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풀려진 취업률 속에 가려진 불편한 현실
부풀려진 취업률 속에 가려진 불편한 현실
  • 영대신문 편집국
  • 승인 2009.11.19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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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말부터 대학정보공시제도가 실시되어 각 대학들은 주요 정보를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여기에는 취업률도 포함되어 있다. 대학, 학과별로 그 해 졸업한 사람들 가운데 몇 퍼센트가 취업했느냐를 밝히고 있다.

각 분야에 따라 취업률 전국서열이 매겨지기 때문에 이 자료는 대학에 진학하려는 학생들에게 대학, 학과 선택의 근거가 되고 있다. 취업률은 이른 바 대학경쟁력을 평가하는 영향력 있는 지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때문에 여러 가지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우리 대학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믿지만, 어떤 대학의 경우는 취업의 질보다는 양에 집착해서 만족스럽지 않거나 적성에 맞지 않는 직장에 졸업생을 억지로 밀어 넣기도 한다. 이렇게 얻는 직장은 대개 비정규직이다. 졸업생은 마땅치 않은 직장이지만 취업률 제고를 위해 당분간 있어보라는 강요까지 받는다.

졸업생들은 학교로부터 눈높이를 낮추라는 충고도 받는다고 한다.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은 그럴듯한 취업전략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그것은 만족스럽지 않은 직장을 감수하라는 강제적 권유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우리 대학에서는,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취한 예산 정책이 자원배분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원성이 커지고 있다. 학과 별로 여러 가지 지표에 따라 취업률 등급을 정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음해 예산을 더 주기도 덜 주기도 하는 예산 정책이 그것이다. 이 때문에 각 학과는 취업률 높이기 경쟁에 나서고 있지만 이런 예산 제도에 대한 불만을 적지 않게 가지고 있다. 불만이란 학과별 취업률이 구성원들의 노력에 달린 것이기도 하지만 다분히 구조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취업이 잘 되지 않는 학과에 대해 예산을 삭감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해서 독려하는 것이 옳지 않느냐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왜곡된 취업률 경쟁을 바로 잡을 책임은 일차적으로 정부에 있다. 정부는 일용직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까지도 취업으로 잡는 현행 취업자 기준을 재검토해야 한다. 취업률 조사 시점도 문제다. 취업률 조사 방법도 노력의 낭비가 많다. 취업률 검증을 더 엄격하고 치밀하게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서 대학들이 쉽게 취업률 부풀리기를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각 대학들도 취업률 뻥튀기 유혹을 떨쳐버려야 한다. 취업률 뻥튀기는 일시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현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결국에는 그 대학의 신뢰를 손상시키게 될 것이다. 각 대학들은 교육기관으로서 본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취업률 부풀리기의 이면에는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이 있다. 취업률은 높다고 하는데 청년들의 처지는 불안하다. 취업률 부풀리기가 결과적으로 이런 현실을 은폐하거나 호도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제대로 된 일자리가 없어서 고통 받고 있는 절박한 형편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대책을 서두를 것이 아닌가? 부풀려진 취업률 숫자가 비정규직 청년들의 불편한 현실을 가리는 것이 가장 염려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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