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신문 기자의 눈으로 본 조선일보 ‘촛불 2년’기사
대학신문 기자의 눈으로 본 조선일보 ‘촛불 2년’기사
  • 김명준 편집국장
  • 승인 2010.05.19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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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는 [‘광우병 촛불’ 2년... 그때 그사람들은 지금]이라는 기획기사를 이틀에 걸쳐 비중있게 다뤘다. 기사는 2년 전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사람들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그들이 별다른 소신 없이 집회에 참가했고, 지금은 그때의 언행을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주 내용으로 다루고 있었다.
이 신문은 지난 10일자 4면에서 [‘촛불소녀’ 한채민 양 ‘무대에서 읽은 편지는 모두 시민단체가 써준 것’]이라는 제목으로 당시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한채민 양이 ‘광우병의 진실’에 대해 무지(無知)한 상태에서 본인의 의사가 아닌 ‘나눔문화’라는 시민단체가 써 준 내용을 공개적으로 발언하고 본인도 양심에 가책을 많이 느꼈다는 내용의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는 어떤 사건이 발생함에 따라 작성한 일반적인 ‘보도기사’가 아닌 기사를 쓰기 전, 인터뷰를 하기 전부터 특정한 기획의도를 가지고 사안에 접근한 ‘기획기사’이다. 단순히 있었던 사실만을 전달하는 보도기사와 달리 이러한 기획기사에는 기자의 의도가 기획단계에서부터 기사의 내용에 적극적으로 반영되고 또 그러한 기자의 기획의도가 잘 드러날수록 좋은 기사로 취급된다. 처음 설정한 기획의도와 취재내용이 일치하지 않을 때에는 최악의 경우 기사가 이른바 ‘엎어지는’ 경우도 있다. 때문에 기획기사는 일반 보도기사보다 더 ‘어려운’기사로 통한다.
하지만 이번 [‘광우병 촛불’ 2년... 그때 그사람들은 지금]이라는 기사를 기획한 이 조선일보 기자는 취재내용이 기획의도와 일치하지 않아 취재내용을 왜곡하는 편법을 동원해 기사를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나 편집과정에서 취재원이 말한 의도가 조금씩 잘못 전달되는 경우도 있지만 이번 경우는 취재원이 기사가 나온 지 채 하루가 되지 않아 인터뷰 내용이 왜곡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기사에서 소개된 한채민 양은 바로 다음날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발언 내용이 본인의 의사가 아니다’는 기사내용에 대해 집중 반박했다. 한채민 양은 “나눔문화와 사상이 맞고 의견이 맞았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거기에 다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편지를) 읽은 것이지, ‘별 생각 없이’ 읽은 게 아니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또한 “조선일보가 내  말의 뉘앙스를 다 바꿔서 써 놓았다. 자기들 입맛에 맞게, 나를 이용한 것 같다”며 심지어 “기자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이번 조선일보기사의 ‘피해자’는 한채민 양 뿐만이 아니다. 해당 기사의 취재원들은 14일 서울 중구 태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사 내용이 악의적으로 왜곡된 부분이 많다”며 “조선일보 기자가 말을 한쪽 귀로 흘렸는지 날 아예 사회로부터 매장을 시켰다”며 억울한 심경을 표출했다.
기사를 작성, 보도하는 행위는 사회적으로 큰 책임이 따르는 일이다. 약 2만5천 명 정도의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신문 기자들도 항상 자신의 기사가 사안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지는 않은가 고민하며 대학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정의를 추구하기 위해 학생신분으로써 분에 넘치는 일을 해 나가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1등 신문이라고 자부하는 신문사 기자의 이러한 보도태도는 학생기자들이 보기에도 부끄러운 사례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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