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실타래처럼 엉킨 정국 속에서 세종시 문제와 관련하여 모 정당의 사자성어 논란이 얼마 전 있었다. ‘미생지신’에 대한 것이다. 이 고사성어는 흔히 한 번 한 약속을 목숨 바쳐 지킨다는 ‘신뢰’의 의미와 사랑이 뭐 길래 목숨까지 바치는지 알 수 없다는 고지식하고 융통성 없는 ‘아둔함’을 일컫는 양가성의 단어로 읽힌다. 그 정당 대표는 약속을 지키려다 목숨을 잃은 미생을 두고 미련하고 어리석다고 했다. 그러자 그 정당의 전대표는 ‘미생지신’은 ‘국민지신’이라면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관점의 차이를 여실히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전인수가 될 수도 있다. 세종시 문제가 어떤 결론이 나건 이견을 말하는 ‘정치적 적’들은 서로 국익을 말할 것이다.
그러나 놓쳐서는 안 될 고귀한 가치가 ‘미생지신’에는 있다. 진리는 단순하다. 약속은 지켜야 한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마저 불가피 할 경우에는 약속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죄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단순한 진리는 어떤 정치적 이유에 의해서도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3월의 대학 캠퍼스는 노란 장밋빛 꿈들로 무장한 새내기들로 인해 싱그러워 질 것이다. 학문의 전당에서 진리를 추구하는 상아탑의 본질도 이런 진리를 교육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약속은 깨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는 아주 단순한 진리가 강물처럼 흘러내리는 캠퍼스였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영남대학교 언론출판문화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