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권은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 김현진 사회부장
  • 승인 2009.11.19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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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권이라는 단어가 자주 눈에 띈다. 장애인 인권,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인권, 여성 인권 등. 얼마 전에는 범죄자 인권까지 등장했다. 인권을 유린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인지 우리나라의 인권의식이 높아진 것인지 도통 헷갈릴 때가 있다.

이런 와중에 ‘미수다’에 나온 한 출연자의 발언이 논란이 되고 있다. 그녀는 키 180cm을 기준으로 세상 모든 남자들을 루저(Loser)와 위너(Winner)로 나누어버렸다. 이후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으며, 한 남성은 KBS를 상대로 1천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고 한다. 한동안은 이 얘기로 말들이 많을듯하다. 그녀의 발언은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키 작은 남자들을 열등한 존재로 만들어버리는, 분명 인권을 침해하는 발언이다. 여기까지는 다들 동의할 것이다.

얼마 전 인권위원회 대구지역사무소에서 주최한 ‘생활속의 인권찾기’에서는 시민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노약자‧장애인 보호석은 왜 보호석인가요?’

여기서 ‘보호석’이라는 단어는 노약자와 장애인들이 건강한 일반인들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약자임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다.

‘왜 남자고등학교는 OO고등학교이고, 여자고등학교는 OO여자고등학교 인가요?'

왜 고등학교에 성별을 표시해야 할까? 실제로 이런 성별 표기 사례는 주위에 흔하다. ‘남대생’은 없지만 ‘여대생’은 있다. ‘여검사’는 있지만, ‘남검사’는 없다.

수업 중에 들은 이야기가 있다. 한 관광객이 미국을 방문했다. 길을 가던 중 부모와 같이 가는 아이가 너무 예뻐 보여 사진 한 장 찍을 수 없겠냐고 부모에게 동의를 구했다. 그러자 부모가 아이에게 다시 동의를 구하더라는 이야기다. 나이가 어릴지라도 부모가 아이를 존중해준 것이다.

이쯤에서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따져야 한다면 인권이란 것이 너무 사소한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각자 받아들이기 나름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이렇듯 너무나 사소해서 놓치기 쉽고, 타인의 입장에서 세심하게 배려해야 하는 것이 인권이다.

세상에는 60억명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생각과 모습을 가지고 살아간다. 우리의 삶 또한 60억개로 갈래를 친다. ‘미수다’에 나온 그 출연자처럼 2천 9백만 명의 한국 남자들을 키만 가지고 루저와 위너로 이등분하는 것은 ‘삶의 다양성’ 측면에서 봤을 때도 무척이나 재미없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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