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화를 위한 새로운 움직임
국제화를 위한 새로운 움직임
  • 박지수 기자
  • 승인 2010.05.19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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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영어강의를 엿보다

“What we can do?”, “du is negative 5 dx”
 40대 중반의 교수는 원서를 꺼내들며 강의를 시작했다. 열 명 남짓한 학생들은 교수의 설명에 귀 기울이며 수업에 열중했다. 수업 과목명은 미분과 적분.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수업과 다른 점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교수님이 설명을 시작하자 보통 수업과 확연히 다른 점이 나타났다. 이 수업은 한국어 대신 영어로 모든 수업이 진행되는 외국어강의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한국어로 듣기에도 빠듯한 수업을 영어로 설명을 듣고, 영어로 질문했다. 우리대학의 영어강의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영어강의는 대학과 불가분의 관계=이처럼 전체 강의 중 약 4.5%의 강의가 외국어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화 바람이 불면서 이제 영어강의는 대학의 필수요소가 됐다. 학생들이 영어강의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영어강의가 대학 평가에서도 중요한 지표가 되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 대학교육 개발 연구소’의 대학평가 지표항목에는 총 4백점 중 70점을 차지하는 국제화 항목이 있다. 국제화 항목 평가 요소로는 전임 이상 외국인 교수 비율, 학위 과정 등록 외국인 학생 비율, 해외 파견 교환학생 비율, 국내 방문 외국인 교환학생 비율, 영어강좌 비율이 있는데 국제화 항목의 전체 점수 70점 중 영어강좌는 20점에 해당된다. 국제화 항목에서 결코 간과할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데 일부에서는 늘어나는 영어강의에 대해 대학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무리하게 외국어강의 수를 늘려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이병완 외국어교육원장(경제금융학부)은 “영어강의 개설 수가 교외 대학평가 항목의 일부이기 때문에 영어강의의 개설 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학생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은 구직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다. 영어로 구직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도움을 주기 위해 영어강의 개설이 늘어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많은 대기업에서 영어로 취업 면접을 보는 등 실제 생활 속에서 영어의 필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어가 경쟁력이 된 지금 삼성, LG, STX 등 대다수의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에서 영어로 면접을 보기 때문이다. 또 우리대학의 YU 글로컬 이니셔티브(YU Glocal Initiative)전략 또한 영어강의 확대에 이바지했다. 글로컬 이니셔티브란 세계화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하는 세계 수준의 지역거점대학이 되기 위한 우리학교의 노력으로 이에 따라 국제학부가 신설되고 영어교육이 강조됐다.

◆영어강의 증설을 위한 움직임=이러한 여러 이유로 인해 영어강의의 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이다. 이에 우리 대학도 올해부터 각 학과에 1강좌씩 영어강의 개설을 의무화 했다. 또한 영어강의 개설 학점은 학과 개설학점에 포함되지 않는다. 영어강의가 개설학점에 포함되지 않으면 학과에서 개설 강좌의 폭이 다양해질 뿐만 아니라 영어강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본부는 영어강의 개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영어강의를 듣는 학생에겐 외국어 능력 향상 뿐만 아니라 절대평가의 이익도 주어진다. 학점을 줄 수 있는 비율이 정해져 있는 상대평가와 달리 절대평가는 교수의 재량으로 성적을 평가할 수 있어 노력에 따라 성적을 받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작년부터 신임교원 선발 시 영어면접을 병행하고, 신임교원들은 2학기부터 영어수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등의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수도권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고려대는 교수 채용시 면접을 통해 영어강의 능력을 평가하고, 서울대 및 연세대는 대부분의 학과에서 영어인터뷰를 진행한다. 또한 우리대학에서는 영어강의를 진행하는 교수를 위해 학기마다 추가 강사료 1백 50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있다.

◆섣부른 강의 개설은 강의 질을 떨어뜨려=하지만 마냥 늘어나는 영어강의를 반길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강의의 질이나 관리가 부족할 경우 학생들의 불만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에 위치한 모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영어강의를 개설했으나 수업이 영어로 진행되지 못하는 등 질적인 하락을 보이고 있어 학생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교수의 강의 준비 부족으로 수업이 영어로 이뤄지지 못하거나 학생들의 수준보다 높은 강의 때문에 학생들이 강의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타 대학에서 영어강의는 다른 강의를 미처 신청하지 못한 학생들이 어쩔 수 없이 듣는 강의로 전락해 버렸다. 또한, 일부 수업은 개강 초기에는 영어강의였으나 나중에는 일반강의로 바뀌는 일도 발생했다.
반면 우리대학의 경우 작년 강의평가 결과 전체 수업시간에서 영어를 사용한 수업시간의 비율도 90%이상인 등 타 대학보다 수업 성실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송민석 씨(기계공1)는 “전공수업을 영어로 들어 전공뿐만 아니라 영어공부에도 도움이 되어 좋다. 추후 다른 영어강의를 들을 의사가 있다”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현재 개설된 영어강의는 그린에너지 연합전공 등 특수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설되어 있다. 따라서 학생들의 수업 이해도가 빠른 편이며 만족도도 높다. 하지만 추후 영어강의를 일반학과로 확대한다면 지금과 다른 문제점이 생길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수업 난이도 조절 등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 개선해야 할 점이 남아있다. 영어강의를 수강 중인 영어교육학과 학생은 “강의를 선택할 때 영어의 난이도를 가늠할 수 없어 강의 선택시 고민이 많이 되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에 강철구 수업학적팀장은 “한 가지 강의를 여러 가지 영어 수준으로 나눠 강의를 개설한다면, 본인의 능력에 상관없이 낮은 수준의 영어강의에 참여해 학점을 잘 받으려고 할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영어강의는 교수법에 따라 교수 스스로 학생들의 수준에 맞춰 수업의 난이도를 조절해 진행하고 있다”며 현재 강의 방법을 설명했다.
한편 수업 지원 방식에도 개선을 요구하는 배찬우 교수(수학과)는 “현재 지급하는 성과금은 학기가 끝나고 지급된다. 앞으로 성과금이 학기 시작 전 지급된다면 학생들의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더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교수는 “강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과제물을 매번 내준다. 조교 등 인적 지원이 있으면 강의가 더 수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영어강의 비율이 전체 강의의 10~20%가 되어야 영어강의가 활발히 이뤄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약 4.5%의 개설율을 보이고 있는 우리 대학의 영어강의는 아직까지 활성화 단계이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대학의 외국어 강의는 시행착오를 이겨 내며 계속 성장해야 할 것이다.

◆영어강의에도 왕도는 있다=영어강의가 잘 이뤄지고 있는 한동대의 경우 국제화 교육의 일환으로 영어강의 전공을 따로 두고 있다. 영어강의 전공은 Global Management 전공, US & International 전공, Information Technology 전공으로 이뤄져 있고, 전 교육과정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다. 한동대에서는 영어와 전공을 병행해서 공부할 때 해외 유학을 다녀온 효과를 얻을 수 있고, 외국인 학생에게는 언어 장벽 없이 효율적으로 공부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학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또한, 한동대 교수들은 외국인 교수와 1:1 멘토링을 통해 교수법을 습득하고 있다. 이 대학은 영어권 국가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하지 않은 교수들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진행해 영어강의의 질을 높이고 있다.  고려대의 경우에는 영어강의를 힘들어 하는 학생들을 위해 EKU(e-learning for Korea University)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학생들은 EKU제도를 통해 영어강의 동영상, 녹음 자료를 이용해 영어강의 복습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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