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소나기」와 황순원 작가
소설「소나기」와 황순원 작가
  • 김혜진 기자
  • 승인 2009.12.01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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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로 상처를 달래다

 첫사랑의 기억은 아련하다. 이루어지지 못한 첫사랑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소설「소나기」는 풋풋한 첫사랑을 담은 대표적 작품으로 꼽힌다. 순박한 시골 소년과 병약한 서울 소녀의 사랑이야기는 식상하고 진부하면서도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설레는 첫사랑의 로망으로 남아있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를 통해 「소나기」의 아련한 기억을 되새겨보자.

 북한 태생의 황순원 작가는 유복한 집안에서 성장했다. 하지만 북한 공산주의 체제의 압박을 피해 월남, 남한에서 문학작품 활동을 하게 된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소나기」는 1950년대 한국전쟁시기에 집필되었다. 당시 작가들의 작품이 이데올로기적 아픔을 간직한 시대상을 반영한 반면, 「소나기」는 특이하게도 순수지향소설이라는 문학적 양상을 보인다.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소재로 한 순수소설을 통해 이데올로기적인 상처를 극복하고자 한 작가의 의도였다고 볼 수 있다.

 의도는 작품 속 상징적 장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소나기」는 소녀의 죽음으로써 결말을 맺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첫사랑의 아련함을 간직한 소설로 기억된다. 하지만 박영식 교수(국어국문학과)는 이 또한 “유년의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하기 위한 작가의 의도”라고 이야기 한다. 황순원 작가는 한국전쟁시기의 어른들의 세계를 타락한 세계라고 생각했기에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이루어져 그들이 어른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소녀가 죽음으로써 어린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만 우리의 기억 속에 남게 하기 위한 장치라 할 수 있다.

 중학교시절 읽은 「소나기」가 지금 국어국문학자가 된 계기라는 박 교수는 “어린시절 사랑과 죽음에 대해 막연하게나마 생각하게 된 기회가 되었던 「소나기」는 황순원 작가가 가진 작가로서 뛰어난 면모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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