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딱지 붙이기, 상아탑에도 손 대나
좌파딱지 붙이기, 상아탑에도 손 대나
  • 김명준 편집국장
  • 승인 2010.04.0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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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맞지 않는다 싶으면 무엇이든 ‘뿌리 좀 보자’며 ‘뿌리째’ 뽑아버리는 현 정부의 독선과 오만이 대학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경찰이 서울대학교(서울대) 내 비판적인 대학연합학술단체인 ‘자본주의연구회’소속 학생들의 신상정보를 학교 측에 요구한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해당 학술단체 회장인 서울대 국문학과 조세훈 씨(남·23)는 지난 25일 중앙대 앞에서 열린 ‘대학 민주주의 찾기 공동행동 행사’에서 “경찰청 보안3과에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조사를 명분으로 서울대에 나의 신원을 조회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경찰이 서울대에 보낸 공문을 공개했다. 공문에서는 학생들의 아이피(IP) 접속 장소, 해당 주소지의 가입자 인적사항, 연락처를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 씨는 환거래는 커녕 주식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혀 경찰의 의도가 ‘학원사찰’이 아니냐는 의혹을 키우고 있다. 더욱이 공문을 요구한 경찰청 보안3과는 국가보안법 위반 의심 사건이나 대공수사 등을 전담해 ‘홍제동 대공분실’로 불리는 곳이라고 한다. ‘홍재동 대공분실’은 지난해 7월 건국대총학생회장 하인준 씨가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도로교통법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의해 연행 된 곳으로 알려져 있어 이러한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러한 현 정부의 학원사찰은 지난 1월 숙명여대에서도 논란이 됐다. 숙명여대 한 학생이 학생문화복지팀 앞을 지나가던 중 우연히 한 문서를 발견했는데 바로 학생처 산하 학생문화복지팀에서 학생들을 사찰한 자료였다. 자료에는 비운동권 총학생회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학생, 촛불집회 참가를 독려하는 학생 등 이른바 ‘좌파’ 혹은 ‘운동권’이라 불려지는 이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 등을 수집하고 개인별로 분류해 놓았다. 이 자료에는 해당 학생의 사진과 함께 개인정보 또한 담겨 있었다. 숙명여대의 이러한 논란의 배경에는 이명박 정권 인수위 원회(인수위) 시절, 이 대학의 이경숙 전 총장이 인수위 위원장을 맡았었다는 것도 그 이유로 이야기되고 있다.
모든 견제세력을 눈엣가시로만 보고 있는 현 정부의 이러한 태도는 여러 방면에서 이미 위험한 수준에 와 있다. 언론, 문화, 교육, 사법 등 명백히 정치권력과 분리되어 있어야 하는 영역까지도 입맛에 맞지 않으면 척결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국가에서 견제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권력은 항상 견제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움직임들을 단순히 ‘좌파 딱지붙이기’ 식으로 내리누르려고만 해서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기란 불가능하다.
left wing, right wing. 한쪽날개만 있어서는 날 수 없다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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