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Gay들과의 솔직한 수다
20대 Gay들과의 솔직한 수다
  • 김용배 편집부장
  • 승인 2010.05.10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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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는 ‘Gay’이고 싶다

▲ 일러스트 박기태
사회자: 안녕하세요. 저는 편집부장 김용배입니다. 각자 자기소개좀 부탁드릴게요.
L: 올해 대학교를 입학한 새내기 20살 L이라고 합니다.
K: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교를 올해 졸업한 직장인 26살 K라고 합니다.
사회자: 네. 안녕하세요. 어려운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단, 조심스러운 질문이지만 어떻게 동성애자임을 알게되셨어요?
K: 저는 첫 기억부터 남자를 좋아했던 것 같아요. 어릴 적에는 단순히 남자가 존경스럽고 따르고 싶었죠. 하지만 사춘기를 겪으면서 친구보다는 더 가까운 사이로 느껴지고 좋은 사람으로 같이 지내고 싶었고, 제가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게이라는걸 알게 됐던 것 같아요.
L: 초등학교 6학년 때 5학년인 친한 동생이 저를 많이 따랐어요. 수학여행을 같이 간 적이 있는데 서로 스킨쉽을 하면서 알게 된 것 같아요.
사회자: 그러면 일반적으로 동성애자는 스킨쉽이나 자각으로 알게 되는거에요?
K: 당연히 아니죠. 어떤 중년의 사람은 ‘게이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지 않을 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긴 채 결혼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살다가 ‘게이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알고 게이로서 활동하는 사람도 봤어요.
L: 그렇죠. 사람마다 다르죠. 너무 많아서 이야기하기 힘든데요. 우리나라의 게이 숫자만큼 사연도 다 제각각이죠.
사회자: 그렇구나. 어떤 분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우연치 않게 알게 되서 성 정체성 혼란 때문에 자살기도를 할 정도로 힘들었다고 하던데요. 패널분들도 그러셨어요?
L: 사람마다 제각기 다르지만 저는 심각할 정도로 힘들어하지 않았어요. 자살 기도할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던 것 같아요.
K: 아. 저도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남들보다 평탄했죠. 성에 대해서 알게 되면서 나는 남자를 좋아하는구나. 일반인들은 ‘양성간에 좋아하지만 나는 다르구나’ 싶었어요. 우리가 너무 평탄하게 살아온건가 (웃음)
L: (웃음)
사회자: 음 그렇군요. 대중매체에서는 성소수자의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주로 다루기 때문에 ‘모든 동성애자는 고통을 받는구나’ 싶었거든요. 모두 그런 건 아닌가 봐요. 그런데 주변의 호모포비아 (동성애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증을 뜻함) 적인 말을 들으면 어떻게 대처하세요?
L: 학창시절, 단짝친구가 극심한 호모포비아였어요. 단짝친구가 호모포비아적인 말을 하면 그 편견을 고쳐주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했죠.
K: 친구와 다니면 ‘아, 저 남자 멋있다’라고 하면 ‘너 설마 게이야?’라고 묻는 친구가 종종 있어요. 그러면 ‘왜? 내가 게이라면 나랑 연락 안 하고 다닐거야?’나 ‘니 친동생이 게이라면 의절할 거야?’라고 반문하죠.
사회자: 그렇군요. 제가 조사해본 바로는 우리나라 남자 30명 중 1명 꼴로 게이라고 하더라고요. 예상외로 게이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우리도 일반인과 다른 게 없어요”
사회자: 게이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있지 않나요? 다음 편견으로는 ‘게이들의 생활은 일반인과 다를 것이다’라는 것도 있었어요.
L: 그건 말도 안 되요. 우리가 ‘게이’라는 명칭을 드러내면서 다니는 것도 아니고 일반인과 똑같을 뿐이에요.
K: 맞는 말이에요. 우리가 사람고기를 먹는 것도 아니고…. 저는 남자를 사랑할 뿐 그것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남들과 다를 바가 없어요.
사회자: 그렇더라고요. 사전 취재 겸 ‘게이바’를 취재했었는데 일반인과 똑같이 웃고 떠드는 모습이 생각했던 이미지랑 달랐어요. 그저 술 마시는 직장인이었죠. 다음 편견으로는 ‘게이들은 여성스러울 것이다’ 라는 편견도 의외로 있잖아요. 정말 그런가요?
