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봉] 당신도 '디지털 치매'일지 모릅니다
[영봉] 당신도 '디지털 치매'일지 모릅니다
  • 편집국
  • 승인 2006.11.11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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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디지털 치매’일지 모릅니다.
"내 머리속에 지우개가 있대……"
영화 ‘내머리속의 지우개’에서 여자주인공의 유명한 대사입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여자주인공이 자신의 기억이 차즘 지워져가는 것을 알았던 것이죠. 조금 다르지만 요즘 사람들도 ‘치매’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술자리에서 멋진 노랫가락을 뽑아내려 해도 가사를 기억하지 못해 머뭇거립니다. 노래방 기계의 가사만 보고 부르다보니 가사를 쉽게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한 곡 전체를 기억하는 노래의 수를 세어보면 한 손으로도 꼽을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를 빌자면 그 자리에서 애국가를 제외하고는 부를 수 있는 곡이 없습니다. 휴대폰 사용의 경우도 그러합니다. 친한 주위 사람들의 전화번화는 물론이고 자신의 집 전화번호까지 잊어버리는 일이 허다합니다.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디지털 치매’라고 합니다. ‘디지털 치매’란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기억력이나 계산능력이 크게 떨어진 경우를 이르는 신조어입니다. 이는 ‘IT건망증’ ‘과학기술로 인한 건망증’으로 불리던 것이 지난해 국립국어연구원이 ‘디지털치매’라고 발표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증후군인 셈입니다. ‘디지털 치매’의 원인은 진화론의 ‘용불용설(用不用說)’, 즉 ‘쓰지 않는 기관은 퇴화한다’ 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모든 정보를 기억해주는 디지털기기로 인해 애써 기억할 필요가 없어진 까닭입니다.
디지털 치매는 단순히 기억력만 떨어뜨리는 것이 아닙니다. 글자를 쓰는 것과 같은 단순한 손동작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레포트 작성과 편지쓰기 등 일상생활의 대부분의 문서작업을 컴퓨터 자판이 손으로 글자를 쓰는 것을 대신했습니다. 요즘 대부분의 학생들이 손으로 글씨를 쓰는 것에 부담을 갖거나 악필문제는 이 때문입니다.
정보와 통신기술의 발달은 수 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상생활의 편의를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학의 발달이 주는 불이익 또한 무시할 수 없게 됐습니다. ‘디치털 치매’처럼 말이죠. 그렇다고 이제 와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말자는 뜻은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디지털 치매로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 한곡,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번호를 모른다는 건 너무 서글퍼집니다. 오늘부터 휴대폰의 단축번호를 누르기보다 직접 번호를 누르고, 자판만 두드리기보다 펜으로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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