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서울 찍고 대구
파리, 서울 찍고 대구
  • 이연지 문화부장
  • 승인 2009.09.29 1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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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집, 학교, 집을 오가는 일상이 문득 권태로워졌다. 내 일상을 권태롭다 못해 신물이 나게 하는 것은 집으로 돌아오는 길, 버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 때문이다. 어제도 오늘도 변화 없이 틀에 박혀있는 이 도시의 모습에 나는 지쳐버린다. 이런 답답함이 가슴을 짓누를 때면, 내 상상은 파리(Paris)를 향한다. 그곳은 도시 전체에 예술이 흐르고, 거리에는 다양한 게릴라성 거리공연들이 펼쳐지는, 그야말로 '엣지(edge)' 있는 도시다. 나 같은 대구 토박이와는 달리 '파리지엔(Parisian)'들은 무료할 틈도 없을 것 같다.

 세계적인 예술의 도시 파리는 그렇다 치고, 우리의 수도 서울 역시 최근 문화의 도시로 발돋움 하고 있다. 서울특별시는 '도시갤러리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에 거리벽화, 입체조각품들을 설치해나가면서 모든 생활공간의 문화공간화를 꾀하고 있다. 또 청계천에서 열리는 다양한 거리공연들을 확대 운영할 계획을 선보이고 있다.

 대구는 어떤가. 대구 역시 문화관광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더불어 작년에는 '도시디자인총괄본부'를 시장 직속 기관으로 신설하여 개성있고 매력있는 도시경관을 만들기 위한 걸음을 시작했다. 이 시점에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05년 대구시가 발표한「대구문화중장기발전계획」에 따르면 시민과 함께하는 대구문화를 만들고자 '거리문화활성화'를 계획했었다. 하지만「09년 주요업무계획」에는 뮤지컬전용극장 설립, 4대 공연전문축제 육성 등 공연예술기반조성과 공연 인프라 구축에 사업이 집중되면서 '거리문화활성화'에 대한 언급은 찾을 수 없었다.

 거리문화는 자유로운 거리예술을 통해 실현될 수 있다. 거리예술은 공공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이기 때문에 별도의 인프라 구축이나 장비투자가 불필요하다. 무엇보다 거리예술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적은 투자로 지역민에게 자유로운 공연을 제공하여 생활 속으로 문화를 끌어 들인다'는 점이다. 예술의 도시 파리가 그렇고, 서울 역시 그러하다.

 대구 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가시적인 공연 인프라구축도 필요하다. 하지만 축제기간만 떠들썩한 것이 아닌 문화가 흐르는 진정한 문화관광도시로 거듭나고자 한다면, 시민의 공연문화 대중화를 꾀하고 도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는 거리예술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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