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탓’치주의 정치판
‘탓’치주의 정치판
  • 편집국
  • 승인 2010.05.1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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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7일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는 원내교섭단체 대표 라디오 연설에 나와 “지난 정권 당시 가진 자와 없는 자, 배운 자와 못 배운 자, 수도권과 지방으로 편을 가르며 나라를 어지럽히지 않았나? 또한 지난 정부 시절 세계 선진국 여러 나라의 경제가 잘 나갔는데도 우리나라 경제는 오히려 어려웠다”고 말했다. 덧붙여 정 대표는 한 학자의 말을 빌려 지난 정부를 ‘서민 위한다면서 서민 고생시킨 정권’으로 정의했다. 하루 더 거슬러 올라가 26일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른바 ‘스폰서 검사 문제’에 관해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사하고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도 이를 ‘과거 정권에서 벌어진 일’로 간주했다.
우리는 정 대표와 이 대통령의 말에서 나타나는 ‘노무현 때문 론(論)’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자 그대로 ‘오늘날의 국가적 난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전의 정부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인데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의 본질을 꿰뚫는 한 마디가 있다. 바로 ‘네 탓’이다. 이 두 사람은 어떻게 보면 앞으로 현 정권에 돌아올 책임을 덜기 위해 자신들의 허물은 살펴보지 않고 모든 부정적인 것들을 상대방의 잘못으로 전가해 버리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상생활 가운데서도 네 탓이니, 내 탓이니 하는 다툼은 흔히 일어난다. 우리 사회와 정치권도 일상생활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러한 ‘네 탓’ 타령이 유독 심하다. 기자는 이를 ‘탓치(治)주의’로 명명하고자 한다.
한편 야권 역시 ‘탓치주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야 4당과 시민단체들은 수 개월여 전부터 전국적인 범야권 단일화를 실현하기 위한 실무 협상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특정인의 출마 여부와 경선 방식 등을 둘러싸고 야당들 사이에서도 극심한 대립과 반목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협상이 지지부진해지고, 경기도의 경우 도중에 한때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기도 했다. 이런 시점에서 후보자들은 네 탓, 내 탓 하면서 상대 후보 진영에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다.
국민들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책임감 있는 정치인을 원하지 이전 정부나 상대방 혹은 환경 탓만 하면서 책임을 떠넘기는 정치꾼을 원하지 않는다. 특히 걸핏하면 ‘~탓’을 남발하는 정치권 인사들은 이를 더욱 유념해야 한다. 또한 이런 문제점이 고쳐지지 않고 계속되면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불신은 더욱 가속화돼 결국 우리나라 정치 발전을 저해하게 될 것이라는 점도 함께 인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임기덕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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