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인의 소통과 경쟁력
대학인의 소통과 경쟁력
  • 영대신문 편집국
  • 승인 2009.12.0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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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사회의 화두는 소통이다. 가족 간의 소통, 주민들 간의 소통, 직장 내의 소통, 정당 간의 소통, 대통령과 국민 간의 소통 등 극히 사적인 영역에서부터 공적인 영역에 이르기까지 소통의 부재를 염려하고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만큼 우리가 서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의 크고 작은 일들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의 정당성이나 민주적 합의의 문제가 끊임없는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구성원들의 적절한 의견수렴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일이 추진되고 그것이 초래하는 피해를 전체 대학이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는 비판이 여기저기에서 제기된다.

이런 일방적 의사결정의 문제는 직접적으로는 사적인 욕심이나 이해관계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의 근원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신자유주의의 물결 속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경쟁이 강요되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명령이 됐다. 경쟁에 도움이 안 된다고 판단되는 모든 것들은 비효율적인 것으로 공격받고 모든 개인과 조직이 자신의 효율성을 극대화시켜야 한다는 압력을 받는다.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이해관계 속에서 상충되는 주장들을 가질 때 이들 의견을 민주적으로 수렴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은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다. 경쟁력 강화라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것은 비효율적이며 경쟁에서 도태되는 길이다. 항상 경쟁 상황에 노출돼 있으며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기업의 경우, 효율성은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적 절차를 희생해서라도 지켜야 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최고경영자의 결정에 따라 일사분란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조직은 모범적인 기업의 모습이다.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최고경영자와 그를 따르는 노동자들의 원형을 군대 조직에서 찾는 것은 이런 점에서 충분히 이해될 수 있다. 문제는 이 군대의 논리, 기업의 정신이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 아래 정치,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분야에서 강요되고 있다는 것에서 발생한다.

대학에도 경쟁력 강화라는 지상명령이 떨어진지 오래이다. 대학평가라는 이름으로 각종 지표들을 들이밀며 대학의 순위를 정하고 경쟁력을 수치화한다. 정해진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대학도 기업적 효율성을 추구하고자 하는 유혹을 강하게 받는다. 하지만 대학은 즉각적인 결과를 내는 효율적인 조직이 될 수 없다. 연구과 교육이라는 대학의 임무, 다양한 이해관계를 가진 상이한 구성원들,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를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들은 대학이 대단히 비효율적인 조직이란 것을 보여준다.

본질적으로 비효율적인 조직인 대학에 군대와 기업에서 사용되는 경쟁력이란 용어를 강요하는 것은 사실 무리이다. 대학은 다른 대학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다른 곳에서 경쟁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대학이 성공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자신의 힘을 기르고자 하는 구성원의 자발적인 참여이다. 구성원의 참여는 구성원 간의 자유롭고 개방적인 소통이 이뤄질 때 가장 활발해진다. 이것이 역설적으로 대학을 효율적으로 만든다. 즉각적인 결과를 강요하는 압력은 결국 속임수와 부정을 조장하며 독단적이고 권위적인 지배에 대한 유아적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대학이 그런 퇴행적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자발적 참여와 소통을 보장하는 체계를 수립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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