L: 그렇지도 않아요. 게이들도 4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어요. 남자다운, 평범한, 중성적인, 여성스러운 사람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여성스러운 사람 중에서도 일부만 일반인들이 눈치를 채고 ‘게이일 것이다’라고 추측하죠.
K: 일반화의 오류죠. 일부만 여성스러울 뿐 남성스러운 게이도 당연히 존재해요.
사회자: 그렇군요. 저도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배우 이상우를 보고 ‘게이라고 여성스러운 것은 아니구나’하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드라마는 성 정체성 혼란에 대한 이야기가 아닌 사랑하고 난 이후의 이야기를 주로 다뤄 많은 관심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에 대한 생각은 어떠하나요?
L: 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K: 성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오래전에 다뤄야 하는 이야기이에요. 2000년대 초에 우리나라에서 게이가 잠시 이슈화 됐었죠. 그 당시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여서 한 10년 후에는 게이들도 ‘살 맛’나겠다 싶었지만 편견은 여전해요. 이제 대중매체에서 성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해도 되지 않을까요?
사회자: 그래서 지금 드라마‘인생은 아름다워’가 사실적인 평가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김수현 작가가 ‘무슨 일이 있어도 동성애에 대한 소개로 끝까지 끌고 갈 것’이라고 했잖아요. 이제부터는 대중매체도 변하지 않을까요?
L: 이런 대중매체가 많아져서 평등한 세상이 왔으면 해요.
K: 저도 같은 생각인데요. 이전까지는 성적 소수자들은 이슈거리로 사용됐다고 생각해요. 특히 홍석천이나 하리수와 같은 연예인들이 커밍아웃을 하면서 성적 소수자가 음지에서 양지로 비치게 됐지만 게이들이 이슈거리로 사용되는 것의 시발점이라고 생각해요. 항상 게이들은 이슈거리를 만들기 위한 들러리고 감초 역할에 지나지 않았어요. ‘인생은 아름다워’같은 경우에는 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것에 대해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사랑? 결혼? 노후? 고민돼요”
사회자: 지금 고민은 뭐에요?
L: 사랑하고 싶고 애인을 사귀고 싶어요.
K: 저도요.
사회자: 아. 정말요? 일반적인 20대 사람과 같은 고민을 하네요.
L: 당연하죠. 우리도 ‘20대’이지 않나요?
K: 맞아요.
사회자: 그럼 게이로서 가지는 노후에 대한 고민은 없나요?
L: 전 없어요.
K: 저는 있어요. 삶의 마지막을 혼자하는 것이 힘겨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일반인보다는 대부분 동성애자는 비교적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것 같아요.
L: 저는 솔직히 노후에 대한 고민은 없지만 일반인보다는 동성애자는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건 동의해요. 동성커플들을 구속할 수 있는 방식이 없죠. 그렇다고 우리나라에서 결혼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결혼한 사람들은 ‘아이 때문에 산다’고들 하지만 우리는 아이를 낳을 수 없거든요.
K: 무조건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건 아니에요. 제 주변에는 6~7년 사귄 사람도 있고 그 이상되는 커플도 많죠. 일반인보다 비교적 자주 헤어지고 자주 만나는….
사회자: 그렇군요. 그런데 게이들은 노후를 위해 독하게 살아간다고 하던데요. 이것도 사실이겠네요?
L: 그건 아니라고 봐요.
K: 게이라서 자기계발을 열심히 하는 게 아니라 보통 사람도 미래를 위해 자기계발을 하듯, 단순히 삶의 마지막 순간이 혼자일 것이라는 걱정을 한다는 것 뿐이에요.
사회자: 결혼에 대한 걱정은 안하세요?
L: 큰 걱정은 안하는 편이에요. 왜냐면 저는 결혼을 하지 않으려고 하거든요.
K: 저도 결혼을 하지 않을 계획이지만 3대독자라서 결혼에 대한 압박을 받는 편이에요.
사회자: 얼마나요?
K: 할아버지께서 “손주나 며느리를 보고 싶구나”고 지그시 말하시죠. 아버지는 “결혼을 하면 이런 점이 좋아” 하고 말하시고요. 할아버지께는 어쩔 수 없이 수긍하는 척하지만 아버지에게는 “결혼을 하면 이러한 점이 안 좋다”고 설명하죠. 또 “결혼하고 싶을 때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평소에 말해요.
