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부)학생회장 재선거, ‘비운동권’만 내걸면 당선?
총(부)학생회장 재선거, ‘비운동권’만 내걸면 당선?
  • 김명준 편집국장
  • 승인 2010.03.18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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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캠퍼스는 때 아닌 총(부)학생회장선거로 시끌벅적하다. 지난해 11월 제43대 총(부)학생회장선거가 편파적인 선거관리와 후보자 자격 논란 등 많은 잡음을 남긴 채 총학생회 건설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선거관리의 문제점 이전에 작년 선거는 기존 운동권성향의 ‘굿모닝’선본과 ‘비운동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나온 ‘원츄’선본의 대결구도로 학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경쟁 또한 그만큼 치열했다.


하지만 이번 재선거는 세 선본이 후보로 등록해 지난 선거보다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작년 선거와는 다르게 ‘비운동권’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누가 잘 안고 가느냐 하는 새로운 대결구도가 형성됐다. 심지어 기존의 운동권성향의 선본도 운동권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을 극도로 조심하는 눈치다. 후보들 사이에서도 비운동권이 통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이다.

우리대학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들어 전국적으로 대학 총학생회선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운동권 학생회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비운동권 혹은 반운동권이 강세를 보인 것이다. 과장되게 말하면 ‘비운동권’만 달고나오면 당선되곤 했다. 그만큼 기존 운동권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반사이익에 의한 비운동권의 강세는 얼마 지나지 않아 허점을 보이기 시작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비운동권학생회가 흔히 내거는 ‘탈정치화’가 그리 자랑할 만 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된 이후 부터다. 촛불정국 이후 대학생이 사회적인 문제에 너무 무관심하다는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강해진 것이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의 학생 대표로써 정치겭英맛岵?사안에 무관심한 것이 어떻게 자랑할 만한 일이 될 수 있을까? 때문에 최근 전국적으로 운동권 학생회가 다시 일어서고 있는 추세다. 아니 정확히는 애당초 애매한 개념이었던 운동권과 비운동권의 경계가 점점 허물어지고 있는 추세다. 중요한 것은 ‘운동을 하느냐 안하느냐, 정치·사회적인 사안에 신경을 쓰느냐 쓰지 않느냐’가 아니라 정치참여의 방향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대학의 총학생회선거 양상을 보면 제대로 된 비운동권을 찾아보기 힘들다. 비운동권을 표방해 출마한 선본은 ‘정치참여든 뭐든 학생들이 원하는 데로만 하겠다’고 말한다. 또한 당초 비운동권을 표방하는 ‘원츄’선본은 정책공략집을 통해 ‘비운동권 단일 후보를 향한 노력도 성과가 좋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혀 비운동권 단일 후보를 내는 것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애초부터 ‘비운동권’의 개념조차 재대로 정립하지 못하고 기존 운동권에 대한 비판여론을 등에 업고 출마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마저 생긴다. 

근본적인 책임은 기존 운동권에게 있다. 작년 ‘굿모닝’선본의 찬/반 투표를 통해 학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장학금 대리수혜 등 각종 비리의혹으로 학생들에게 신뢰를 잃은 결과가 어떤 것인지 깨달았어야 한다.

이번 선거가 부디 학생들의 높은 관심과 투표율을 통해 우리대학 학생자치기구에게 학생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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