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학 총장, 어떻게 선출하고 있는가
우리나라 대학 총장, 어떻게 선출하고 있는가
  • 이광우 기자
  • 승인 2010.04.0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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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종 총장 선출방식
 대학 총장은 대학의 행정을 총괄하고 업무를 집행해 나가는 최고 운영권자이다. 대학의 주요 업무를 실질적으로 관장하는 사람이 총장인 것이다. 이러한 총장 임명을 과거 우리나라 대학들은 대학구성원들의 합의보다는 정부 또는 재단이 일방적으로 행했다. 하지만 80년대 후반 대학민주주의가 확대되면서 총장을 구성원이 직접 뽑는 직선제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우리대학도 제8대 총장 선출부터 직선제로 실시해오고 있다. 직선제는 시행 초기 재단을 견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모았고, 실제로 학내 민주화에 상당부분 기여했다.

◆전국적인 직선제 폐지 분위기=하지만 직선제로 인한 폐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직선제로 선출된 총장이 선거 공로에 따라 논공행상 식으로 보직을 배정하고 구조 개혁을 비롯한 소신행정을 펼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후보의 난립으로 선거가 과열되어 파벌이 조성되고 학연과 지연에 의한 표몰이 등의 문제점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했다. 그리하여 점차 직선제를 폐지하고 간선제로 돌아가는 대학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07년 고려대학교는 “20년 전에는 대학의 화두가 민주화였지만 이제는 경쟁력이다”라며 총장 선출방식을 총장후보선출위원회가 후보자를 재단에 추천하는 간선제로 바꿨다. 고려대의 발표에 당시 연세대학교 재단 관계자는 “우리대학도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총장 선출방식을 변경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2년 뒤 연세대는 ‘재단 임명 후 교수 동의제’를 발표했다. 중앙대 역시 두산그룹이 법인을 인수한 뒤 총장의 ‘추진력’이 중요함을 내세우며 재단이 곧바로 임명하는 임명제로 바꿨다. 지역 사립대학 중 직선제를 폐지하는 대학은 최근 재단정상화를 진행하고 있는 조선대가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 관선체제 하에 있던 조선대는 대학 구성원이 모인 대학자치운영협의회를 통해 “직선제는 가급적 지양하자”며 입을 모았고, 현재 이사회에 총장직선제 폐지안을 상정한 상태이다. 현재 지방 사립대에서 직선제를 시행하고 있는 곳은 우리대학과 대구대학교 뿐이다.