L: 그렇구나. 저는 숙모가 가끔씩 이야기하는데…. 아직 나이가 어려서 압박감이 많지 않아요. 그 고민은 나중에 하게 되겠죠.
사회자: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 K는 결혼할 계획이세요?
K: 저에게는 레즈비언 친구가 있는데 최악의 경우에는 계약결혼도 고려하고 있어요. 그리고 애인과는 옆집에서 같이 동거하면서 지낼 거고요.
L: 그러면 아이도 낳으실 거에요?
K: 아뇨. 안 낳을 거에요. 제가 무정자증이나 부인이 불임이라고 거짓말을 하면 되니까…. 또 예전에 여자와 성 관계를 맺을 뻔한 적이 있는데 여자한테 성적인 매력이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그 때를 생각하면 아이를 안 낳을 것 같아요.
L: 그래도 결혼은 안 하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K: 최악의 경우죠. 최악의 경우.

“동성애의 편견 해소, 불가능 할 것 같아요”
사회자: 인생은 아름다워가 방영되고 난 이후, 동성애에 대한 연출에 시청자의 의견이 반으로 갈렸어요. ‘아이들이 보고 배우면 어떻게 하냐?’와 ‘사실적인 이야기다’로 말이죠. 또한 동성애 독립영화인 ‘친구사이’도 19세 이하 관람불가로 판정을 받았어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K: 청소년들은 자기주도적으로 성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너는 여자를 좋아해야 해’, ‘너는 어떤 사람이 돼야 해’하며 사회는 강요하죠. 그러한 말들이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학생들에게는 하나의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L: 맞아요. 이러한 사회적인 시각 때문에 남자를 좋아함에도 여자친구를 사귀는 사람도 많아요.
사회자: 저는 교육에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초등학교 문제집에 ‘수업시간에 정자세로 앉아 있고 떠들지도 않는 학생이 올바른 태도의 학생이다’라는 정답지문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수업시간에는 무조건 떠들면 안 되고 자유가 없는 분위기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아무리 교육이 사회인을 기르기 위한 과정이지만 우리를 ‘이런 사람으로 커야 한다’고 못박아 버리는 것은 개방적인 사람으로 성장하기에 저해되는 요소라고 생각되는데요?
L: 맞는 말이에요.
K: 아. 제 생각에는 오히려 교육보다는 문화때문에 동성애자로 살아가기에 힘든 것 같아요. 예전에 신라시대의 화랑들도 ‘동성애’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조선시대를 거치며 유교사상이 우리나라에서 기반을 잡으면서 동성애자들이 살아가기가 더 힘들어졌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그렇다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릴까요?
K: 서울에 있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부산에 도입되기까지 10년, 울산에 도입되는 데는 7년 정도가 걸린다고 하네요. 이런 논리로 본다면 우리나라, 보수적인 ‘대구’에서 성적 소수자가 평등해지려면 얼마나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세요?
사회자: 한 30년? 40년 정도?
L: 아니에요. 제 생각엔 정말 불가능할 것 같아요.
사회자: 정말요? 왜 그런가요?
K: 일단 성적‘소수자’니까 수적으로도 많이 열세하고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회적인 시스템도 구축되지 않아서 아예 불가능할지도 몰라요. 청소년 상담소가 이제야 세워졌다고 하는데 성적‘소수자’를 위한 시스템은 아직 무리죠.
사회자: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근본적인 문제 해결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대중매체의 변화, 아니면 사회적인 성숙?
L: 둘 다 겠죠?
K: 결국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인 질문인 것 같은데요. 법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자: 결혼 말씀이신가요?
K: 그것도 포함되고요. 동성끼리의 강간은 아직까지도 성추행죄이잖아요?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법이 조금씩 바뀐다면 조금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사회자: 마지막으로 한국사회가 어떻게 변했으면 하나요?
L: 일단 우리나라 동성애자들이 조금만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어요.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자꾸 숨을 필요가 없잖아요? 또 동성애자라고 아무나 좋아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요. 게이들도 눈이 있고 생각이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K: 미래에는 적어도 사람들이 같은 성을 좋아하는 것이 “난 순대를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처럼 단순한 개인의 취향으로 여겨졌으면 좋겠습니다.
사회자: 네. 힘드신 결정이실텐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오늘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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