 회사를 망하게 하듯 퍼주기식 복지업체 운영은 등록금 인상 요인이 된다. 하지만 직영방식도입으로 다른 복지 시설에서 얻은 이익을 수익 구조 상 불리한 복지시설에 재투자한다면 복지시설의 재정자립도에도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안정적인 운영에 도움이 된다.
서울대 학생 식당의 경우, 연간 7억의 식당운영 적자를 모두 문구점 및 매점 수익에서 충당하고 있다. 매점 및 문구점은 인건비와 관리 유지비가 식당에 비해 적게 들어 흑자를 보기 쉽다. 창업 카페의 매매 게시물에 따르면 대학교 내 편의점 순수익을 월 1천만원으로 책정하는 등 수익률이 높다. 또한 일간지 보도에 따르면 취업난에 편의점 매출이 작년 대비 21% 정도 증가해 이 같은 수익률은 더욱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수익이 식당에 재투자된다면 학교 식당의 질 개선 뿐만이 아니라 학교 구성원으로부터 거둔 이익이 고스란히 학생에게 다시 돌아가는 이점이 있다. 더불어 식당 운영이 안정화 되면 그 이윤 또한 복지시설 투자로 이어진다. 우리 대학 생활관의 경우 식당 운영에 따른 흑자를 에어컨 및 TV 구매에 쓴 바 있다.

학생회관 식당에서 밥먹고 있는 학생들

 직영 방식에 대한 오해


Q. 직영, 임대에 비해 운영이 어렵지 않나
A. 생활관 식당을 운영하는 최재순 영양사는 “임대 업체와 달리 식재료 업체를 선정할 때 가격, 질에 따라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으며 주문과 배달 주기가 짧아 신선한 재료를 구비할 수 있다. 식재료 업체에서 조리방식을 공개하고 포털사이트에서도 조리법을 볼 수 있어 임대업체에 못지않게 식단 트랜드에 맞게 메뉴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답했다.
또한 대기업 임대업체가 대규모 식재료 구입을 통해 원가절감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생협에서도 조합 소속 대학의 식당과 공동구매해 좋은 식재료를 공급받을 수 있다.

Q. 직영, 임대에 비해 돈이 더 많이 든다?
A. 직영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 생활관의 서정규 행정실장은 “생활관 사례로 직영 운영을 평가하기에 앞서 우선 3가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직영방식을 관리하는 인력이 교비에서 지원되느냐, 식당 수입에서 지출되느냐가 중요하다. 인건비가 식당 수입에서 지출된다면 식당 메뉴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거나 적자 운영이 예상된다.
따라서 교비 지원을 받는 생활관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식당 운영에 있어 수요의 변동 여부가 수익에 큰 영향을 끼친다. 또 대학은 노동법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가 고려 조건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 행정실장은 수익 구조에 대해 “직영으로 운영하면 이윤에서 자유롭기 때문에 임대업체에서 섣불리 시행하기 어려운 자율배식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 인건비도 덜 뿐만 아니라 음식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고 답했다.
한편 대학이나 생협은 모두 비영리법인으로, 영리법인인 임대업체와 다르게 세제 상 혜택이 주어진다. 해당 비영리법인이 수익사업을 통해 얻은 수익 중의 일부 또는 전액을 그 법인이 목적으로 하는 사업에 사용할 경우 해당 금액만큼은 법인세 납세를 면제하는 법을 적용한 예이다.
또한 98년 말 생협의 경영실적을 평가한 자료에 의하면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유동비율과 자기자본율면에서 대학생협은 일반기업의 2배 이상으로 조사돼 매우 양호한 수준임을 증명하고 있다.

Q. 우리대학은 타 대학과 사정이 다르다?
A. 설문 결과 한 달에 식비를 7~15만원정도 쓰고 있는 학생이 50.3%에 달해 구매력있는 수요가 대학 내에 존재하고 있으며 학교 밖 음식점이 발달해 있어도 캠퍼스 규모가 크고 학교 밖으로 나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위치상 이점이 있는 학생 식당이 유리하다. 학교 밖 상권이 발달되지 않아 학교 식당이 선진화 된 서울대의 사례를 검토할 만하다.

‘맛있고 싼’ 식당은 ‘맛있으면 비싸고 싸면 맛없는’ 단순한 경제논리에 따라 불가능한 식당으로 간주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윤을 맛에 대한 투자로, 싼 값에 많이 파는 박리다매식 영업으로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학교 식당이 천덕꾸러기가 아닌, 옆 학교 학우들이 부러워할 만한 엄친식당으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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