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와 자기 권리
아르바이트와 자기 권리
  • 하재철 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장
  • 승인 2010.05.10 14: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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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노동조합에 간사로 일하던 학생이 오랜만에 찾아 왔을 때의 일이다. 반가운 마음에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고 같이 밥도 먹고 하는 중에 그 학생의 휴대전화 벨이 울렸다. 친구인 모양이었다. 처음에는 서로 안부를 묻는 일상적 대화를 나누는 것 같더니 이내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잠시 후 전화를 끊은 학생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냐’며 사뭇 얼굴이 상기되어 통화내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친구가 커피전문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그곳 사장은 인색하기도 하지만 참 못 된 사람이었다. 법정 최저임금을 주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설거지 하다가 그릇이라도 깰라치면 얄짤없이 모두 임금에서 제했다. 그래도 친구는 묵묵히 일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몸이 너무 아파서 사장에게 도저히 일 하러 못가겠다고 전화를 했고 승낙을 얻었다. 그런데 다음 날 가게에 나가니까 사장이 ‘너는 잘렸다’, ‘이미 다른 학생을 채용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더욱 어이없는 것은, 기가 막혀 멍하니 서있는 친구에게 ‘너 때문에 우리가 손해를 봤으니 너 대신 들어온 학생의 며칠 간 알바비를 네가 대야 한다’고 말하더란다.
얘기를 듣고 나자 나 역시 얼굴이 상기되었다. 벼룩의 간을 빼먹지 부려먹을 때는 언제고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쥐꼬리만 한 알바비를 어떻게 그런 식으로 착복할 수 있을까! 또 어떻게 당사자에겐 일언반구 말도 없이 해고를 할 수 있을까! 나는 같은 비정규직의 동병상련을 느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비단 그 학생 하나만의 문제는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 노동조합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우선 학생들에게 법정 최저임금에 대해 알고 있는지,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지에 대해 설문조사를 해보았다. 그런데 최저임금에 대해선 처음 듣는다는 학생이 거의 80%에 육박했고, 부당한 대우에 대해서는 잘릴까봐 그냥 넘어간다는 학생이 50%가량 되었다. 법정 최저임금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강제조항으로 사업주가 그 미만을 지급하다 적발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는 것은 거의가 모르고 있었다. 문제는 어떤 일이 터졌을 때 학생들이 어디 하소연 할 곳이 마땅히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우리 노동조합은 <대학생을 위한 무료노동상담소(811-0161)>를 만들었다.
나는 우리나라 대학생들이 의무를 다하면서도 자기 권리를 찾는 데 게으르지 않은 학생들이 되었으면 한다. 최근 경기불황으로 최저임금지급을 위반하는 사업장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그만큼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는 말이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4,110원이다. 아까 그 학생은 노동청에 신고를 해서 자신의 임금 대부분을 돌려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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