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법’ 오완호 겸임교수와의 만남
‘인권과 법’ 오완호 겸임교수와의 만남
  • 이광우 기자
  • 승인 2010.05.10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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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인권에 대해 눈을 더 크게 뜨길 바랍니다”

매 학기 수강신청 기간이면 불꽃 튀는 경쟁으로 순식간에 여석이 동나 버리는 과목, 바로 ‘인권과 법’이다. 인권에 대한 정의부터 실제 사례까지 폭넓게 다루는 이 강의를 담당한 오완호 선생님은 우리대학 겸임교수 직함 외에도 현재 한국인권행동 사무총장직까지 겸하고 있다. 올해로 11년째 ‘인권과 법’ 강의를 책임지고 있는 오완호 겸임교수를 만나보았다.
인권운동에 뛰어들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80년 12월, 저는 노동야학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일반적인 야학과 달리 ‘노동자가 이 땅의 주인이다’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던 곳이었죠. 노동야학을 통해 ‘노동은 그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 신성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우리대학에 입학해 군사정권 아래에서 대학을 다녔다. 그는 온갖 감시와 방해를 받으면서도 민주화를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게 됐다. 그리고 그는 이들을 통해 인권운동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기독교교회협의회(NCC) 대구인권협의회와 국제사면위원회(앰네스티) 활동을 하면서 의경이 쏜 사과탄에 부상을 입은 여대생을 비롯해 수많은 인권탄압의 현실을 직접 목격했습니다. 인혁당 사건을 처리할 당시에는 피해당사자와 유가족들을 만나기도 했었죠.”
특히 오 교수는 1986년부터 지난 2004년까지 20년 가까이 앰네스티에 몸담았고, 사라져가는 한국지부를 부활시켰다. “제가 앰네스티에 참여했을 당시 한국지부는 완전히 와해되어 있었습니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그때부터 다시 살리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녔죠. 하지만 앰네스티는 국제 인권운동에 중심이 맞춰져 있어 우리나라 내부의 인권 문제에 신경 쓰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2004년에 한국인권행동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권 실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최근 들어 언론의 자유와 집회·시위의 자유가 훼손되는 등 다소 염려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80년대에 비하면 정말 놀라울 정도로 많은 성장을 이뤘다고 봅니다. 말 그대로 자유권은 어느 정도 보장되어 가는 상황이죠. 문제는 주거, 노동, 의료 등 사회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권의 보장을 위해서는 단순히 정부의 정책뿐만 아니라 대기업을 비롯한 자본주의의 중심세력이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대학의 인권 상황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습니까?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전무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각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되어 있지 않죠. 시설도 문제지만 캠퍼스를 이동하기도 어렵고 수업마저 들을 수 없습니다. 비단 우리대학 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문제이겠지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유학생에 대한 인종차별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이나 유학생을 위한 지원기관도 없어 사실상 속수무책이라고 볼 수 있죠. 또한 여학생 성희롱 예방교육도 더 확대해야 합니다.”

한국인권행동에서 주로 하시는 일은 무엇입니까?
“전반적인 인권 실태 조사와 교육을 통해 인권운동으로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인권역사기행도 개최했습니다. 동학의 발상지인 경주 용담정에서부터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학살이 이뤄진 경산 코발트 광산, 무기명 사형수가 묻혀있는 화원의 한 야산까지 여러 곳을 다녔죠. 또한 매년 수차례 인권학교를 열어 인권운동가들을 모셔 특강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인권학교는 제가 앰네스티에 있을 때부터 개최해 온 아주 뜻 깊은 프로그램이죠. 앞으로는 노인 인권에 대해 노력해 볼 생각입니다. 가진 돈이 없지만 노동을 할 수 없는 데서 오는 경제적 고통, 소외,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적 문제나 성생활 문제까지 모두 노인 인권이 유린되는 모습이라고 볼 수 있죠.”

‘인권과 법’ 강의를 맡으시면서
느끼는 점은 무엇입니까?
“사실 인권이라는 것이 딱딱하고 재미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권과 관련 법률을 통해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인권 현실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인권운동사를 배우는 등 학생들이 다가가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영역이죠. 그래서 ‘헌법 만들기’와 같은 게임형식으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이끌어내고 있으며, 티벳에 대한 중국의 탄압 등 아시아의 인권 현실에 대한 시청각 자료와 성 소수자의 인권에 대한 학생들의 토론 등을 강의에 포함시켜 가르치고 있죠.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잘 참여해 주고 있지만 아직 이런 수업방식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도 많습니다. 그래도 매 수강신청마다 순식간에 여석이 없어지는 걸 보면 학생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인기가 있는 것 같아 다행스럽게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교수와 학생이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보기 때문에 저를 ‘오완호 씨’라고 불러주기를 바라는데 학생들이 이를 잘 이해해주고 그렇게 불러줄 때 가장 보람찹니다.”

학생들에게 당부하실 말씀은?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매일 연예정보를 비롯한 가십성 정보에만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눈을 더 크게 떠 현재 지구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고,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등을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령 아이티 지진으로 인해 얼마 정도의 피해가 있고 지금은 어떤 상황인지 하는 것들 말입니다. 또한 성 소수자나 양심적 병역거부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이러한 시각이 부족한 이유는 모두 어릴 때부터 철학이나 작문 등 생각하는 공부보다는 입시 위주의 공부가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죠. 하루빨리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어 대학생들이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대학생 시절부터 인권운동에 몸을 담은 그는 젊은 날의 청춘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그가 아쉬워하는 점은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인권 수준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을 인권공화국으로 만들기 위해 온몸을 바쳐 헌신하는 그의 활동을 주목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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