◆직선제 폐지가 능사는 아니야=그러나 직선제의 폐해라는 몇 가지 문제가 과연 직선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없어질 것인가라는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몇몇 이유가 굳이 직선제 때문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부산대학교 정용하 교수(정치외교학과)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직선제를 폐지한다고 해서 파벌과 줄서기가 사라진다고 볼 수 없다. 직선제의 틀 안에서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자칫 학교행정이 비민주적이고 구성원과의 협의를 거치지 않는 과거로의 회귀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재단의 독단으로 인한 총장 선출의 문제가 가장 여실히 드러난 것은 대우학원이 재단인 아주대학교의 이번 총장선임과정이었다. 아주대는 기존에 실시하던 총장후보추천위원회를 일방적으로 폐지하고 2일간 후보접수를 받아 총장 인선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특정 후보가 후보접수 공고 이전에 이미 추천인을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구성원들은 재단이 미리 후보를 선정해 지원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교수회는 재단이 작년 해당 후보를 정교수와 부총장 등으로 파격임용하자 반발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재단 관계자는 “정관에 따른 정당한 방법으로 진행하고 있다”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결국 다른 후보가 총장에 선출됐으나 곧바로 논문자기표절 논란에 휩싸여 자진 퇴임했다. 그리고 현재 아주대학교의 총장대행으로 당시 논란을 빚었던 후보가 선정돼 앞으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 투표권은 없는 ‘개선된 직선제’=우리대학은 제8대 총장부터 직선제로 선출하고 있다. 하지만 선거권자가 교수로 한정돼 구성원들이 모두 참여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고, 지난 제12대 총장선거 부터는 정규직원에게도 선거권을 부여했다. 현재 직원은 1인 1표씩 투표할 수 있고 1차 투표(예비 경선)에서 8%, 2차 투표에서 4% 정도로 반영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학생은 선거권을 부여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제41대 총학생회는 2008년 11월부터 2009년 2월까지 본부에 총장선거에 학생의 참여를 요구하는 협상을 벌였었다. 당시 제13대 총장선거 후보자선정위원회에 학생위원 1명을 선정하려 했으나 협상이 결렬됐고, 오는 2011년 열릴 예정인 제14대 총장선거부터 학생이 참여하기로 합의했었다. 당시 총학생회는 “학생들도 주요 구성원이므로 반드시 참가해야하며 그래야 학생을 위한 정책이 제시될 것”이라며 총장선거 참여 비율은 가능한 한 높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수회측은 교수와 직원이 학생의 의견을 상당부분 대변해 줄 수 있음을 언급하며 거부했다. 당시 교수회는 “학생들의 총장선거 참여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는 정도여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학생의 선거권 참여에 대해서는 합의했으나 유효투표수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합의가 중단됐다. 재단정상화가 됨과 동시에 총장선출방식을 교수회와 논의 하는 것이 무의미해 진 것이다. 박운석 교수회 의장은 “재단정상화 이후에는 선거권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없었고 단 한 차례도 관련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개선된 직선제’에 대한 평가 나뉘어=또한 지난 제13대 총장선거부터는 직선제의 폐해 중 후보자 난립과 공약 남발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총장후보자선정위원회를 만들어 ‘매니페스토(manifesto)’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당시 총 5명의 예비후보 모두를 총장후보자로 선정해 위원회가 온정주의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들끓었다. 당시 총선위 위원장 김태일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관련 논란에 대해 위원회 내부 논의를 거쳐 규정에 적시되어 있는 ‘비밀 준수’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평가기준’만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박운석 교수회 의장(중국언어문화학부)은 “단 한명도 탈락시키지 않은 것은 결국 위원회의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었다”며 “이럴 바에야 위원회가 없는 것이 좋을 것이다”며 현 제도에 대한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이처럼 여러 문제점이 존재하고 있는 우리대학 총장선출방식에 대해 교수회를 비롯한 구성원들은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박태호 직원노조 위원장은 “직원의 선거권은 그 의미만 존재할 뿐 실질적인 영향력이 적은 반면 직원들 사이에서도 파벌이 나뉘는 등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위원장은 “이 상태라면 직선제보다는 간선제나 추천제로 총장을 임명하는 것이 폐해를 보완하고 총장의 소신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하재철 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분회장은 “학생들과 강사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고 직원들의 투표 반영률 제한으로 전 구성원이 올바르게 참여하지 못하는 선거는 선거 자체의 명분을 왜곡하는 것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하재철 분회장은 “재단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둔다면 직선제 보다는 간선제가 좋을 것이다”라며 재단의 활동에 가장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총학생회에서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새롭게 선출된 유심 총학생회의 선거 공약에는 선거권과 관련한 공약이 없어 향후 어떤 입장을 내 놓을지 주목된다. 하지만 총학생회 측은 “재단과의 지속적인 견제를 통해 학생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할 것”이라고 밝혀 이전 총학생회와 마찬가지로 선거권을 요구할 확률이 높다.

◆직선제의 긍정적 측면 간과해선 안 될 것=여러 선출방식 중 직선제가 구성원들의 의사를 가장 잘 반영하는 것은 확실하다. 그에 따르는 폐해도 존재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비단 직선제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선출방식도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직선제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가 선출방식을 바꾼다고 해서 완전히 해결될 수는 없다. 매사에 그 어떤 것이든 성찰과 수정을 통해 부작용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최근에서야 재단정상화가 이루어진 우리대학은 재단의 행보에 따라 선출방식이 변할 수도 있다. 총학생회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이 대학민주주의의 붕괴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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